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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 Jan 28. 2022

저는 마포에 살고 있습니다

나의 비자발적 부동산 투자 성공기


저는 지금 마포에 있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신축이라고 말하는 좋은 브랜드 아파트이고, 작은 평형의 집이지만 아이와 셋이 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적은 대출만이 남은 상태에서 자가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서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년 말부터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잠시 동안은 이런 숨 고르기를 해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절약하는 생활이 익숙하기도 하고 남편이 주는 월급도 있고 소소하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 말고도 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아파트도 두 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포에 자가로 거주하는 것은 금수저나 아주 부자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시기도 합니다. 마포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당연합니다. 아니면 대기업 월급쟁이로 열심히 노동한 결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대기업을 다니는 것은 혜택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9년 전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기로 하고 우리가 살 신혼집을 찾아 밤낮없이 서울에서 집을 구하러 다닐 때 일입니다. 남편의 직장이 잠시 여의도였던 시기 저희는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 어둠이 깔린 무렵 여의도 공원 한강 둔치에 함께 앉아 결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 당시 저희 친정은 성남이고 남편은 노원에 살고 있었습니다. 을지로와 여의도에 잠시 직장을 두었다 뿐이지 먼 서울 또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평범한 두 성인 남녀였죠. 양가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그동안 벌어온 소소한 자금으로 준비하는 신혼 준비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날 막막한 앞날에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여의도 한강 둔치에 앉아 저 멀리 반대쪽 마포를 바라보며 맥주 한 캔씩 하고 있었지요.




'저기 마포에서 살고 싶다'  


남편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약간의 한숨도 섞여 있었을 겁니다. 둘 직장의 중간인 마포 인근에서만 살 수 있다면 하는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 남편의 말이었어요.


사실 얼마 전 동대문 인근의 아파트 전세가 나왔다고 해서 가보았었습니다. 그래도 역 근처라고 해서 갔었는데 역에서 내려 수직으로 서있는 백팔 계단을 올라야만 도착하는 곳이었어요.  서울이 내려다 보이고 공기마저 좋았지요. 멋진 아파트였지만 매일 지친 퇴근길에 도저히 그 계단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 여의도에서 가까운 신도림 인근의 주상복합도 보러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 동네가 새로 생겨 휑한 데다 연고도 없는 그곳에는 전혀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심지어 새 건물이라는 이유로 전세마저 너무 비싸서 우리가 가진 돈으로 쉽사리 계약이 가능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집이 먼 성남이라 남편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 한 복판의 마포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사실 거의 몰랐어요. 그저 살고 싶으면 그쪽을 알아보면 되지 왜 엄한 곳 알아보고 있나 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역시도 마포가 비싸다는 생각에 남편이 마포만 빼고 집을 보러 다녔던 건데 참 세상 물정 모르는 생각이었지요. 건너편 이 많은 아파트나 빌라가 있는데 마포에 집 하나 못 구하겠냐는 당찬 마음이었어요. 물론 그 와중에도 자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저도 알았거든요. 사실 마포 아니라 서울 어떤 곳도 자가로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어요. 멀쩡해 보이는 맞벌이 예비부부였지만 저희는 심지어 그 정도의 경제적 상태였지요.



그래도 저의 생각을 남편에게 설득하여 다음부터는 원하는 마포에서 신혼집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한 부동산의 차를 타고 투어를 했어요. 저희 예산에 맞는 빌라를 찾아 보여주시는데 처음에 본 집은 정말 일본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연립 주택이었어요. 지하도 있고 저희가 본 곳은 1층이었지요. 심지어 다락이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열어 보여 주셨으니 말 다했습니다. 가족 모두 함께 단칸방에서도 살아본 저는 신혼은 원래 이런 건가 하면서 그래도 그 집을 유심히 보고 그래도 도배랑 장판은 깨끗하네 이 정도면 되려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집으로 볕이 잘 들지 않는 빌라를 안내받았지요. 그리고 그다음 집은 상가 고깃집 바로 위의 낡은 주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포 창전동과 공덕 먹자골목 인근이었던 것 같아요. 부동산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저희는 말이 없었습니다. 근처 지나다 우연히 보이는 그럴듯한 이름 모를 아파트를 보고 생각했어요.


'저런 곳에는 누가 사는 걸까. 나도 생애 한 번쯤 저런 멋진 아파트에서 살아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오는 투어를 마쳤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때 자가로 집을, 심지어 아파트를 산다는 건 생각도 못했네요. 그저 전세로 나마 한번쯤 살 수는 있을까 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to be contin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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