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피터팬 콤플렉스

by 집없는 거북이

전철에 앉아 무심코 노인들을 봤을 때 난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은 나에게 두려운 존재들이다. 세대에 대한 개인적인 긍정 혹은 부정의 감정이 아닌 늙은 인간 이란 그 존재가 태초의 인간으로서의 나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저들을 표현해주는 주름과, 세월의 흔적과 대비되는 나의 사춘기 시절 여드름의 상처는 가장 큰 시각적 대비일 것이다. 이러한 젊음의 한가운데를 보내고 있는 나와 대비되는 저들의 모습은 동시에 나도 언젠가 저들처럼 늙어갈 것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담겨있다.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이란 모순된 존재에게 노화는 죽음의 과정이자 극복의 대상이다. 이러한 인식을 거꾸로 담은 영화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 점차 어려지는 한 남성을 보여주지만, 노화로부터 벗어나는 것 역시 인간에게는 완전한 만족감과 해답을 줄 수없다는 걸 역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시간을 공유할 수 없고, 타인과 그의 엇갈린 시간은 그의 상실감만을 더욱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우리가 갖는 ‘흰머리 파뿌리 돼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산다는’ 판타지는 어쩌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시간을 어떻게라도 가장 행복하게 직면하려는 인간의 반항 어린 축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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