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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 Oct 22. 2022

동료가 희망퇴직을 선택했습니다.

대기업 프로 용병기


오늘은 엘리베이터 홀에서 동료 한 분을 만났습니다.





이라고 호칭  수밖에 없게 만드는 조금 연세가 있으신 동료 였습니다. 용병으로 새로 이직한 회사인 만큼 저의 회사 네트워크는 사적인 부분 보다는 대부분 일이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적인 부분도 많이 알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알게  분인데 그때는  표정이 과묵해 보여 사적인 대화를  생각은 못했던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분을 봤을때 표정이 사뭇 달랐습니다. 그늘 없이 밝기도 했고 또한 제 프로젝트 진행사항을 엘리베이터에서 편히 물어보며 대화를 걸었습니다. 저도 편하게 내용을 공유해주며 ‘표정이 많이 좋아지신것 같다’ 고 언급했는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재직기간 6개월이 갓 넘다보니 희망퇴직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정말 희망퇴직 이라는게 주변에서 공식적으로 벌어지고 있구나 싶어 순간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제가 늦깍이 용병으로서 가장 걱정해오던 부분은 언제까지 용병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언제까지 다른 회사로 상향이동이 가능할지, 언제쯤 이동을 멈추고 현 회사에 최대한 적을 두어야 할지, 또 궁극적으로 언제까지 용병으로 일할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용병들이 빨리 은퇴를 하듯, 대기업 용병으로서 저도 지금은 시장가치가 있지만 언젠가 나이가 들고 굴러 들어온 돌 취급 받을 날이 있을 것 같아 조금 두렵기도 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같이 일하던 옆팀 동료가 희망퇴직을 했다고 하니 미래의 나를 투영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는 급히 미팅을 가는 길이었지만 그 동료를 놓아주지 못하고 희망퇴직 대상에 대해, 조기 퇴직을 선택 했을 때 받는 메리트에 대해, 퇴사 예정일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것들을 속시원히 확인하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상상하던 무서운 일들이 코앞으로 일어나고 있기에 더욱 두렵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그 동료를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동료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편하게 그 동료의 퇴사 이후의 삶을 여쭤보았습니다. 마지막을 앞둔 동료와 처음 먹는 점심.


그 점심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희망퇴직 예정인 그 동료가 거의 저와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니어때 저와 같은 데이터 분야에서 일해왔고, 줄곧 저처럼 데이터 코어의 부서에서 일하다 비즈니스 쪽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일들을 추가로 해왔다는 것이 참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희망퇴직 이후의 플랜으로 타 국에서 잠깐 거주 및 공부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사 분야의 공부를 추가로 하며 가능하다면 이민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전문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해보이는 계획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계획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희망퇴직을 앞둔 그가 참 밝아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기대에 차 있어 보였고 후회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희망 퇴직’이라는 단어를 통해 연상했던 두려움과 막막함과는 정말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그 동료의 마음 속에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그런 표정으로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은 참 멋져 보였습니다. 그동안 자리를 마련해 준 회사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 상사에 감사하며 끝을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엉덩이 무거운 프로 용병이니만큼 어쩌면 평범한 공채 사원들에 비해 퇴직이 빠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매일 기량을 갈고 닦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인정받으며 용병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그저 감사해 하며 떠나야 함을 배웁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대감님 댁 녹을 받고 이렇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말입니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동료를 통해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주어진 시간들에 감사한 마음을 배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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