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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3. 2022

말싸움의 기술

1. 되묻기 

 되묻기의 효과     


 자 그럼 성격이 급한 독자들을 위해 신속히 본론으로 넘어와서 논쟁의 초보들이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첫 번째 기술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것은 바로 ‘되묻기’ 스킬이다. 엄마 혹은 연인들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네가 뭘 잘못했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막 가슴이 서늘해지고 할 말을 잃는다. 이런 질문에 ‘신경 써서 멸치볶음을 해주셨는데 그걸 생각 없이 짜다고 말해서 어머니의 노력을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 감정을 상하게 했습니다.’ 라거나 ‘내일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나태해서 아무런 계획도 세우질 않아 너에게 애정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구나.’라고 즉각적으로 대답할 똑순이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은 인지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질문에 곧바로 완결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우리는 이 점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의 논리 없는 공격에 이렇게 한 번 말해보자.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상대는 그 공격에 타당한 이유를 갖지 못했기에 머뭇거릴 것이다. 떠듬거리며 무언가를 얘기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떠듬거림이 곧 그들의 공격의 부당성을 입증할 것이다. “이..”, “그...”, “저...”와 같은 간 투어의 빈번한 사용은 그들의 나약함을 그대로 노출시키게 된다. 또한 상대의 사소한 잘못을 구구절절 눈알을 굴리며 읊어 보이는 것은 그 말과 제스처에 힘이 없으면 쪼잔해 보이기 십상이다. 혹은 상대가 아무런 대답을 못한다고 해도 그건 반대로 나의 떳떳함을 증명해주게 된다. 이렇듯 ‘되묻기’ 기술은 단순해 보일지라도 말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만능 폭격기와 같다.      


 이렇게 내가 되물을 때 많은 사람들은 막상 뭘 말해야 될지 떠오르지 않아 “참...”, “됐어!”, “말을 말자..”라며 도망칠 것이다. 그때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을 지어 승리에 못을 박아야 한다. 말싸움의 기본적인 공식은 흥분한 사람이 패자라는 것이다. 그간 행동이 떳떳하고, 논리가 탄탄한 사람은 흥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UFC 같은 육체적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상대의 공격 능력을 상실시켜야 한다. 상대가 쓰러지거나 부상을 입어 더 이상의 공격권을 가질 수 없을 때 경기는 중단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잃게 만들어야 한다. 말의 소재가 떨어진 사람은 우리를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의 벼락같은 되묻기 공격은 첫 번째로 상대의 할 말을 잃게 만들고, 두 번째로 상대의 말의 소재를 최대한 뽑아내는 효과가 있다. 상대가 할 말을 잃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한다면 연이어 공격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때는 그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승리를 확정 지으면 된다. 그러나 만약 상대가 하수가 아니라 무언가 설득력 있는 말을 에너지 있게 뱉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질문을 통해 상대의 전략적 선택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말을 길게 하는 과정 중에서 우리는 생각의 시간을 벌어 다음 공격을 준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A : 넌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B : 구체적으로 어떤 게 말이야설명해줄 수 있어?     


 A : 음.... 일단 첫 번째로 약속 장소를 강남에서 잡을 때가 많은데 그건 너의 집 쪽에서 더 가깝고.. 그리고 두 번째로 저번 약속에서 내가 다른 약속 다 취소하고 왔는데 네가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된다고 빨리 가버린 거 그런 것들이 말이야. 


 B : 또 다른 건 없어?     


 A : 음... 일단은      


 B : 그래. 우선 그간 약속 장소를 강남으로 정한 건 우리가 종종 만나던 초창기에 네가 먼저 강남에서 보자고 해서 나는 그 편이 네가 편한 줄 알았어. 그리고 두 번째로 내가 일찍 자리를  떠난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전날 내가 미리 양해를 구했어. 내가 자주 그랬던 것도 아니고 단 한 번이었어. 그때 너는 괜찮다고 답했고. 그 부분에 감정이 상했다면 내가 할 말이 많진 않지만 더 신경 쓰도록 할게. 또 다른 건 없어? 곰곰이 한 번 생각해봐이번 기회에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     


 A : 응.. 더는 없어..      


 위의 예처럼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에서도 되묻기 기술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상대에게 감정이 상한 원인을 지속적으로 되묻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상대를 당황시킴과 동시에 앞으로 갈등의 소재가 될 만한 것을 뿌리 채 뽑을 수 있다. 얘기할 기회를 충분히 줬고 그에 맞춰 내가 소상히 답을 한다면 상대는 공격의 명분을 완전히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 더 크게 번질 갈등 또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되묻고, 상대는 애를 써가며 답변하는 상황 연출을 통해 우리는 그 상황에서의 우위를 간편하게 점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우리는 우리의 생활의 안정을 위해 모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렇기에 상대가 두세 가지 정도의 이유를 얘기한다면 그중 하나 정도는 인정해줄 아량을 베풀 필요가 있다. 상대의 자존심을 일정 부분 인정해줌으로써 상대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위의 대화에서도 화자는 갈등이 더 번지지 않게 상대의 이유에 대해 일부분을 공감을 해주었다. 이를 통해 더 이상의 공격을 완전히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상대의 대답에 아주 약간의 연출된 공감을 얹는다면 이는 격화될 갈등에 대한 소화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미 내가 들어 ‘주는’ 모양새를 연출함으로써 다툼에서 승기를 잡았다면 상대에게 퇴로 만들어줘 냉전에 대한 완전한 종식을 선포하는 것이 옳다.               

   

 위의 예는 너무 순한 맛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되묻기의 효과가 순한 싸움에서만 먹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좀 더 격한 예를 들어 되묻기의 강력한 효과를 가늠해보자.      


