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 Jun 09. 2022

일하는 마음

에피소드1.  직장 타 부서 직원에게 배신당한 날


이직을 하고나서 이제 3개월를 지나고 있습니다.


다행히 배려 좋은 팀 분들을 만났고

공감해주시는 부서 동료 분들을 많이 알게 되어

감사히 지내고 어느날 이야기입니다.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하는 타팀 팀장께서

만날때마다 직원 없다 힘들다 이야기하셔서

측은지심으로 배려해드리고 있었는데

그분이 글쎄 오늘

갑작스럽게 저희 윗분 임원께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내용인 즉 일이 늦어지고 있다

그게 스케줄링이 매우 루즈한 저희 부서의 이슈니

좀 해결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서라고는 하지만

저와 일하고 있으니 저에 관한 요청이었겠지요.

그것도 저를 포함하지도 않고

양측 임원분들만 포함하여 보낸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제가 우리부서에서 그분께 가장 협조해주는

담당자였음은 분명했고

그쪽 팀에는 서포트 해주는 직원조차 없었는데

저한테 말씀하신것도 아니고 저희 임원께

뒷통수 치듯이 메일을 보낸겁니다.

그것도 본인의 일을 면피하고자 했던 의도가 분명했고

그 타겟은 명확했습니다. 저로.


거기다 저는 수신자가 아니라 내용을 몰라서

저희 임원이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고

응대를 못해드려서 약간의 훈계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나름대로 새 회사에 와서 일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맞이로서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다가 그 팀장에게 공식 메일을 보내라는 지시에도

배려한다고 개인적으로 톡을 드리며 조율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맞으니 개인적인 배신감이 컸습니다.

이 연차에 아마추어적으로 당했다는 상처도 느꼈습니다.




그 팀장이 저희 임원을 방문하고

저를 포함하여 해당 논의를 하는 미팅을 끝내고 나서

회의실을 걸어나오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윗사람에게 그리 크게 혼난것도 아니고

이런 메일이야 직전 회사에서도 익숙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동안 회사의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한 상황에서

나름 배려해드린분께 이렇게 당했다는 배신감과

자초지종 설명도 못듣고 훈계를 들었다는 억울함이

제 감정을 온통 지배했습니다.


팀장님과 음료수 한잔 하면서 풀려고 했고

퇴근 길 동료에게도 토로했지만

결국 마음이 복받쳐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아파트 벤치에 앉아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먹지 못하고 러닝을 하러 나갔습니다.




그만둘까.

지금이라도 그 팀장에게 전화해서 왜 그랬냐고 따질까

아니면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진탕 마실까



어떤 것도 마음에 드는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마음을 먹어야 기분이 좋을까를 생각하며

달리고 달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에 났어요.



이대로 그만두면 조금 아쉽긴 하겠다

좋은 팀 동료들을 못본다 생각하니

짧은 남은 시간에라도 잘 해줘야 겠다.

부서 지인분들과도 좀더 많은 이야기 못해서 조금 아쉽다.

임원께도 오해였다고 말하지 못해서 많이 아쉽겠는데.



…….




그래서 저는 다시 생각했습니다.


다시 그 팀장에게 전화를 하면 어떤 마음일까

서로 누가 맞는지 논하며 서운하다한들

미안하다고는 할까.

미안한 마음있었다면 최소 참조로 내게도 보냈겠지.



저는 그래서

마음을 다시 그렸습니다.



그 팀장에게는 더이상 마음을 두지 않고

어떤 컴플레인에 대해서도 더 잘 해주지 않기로요.

대신 협업프로젝트 였지만

R&R을 잘 잡아서

서로 엮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운 동료들에게는

하루라도 감사해하며

조금 더 친절해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임원에게는

오해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고

보고는 지금보다 조금더 자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처음에 생각했던

그만둘까. 욕할까. 술을먹을까 보다는

좋은 생각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생각보다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러닝을 하러 나왔을때보다

들어가는 발걸음이 조금더 가벼워 다행입니다.



달라진건 사실 없는데


신기하게도


마음만 고쳐 먹어도


이렇게 좋아지다니.



놀라운 ‘마음’의 힘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저는 마포에 살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