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이런 남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2)
이성을 만나면 우선 시각적으로 끌리게 된다. 남성이 여성보다 시각에 더 민감하다고는 하지만 외모가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남녀의 구분이 없다.
마찬가지로 네가 라이즈 원빈을 노래 실력만으로 좋아했을 리는 만무하다. 작은 얼굴, 긴 팔다리, 짙은 눈썹, 떡 벌어진 어깨, 깨끗한 피부에 화려한 춤 실력까지. 독보적인 비주얼에 끌릴 수 밖에 없었겠지.
그래서 그런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여성을 홀리는 남자들이 있다. 예전에는 '제비'라고 불렸던 자들인데 여성들을 속이고 여러 이득을 취하는 자들을 말한다. 요즘 말로 '플러팅 (flirting)'이라는 것을 불순한 의도로 하는 자들이라고 보면 된다. 여성들은 보통 이들의 수려한 외모에 속아 넘어간다.
내 주위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말끔한 외모가 강점이었다. 한 때는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들 했다. 매력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비'는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과대포장되어 배달된 택배 같은 존재들이다. 알맹이 없는 깡통 같은 부류란 말이다. 아빠는 이들을 '희여멀건한 놈팽이'라고 부른다. 이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말을 잘한다. 그리고 거짓말도 잘한다.
이들은 어떠한 주제에도 막힘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 자신은 모르는 것이 없다. 간단한 질문에도 침을 튀겨 가며 설명을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나 든다. 회의 시간에도 남들은 잘 모르는 분야의 얘기로 시선을 끈다. 듣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인가 싶다.
또 자신은 안 해본 일도 없다. 모든 일을 다 해봤으므로 모르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이 부서 저 부서를 다닌 건 회사가 키우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자신이 조직 부적응자라서 쫓겨난 게 아니다. 또 자신은 마당발이라고 한다. 안다는 사람도 많을 뿐 아니라 남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인물도 자신한테는 형님 아니면 누님이다. 항상 '그 형님'과는 얼마 전에도 골프를 치고 왔다. 자신은 '그 형님'과 비슷한 레벨이므로 너희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데에는 직장에서는 6개월, 사회에서는 1년 정도 걸린다. 직장에서 6개월 정도 접하다 보면 이들이 같은 말만 반복한다는 걸 알게 된다. 지식과 정보의 깊이가 없다. 그저 주어 들은 이야기를 나열한 것뿐이고, 나열하는 기술이 남들보다 뛰어날 뿐이다. 하루는 작정하고 30분간 앉혀 놓고 질문을 이어 가 봤다. 결론은 건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한 문장이면 될 말을,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그렇게 있어 보이게 꾸며온 것이었다. 남들이 하는 대화에 몇 마디를 얹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재주가 남다른 것이었다.
이 유형은 사회에서 1년 이상 겪어봐야 본색이 드러난다. 공통적으로 이들의 말은 가볍다. 이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을 안 한다. 그들의 약속은 순간 면피용 또는 자기 과시용일 뿐이다. 이들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그들의 발언이 거짓임이 드러나더라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본인 생각에는 애초 지킬 목적으로 약속을 하지도 않았고.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바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과의 필요성도 못 느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둘째, 자기 능력이 없고 이성에게 의존한다.
이들은 내세울만한 능력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필을 최대한 감춘다. 출신 학교를 속인다. oo 대학교 출신이라고 속이고 부모상도 그 대학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른다. 그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사람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된다. 출신 지역을 감춘다. 서울 사람인 척 표준어를 쓰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혹시 oo 지역 출신이냐고 물어보면 이들은 꼭 그 지역에서는 태어나기만 했고 타 지역에서 오래 살아서 oo지역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고 한다. 또 가족 관계를 포장한다. 형제가 oo동 고급 빌라에 산다고 한다. 알고 보면 oo동인 것만 맞다. 또는 교육자 집안에서 자랐다고 한다. 알고 보면 교사하는 사촌이 한 명 있을 뿐이다.
