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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구가 Aug 21. 2024

사람의 근본

내가 자란 환경이자 부모님의 성향

가정환경은 한 사람의 본질이자 뿌리와도 같다. 나에게 주는 물, 바람, 빛, 영양분 등 모든 것들은 내가 자라온 가정환경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도 다른 생각을 갖고, 다양한 성향을 지니게 되는데 각기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전화 속 말투, 만났을 때의 행동, 집 안에서의 모습, 혼자만 아는 본인의 습성

내가 초임에 발령받아 친하게 지내게 된 동료를 6년 만에 만나게 된 어느 날이었다. 16년도에 처음 만났던 그녀는 정말 비타민과 같이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주변인들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주어진 모든 일을 열심히 해내며 늘 성장해 나가는 그녀에게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 후 2년이 흘러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난 부산으로 내려갔다. 어린 자녀가 생긴 그녀는 생각보다 빛을 잃어 보였고 버거운 현실에 지쳐있던 느낌이었다. 집안은 애기 장난감으로 가득 찼고, 잠깐의 여유도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개수대에는 그날의 그릇이 탑처럼 쌓여있었다. 남편을 따라온 낯선 지역에서 홀로 아이를 키워나가는 게 어려웠고,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는 것 또한 힘들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최근에 서울에서 볼 수 있었다. 남편의 직장 따라 이번에는 서울로 오게 된 것이다. 6년 만에 만난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SNS을 통해 근황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그녀는 또 다른 모습일까? 궁금했다. 나를 만난 그녀는 신나 보였고, 난 긍정 에너지인 그녀를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했다. 다행히도. 서울 라이프를 잘 즐기고 있었고, 이젠 두 명의 자녀를 능숙하게 기르며 저녁을 차려주는 위대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았고 신체적으로 많이 아팠던 그녀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충청도에 머물렀던 그녀는 직장에서 비합리적인 일들을 당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녀는 그곳을 벗어난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우린 그녀의 집 근처 라멘집에서 마제멘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고, 에스프레소 카페에서 빙수를 나눠 먹었다. 그 자체만으로 힐링이었다. 비타민 같은 그녀와의 대화는 늘 즐거웠고 잠깐이나마 내 고민거리를 아예 생각나지 않게 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자녀를 키우며 들었던 고민과 걱정이 있는 상태에서 직장생활에서의 힘듦이 겹쳤던 그녀는 우울감, 걱정, 불안 등이 생기게 되었고 이를 털어놓기 위해 최근 상담을 받았다는 것이다. 몇 번 진행된 상담으로 그녀는 자녀에 대한 걱정이 결국 자신이 자라온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상담을 받으며 그녀는 불편한 감정이 들었고, 계속된 질문이 결국 자신의 행동, 부모님의 가치관, 친언니의 의견 등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엄마는 언니를 지금도 뒷바라지해주고 있지만, 그녀에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강요했다. 맏언니인 그녀의 언니는 케이 장녀가 되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의존하며 지금까지 자라왔다고 한다.


정리해 보면 엄마와 맏언니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불편함을 느꼈던 둘째인 그녀는 그 사이에서 비의존적이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오고 있던 것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맏딸에게 결국 자신의 언니처럼 크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의존적인 가치관을 주입시키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맏이는 그래도 책임감 있어야 하고, 독립적으로 자라야 하며 동생을 잘 이끌어줘야 한다는, 내심 자신이 바랬던 언니의 모습을 투사시켰던 것이다. 그로 인해 맏딸과 계속 트러블이 생기게 된 것이고, 결국 맏딸은 불안정 애착 형태를 보이게 되었다. 상담을 마친 그녀는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은 내가 자라온 가정환경을 통해 영향받은 가치관으로 자신이 가정을 꾸려 나가게 되는 것이라는 걸. 그냥 자신의 맏딸은 다른 자녀들과 똑같이 어리광 부리고, 엄마에게 사랑을 바랐던 아이였을 뿐이라는 걸.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의 근본을 자신의 엄마와 언니라는 것을 인정한 뒤, 불편함과 걱정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자신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세상에 나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가정에 속해 부모의 말투, 행동, 습관, 생각, 가치관, 성격, 기질 등에 영향을 받으며 자라 사회로 나온다. 자신의 근본은 결국 가정에 기초되어 있으며 이는 자기가 꾸려나가는 삶 속 모든 선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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