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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없는 거북이 May 14. 2018

빅 피쉬

수줍은 아버지의 이야기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은 한 없이 거대한 존재였다. 아버지가 말한 모든 것들은 나의 세계를 구성했고, 나는 아버지가 말한 세상 속에서 살아왔다. 비록 그 말이 과장되고, 이해하기 힘들었을지라도 아버지는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점차 나는 커가고, 아버지는 그대로 있었다. 나의 세상은 나만의 것이 되었고, 과거 나를 구성했던 아버지의 세계는 이제 내겐 구태의 세계가 되었다. 나만의 세계에서 아버지의 세계는 보잘것없고 거짓 투성이인 세상이었다. 그는 과거의 인물이었으며, 앞으로의 시간은 나만의 것 같았다. 

  그런 아버지가 위대해 보이게 될 때가 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는 그가, 세상 그 누구보다 커 보일 때가 있다. 내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때, 아버지는 점점 더 커 보인다. 아버지는 모른다. 자신이 어떻게 자식에게 말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자신과 가깝고, 닮았기에 조심스럽다. 자신이 후회하는 자신의 삶을 살 것을 두려워한다. 아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어떠한 말도 직접적으로 하기 어렵다. 때론 과장하고, 때론 꾸며내어 말하기 일수였다.  

  나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그가 때론 원망스럽지만, 그가 말해온 그의 삶은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의 과거이자 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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