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길은 계속된다

나, 지금 여기!

by 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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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Yes24 감성에세이 12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마흔의 나를 일곱 살의 나와 여든 살의 내가 위로하는 책입니다.

힘든 이 시기를 책과 함께 슬기롭게 해쳐나가시길 바랍니다. > - by 글서 -



현재의 나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아침, 네 살배기 딸은 화단 경계석인 벽돌 한 장에 자신의 한 발, 한 발을 맞춘다.


작은 발로 벽돌 한 장에 한 걸음, 다른 발로 벽돌 한 장에 또 한 걸음. 양팔을 벌리고 중심을 잡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에 신중하다.


걷기도 바쁠 텐데, 뭐라 뭐라 이야기도 재잘댄다.

“오빠들이 간 곳은 학교! 가우리가 가는 곳은 어린이집! 가우리는 학교에 못 가! 커야지 돼!”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서 학교와 어린이집의 차이를 이해한 딸이 기특하다. 마흔의 내 얼굴에 웃음이 터진다.


가만히 아이를 바라본다.


내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나도 가만히 벽돌 위로 내 발을 옮긴다. 벽돌 두 장에 내 발 하나, 그다음 벽돌 두 장에 다른 발 하나…. 양팔을 벌리고 가만히 딸아이를 따라 걸어본다. 그러다 생각한다.


걸음 하나하나가 인생과 닮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기쁜 마음으로 걷다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다시 일어서서 걷다가 뛰어도 본다. 다시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마흔의 내 나이 한 걸음을 내딛어 본다. 마흔이 되어서도 인생의 어디쯤에서 넘어질지 알 수 없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마흔쯤 되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벽돌 길이 좀 더 평탄하고, 넓어지고, 넘어지지 않을 큰 길로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벽돌 길은 계속된다.


그리고 넘어졌던 것 또한 쭉 걸어온 벽돌을 보듯 내 생의 일부인지라 따로 떼어낼 수 없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걸어내린 벽돌을 쭉 훑는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주 작게 내게 속삭여본다.


그래! 지금까지 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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