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잡이 12편 / 지천명잡이의 그날까지
불혹의 해를 맞은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불혹잡이를 위한 제2의 삶을 열어보겠다며 퇴사한 지도 반년이 지났다. 벌써.
하루는 길다.
그러나 돌아보면, 하루가 더해지고 더해진 한 달은 짧다. 짧았다.
충분히 긴 하루가 300개 모인 짧은 10개월이 총알처럼 지나갔다.
지금 눈앞에 혁신적인 결과는 보이지 않지만, 하루하루를 혁신적으로 살았던 것은 분명하다.
매일의 노력으로 복리의 발전을 누적했다고 자신한다.
애초에 불혹을 잡아보겠다고 한 것은 미혹에서 벗어나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한 해 만에 갑자기 객관적으로 큰 사람, 성공한 사람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돌잡이에서 불혹잡이로의 이행이 목표였다. 40년 만의 대대적 변화.
돌잡이의 비주체성, 선택권 없음, 주변 기대에 대한 혼란 등에서 벗어나, 주체성과 선택권을 스스로 찾아 확립하고 주변 기대에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어 불혹을 제대로 잡아내자는 것이 첫 결심이었다.
그러니 지금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인들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내 상태에 대해서 주로 말한다.
지금도 가족들은 '40세라면 응당 세상에 보여야 할 모습'을 갖지 못한 나를 우려한다.
걱정하는 마음인 것을 알기에, 아니, 그런 마음이 아니라 해도 상관없기에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수년 전이라면 자존심에, 자괴감에, 비판과 방어가 뒤섞인 마음을 말로 뱉어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편안하다. 편안하기에 일상의 과정 자체에 더 힘이 실린다. 과정이 현재에 오롯이 존재하니 꾸준함의 밀도가 높아지고 색채가 뚜렷해진다.
지금 흘러가는 이 모든 것들, 호흡하는 나, 이렇게 글을 작성하는 나, 더 나은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 과정이 너무도 충만하다고 '실제로' 느끼고 있는 나.
이것이 바로 존재와 성장이라는 것. 이를 말로 표현하거나 증명할 수는 없으나, 확신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정도로 확신하는 나.
10개월 동안 이런 나를 이루어냈다.
이제 하늘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의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의 과정 속에서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된다. 인생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흔들리지 않으면 잔잔하다. 잔잔하게 나아가면 행복이다.
행복하다면 흔들릴 일이 없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