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세계에만 있는 규칙
현재 Yes24 감성에세이 13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마흔의 나를 일곱 살의 나와 여든 살의 내가 위로하는 책입니다.
힘든 이 시기를 책과 함께 슬기롭게 해쳐나가시길 바랍니다. > - by 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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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시절, 친하게 지내던 단짝 친구가 있다. 종종 친구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한다. 눈이 크고, 흰 피부에 성격이 밝은 친구가 좋다. 그 친구의 집과 우리 집은 골목을 두 개 정도 지나 있었다. 저녁 무렵, 친구의 집 대문 앞에서 소꿉놀이를 하다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내가 묻는다.
엊저녁 부모님이 저녁을 드시며 나눈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었다. 작은 부인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난, 친구에게 물어봐야지 생각했다. 친구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소꿉놀이를 계속한다.
그날 한밤중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밖이 시끄럽다. 눈을 떠보니, 친구의 엄마가 우리 집 대문 앞에 서있다. 친구의 엄마는 항상 예쁘게 화장을 한다. 화장이 진하다. 그리고, 짙은 향기도 난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한 짙은 향기가 나는 친구 엄마가 우리 엄마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는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수그린다. 뭔진 모르겠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육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혼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살짝 무서워지려고 할 무렵, 아줌마는 다신 이런 일 없게 해달라고 말하고 돌아간다.
내 머릿속에는 ‘작은 부인’의 의미가 아직도 궁금한 채로 남았고, 엄마한테 맞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어른들이 말하는 큰일이란, 내겐 큰일이 아니었다. 친구 엄마의 크기가 ‘작은 부인’이든, ‘큰 부인’이든, ‘중간 부인’이든 내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줌마가 우리 엄마에게 뭐라고 한 것인지, 엄마가 왜 죄송하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마흔인 난 여덟 살 아들에게 ‘이런 말은 하면 안 되고, 저런 말은 하면 안 된다.’ 하며 안 되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러다 문득 유치원 시절 내 말실수가 떠올랐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실은 배움에 기초한다. 배운 대로 생각하고 배운 대로 행동한다.
우린 그런 규범과 규칙을 끊임없이 배우며 살아간다. 나이가 들며 이혼, 재혼, 불임, 파산, 죽음 등 어릴 적 특별한 일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며 내 주변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일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당신이 ‘내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목록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된다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일어나선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마음의 매뉴얼이 없다. 일어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황스러움과 공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때의 눈높이로 지금의 사건을 바라볼 수 있을까?
누가 만든 것이 아닌 내가 만든 것이다. 도덕적인 규율이나 규범이 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잠시 내려놓아 보자. 내 안에 그것이 없었던 시절로 인생의 첫 기억으로 나를 보내본다. 그 시절의 순수했던 느낌으로 사건을 다시 바라보자. 그때의 시각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난 현재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되고 싶지 않았던 실패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결정성self-determination은 보상이나 외부 압력 등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고,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내 안에 ‘이건 안 돼’라는 생각을 벗어던지고, ‘그래도 된다’로 생각을 바꾼다. 내 인생을 재단장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