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없는 거북이 Apr 24. 201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나브로

 인연은 참으로 신비해서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찾아오곤 한다. 언제나 새로운 인연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있지 못 하지만, 그 인연이 찾아오면 우린 쉽게 도망칠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도 참으로 부조리해서 인연에 대한 갈망이 없다가도, 막상 인연이 찾아오면 마지 못 해 그 인연을 받아들이게 된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다. 그토록 엉망인 두 사람에게 그 인연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줄 알았으나, 어느 순간 그들은 서로의 반쪽이 되어있었다. 비록 누군가의 장난처럼 그 인연의 시작은 가벼웠으나, 그 끝은 가볍지 않았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우리의 삶이 과연 그들처럼 해피엔딩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나의 옆자리는 지독하게 메말라있었다. 지나간 인연들이 나의 여유를 앗아가 버렸고, 나는 황량하게 풀 한 포기 안나는 메마름으로 이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메말랐던 나의 옆에 어느새 물이 조금씩 고이기 시작했다. 이슬이 바위에 스며들듯 여유란 웅덩이가 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의 웅덩이는 당장 오늘, 내일이 아니어도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올 인연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다. 그리고 헤어졌다.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엉망이지만 그들에겐 그전에 없던 무엇인가 있었기에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행복하게 끝났다. 나에게도 그런 인연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