이들은 본인보다 능력 있고 여유 있는 여성을 만난다. 상대 여성들의 공통점은 매우 순진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가정환경을 들어보면 어려움 없이 자랐겠다 싶고, 막내딸이나 외동딸이 많았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했을 법한 모범생 타입에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태솔로의 기간이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한 매너에 인물이 반반한 남자가 다가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쉽게 마음을 주는구나 싶었다.
이들은 능력에 비해 순탄한 조직생활을 한다.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이건 난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장 이해력이 떨어진다. 문서 작성은 고사하고 이메일도 세 줄 이상 쓰지 못한다. 오직 말로만 입으로만 일을 하는 부류다.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길 수 없으니 종일 시간을 때우다가 퇴근을 한다. 동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데도 정작 본인은 직장 생활에 만족해하며 출근한다. 심지어 아내가 힘써준 덕분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나중에는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 한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입사를 했을까 싶은데 이들이 입사하는 비법은 또 따로 있었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얘기해 보자.)
가정에서는 아내의 기세에 눌려 있다. 아내가 남들 앞에서 본인을 무시하는 말을 해도 대꾸조차 못하더라. 밖에서는 남들 흉을 그리 보면서 집에서는 한마디 토도 달지 못한다. 화를 낼 법한 상황인데도 참는 걸 보면 아내에게 무슨 꼬투리를 잡혔나 싶다. 도박을 했거나 바람을 피웠거나 돈을 날렸거나. 아무래도 생활비와 용돈이 아내의 지갑에서 나오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은 했다.
셋째, 자존감은 약한데 자존심은 세다.
이 부류는 대화의 패턴이 있다. 먼저 항상 누군가를 흉본다. 자기 가족을 뺀 세상 사람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씩씩 거리며 남을 험담한다. 자신은 이런 취급받을 사람이 아닌데 억울하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남들이 볼 땐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사람이다.
험담 후에는 갑자기 자기 자신을 비하한다. 자신은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모자라다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다. 상대방이 마지못해서라도 동정을 하면 "너도 나랑 같잖아?" 라며 동류로 묶는다. 상대방도 본인과 다를 바 없으니 같이 우울해하거나 같이 화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험담 후에 갑자기 자기 자랑을 한다. 손가락에 담배 한 개비 걸고 짝다리 짚고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앞서 얘기한 대로 자기는 안 해 본 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많다는 뭐 그런 얘기들이다. 주로 나이 어린 후배가 희생양이 되어 저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본인 외에는 모두들 안다. 이 사람이 중증 허언증 환자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들은 남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외모는 이들에게 생명과도 같다. 외모 하나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거울에서 눈을 못 뗀다. 머리카락이 한 올이라도 흐트러지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 철마다 옷을 새로 산다. 저 많은 옷들을 보관할 옷장은 있나 싶다. 명품에 집착을 한다. 로고가 특별히 눈에 띄는 옷과 신발을 고른다. 누군가가 그 제품에 대해 아는 척이라도 하면 매우 신나 하고 반가워한다.
특이한 건 자동차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세차와 차량 정비에 유독 많은 시간을 쓴다. 틈만 나면 카센터에 간다. 남들이 본인 차에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한다. 동승한 사람이 차 안에서 뭔가를 만졌다고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른다. 발레 주차를 맡겼다가 차를 돌려받으면 주차 요원과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다. 뭐를 건드렸냐고. 안 건드렸다고. 이들이 여성보다 잘하는 유일한 재주가 자동차 운전이니까 차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가 내가 본 '희여멀건한 놈팽이'들의 특징이다. 라이즈 원빈이 이런 부류일 거라고 얘기하는 건 절대 아니다. 아빠는 잘 생긴 외모에 인성도 좋은 남성들도 많이 만나봤다. 성실하고 능력까지 갖춘 후배들도 꽤 있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남자들이 있으니 남자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희여멀건한 놈팽이'들을 조심하고, 너도 스스로 능력을 갖추어라. 아빠는 네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자립적인 여성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