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비가 내리면 소낙비처럼 바로 해가 바짝 뜨지 않는다
현재 Yes24 감성에세이 13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마흔의 나를 일곱 살의 나와 여든 살의 내가 위로하는 책입니다.
힘든 이 시기를 책과 함께 슬기롭게 해쳐나가시길 바랍니다. > - by 글서 -
칠정(七情)은 인생 다반사에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야 이제야 좀 보인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죽을 것 같은 공포를 견딘 다음 장면은 영화처럼 바로 해피엔딩 장면이 아닌 현관문 앞에서 실내화 가방을 든 팔을 내려놓고 젖은 몸이 축축함을 느끼는 일이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성을 다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또 알게 된다. 삶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난 큰 우산을 쓰고 나갈 거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어릴 적,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 올 땐 밖에 나가는 거 아니야!”
집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누워 만화책도 보고, TV도 보고, 엄마가 해주는 부침개도 먹는다. 그리고 밖에서 내리는 비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기도 한다. ‘저렇게 비가 억세게 내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비가 내리는 날, 굳이 나가서 진흙탕에 신발이 빠지 고, 예쁘게 입은 옷에 흙탕물이 튀고, 추위를 온몸으로 느낄 필요가 있는가?
창밖을 보니, 처마 밑에 작은 물방울이 똑똑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마당에 나와 고인 물을 발로 밟아본다. 풀잎 끝에 아직 맺혀있는 빗방울을 손으로 톡 건드려본다. 빗물이 아직 남아있는 공기를 가슴 깊숙이 마셔본다.
그래도 오늘 밤은 자고 일어나야 흙바닥도 마르고 축축한 공기도 말라 내일이면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를 때까지, 해가 화창해질 때까지는 마음의 꽃잎을 잠시 닫아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