 A : 나에 대한 네 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들었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한 건지 좀 알고 싶어얼굴 붉히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으니까.   

  

 B : 누가 그렇게 얘기해?     

 

 A : 그게 논점은 같은데. 난 네가 나쁘지 않은 사람인 걸 아니까 서로 오해할만한 부분을 푸는 게 우선인 것 같아. 얘기해줄래?       


 B : 음.. 일단 네가 먼저 취업했다고 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게 다른 애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반대 입장이었으면 너도 마음이 불편할 것 같은데.   

   

 A : 그래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고. 일단 내가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다고 느낀 다른 사람이 있었어?     


 B :...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아도. 아마 그렇게 느낄 것 같은데.      


 A : 그래. 알겠다. 그럼 너하고 얘기해서 푸는 게 우선일 것 같네. 내가 취직했다고 말하는 거는 

     자랑의 의도는 전혀 없었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맥락에도 전혀 어긋나지 않았던 것 같아.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만 취직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앞으로는 줄여는 볼게. 너와의 관계도 중요하니까. 또 다른 건 없어      


 B :..... 응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크게 구분해 자신에 대한 이야기 혹은 남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후자이다. 험담을 하는 것이 사회적 기준에서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것들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그렇기에 타인이 자신에 대해 입을 놀린다고 절망하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입이 심심하던 찰나에 우연이 내 존재가 그들의 그물망에 걸린 것뿐이니까. 사람들의 험담을 성향이 아닌 본능이라고 생각하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기준에서 뒷담화가 옳지 않다는 점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뒷담화를 주도하는 이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둘이 얘기하는 과정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상황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뒷담화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나의 평판에 직접적인 대미지를 주지 않고 수다스러운 누군가가 다른 이들을 훑던 중 나도 그의 입술에 걸린 것이면 적당히 눈감아줄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회사 신입사원 시절 눈에 띄었던지 누군가가 내 검은 정장을 더러 야쿠자 같다거나 내가 선물 받은 명품 구두에 대해 입에 올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적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뒷담화의 주요 표적으로 삼고 그 행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그것이 나의 평판에 타격을 준다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뒷담화에는 특별한 명분과 이유가 없다는 점, 사회적 기준에서 뒷담화는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뒷담화가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에게 망신을 주지 않고 따로 불러 조용히 이야기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상황의 우위를 쉽게 점할 수 있다. 대다수는 그 상황에서 황소와 같은 기세를 멈춘 채 약간의 수치심으로 움츠러든 모양새를 취할 것이다. 그때 차분한 말투로 뒷담화의 소재를 완전히 뽑아내어 적절히 답해줄 필요가 있다. 그 소재는 대게 빈약하고 터무니없을 것이니 흥분하지 말고 담백하게 답해주면 된다. 중요한 것은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뒷담화의 피해자는 잘못한 것이 없고, 이러한 상황이 자신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니기에 흥분하거나, 울분에 가득 찬 말투로 토로하듯 말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 상황에서는 오히려 담담한 말투에 힘이 실리게 된다.          





 되묻기의 심화      


 자 우리가 겪어왔던 말싸움의 상황을 한 번 곱씹어보자. 그중에서 우리가 말싸움에 패했던 상황을 반추해보자. 생활 속에 겪는 대게의 말싸움에서 승리는 완전한 논리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서 거둬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나온 질문에 말문이 막히거나 혹은 말문이 막혀 다짜고짜 흥분할 때 거둬진다. 다시 말해 말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상대가 쉽게 대답하지 못할 교묘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 번째는 절대로 흥분하지 않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울음이나 분노로 말싸움을 종식시킬 수는 있으나 이를 통해 거둔 승리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나약함을 전파시킬 뿐이다. 우리가 느낄 때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은 상황에 대한 내성이 강한 것에 있다. 그들은 웬만해선 상황에 잠식당하지 않는다. 상황을 주도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 조성되어있을 때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반대로 얘기해서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거나 자존심이 강하지만 그 자존심에 걸맞은 에너지와 논리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만큼 말싸움에 이기기 쉬운 상대도 없다. 그들은 쉽게 자존심과 감정이라는 덫에 걸려 말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쉽게 타협하지 않을뿐더러 순간의 자신감을 지키고자 자기 파멸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가장 두려울 때는 자신이 가진 패를 보이지 않을 때다. 그가 꺼낼 무기를 가늠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꽤나 자주 극단적인 방향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진 패가 많은 사람처럼 여유롭게 보여야 한다. 상대는 내가 가진 패를 온전히 모르기에 닥칠 위협의 최대치를 상정하고 내가 제안한 협상안에 쉽게 응하게 된다. 운전 중에 시비를 붙어 두 사람 모두가 운전석에 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A : 운전을 왜 그따위로 해!


 B : 제가 어떤 식으로 운전을 했는데요? 저에게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가요?      


 A : 그럼!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은 조심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젊은 사람이 말이야.     


 B : 선생님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나름의 조심은 했습니다. 마침 차가 많아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접촉 사고에 대한 과실은 법적 잣대 하에 정확하게 가려질 겁니다. 그때 만약 제 과실이 드러난다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과도 드릴 거구요. 물론 선생님도 그래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A :.... 그래! 한 번 까 보자고!      


 B : 그전에 따로 주장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실까요     


 A :... 


 B : 사고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니 최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흔히들 운전 시비가 붙으면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긴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목소리가 큰 쪽이 이기는 이유는 자신이 그 위협에 굴복하기 때문에 그렇다. 행여 자신의 잘못이 크다 하더라도 위협에 굴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보상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인간적으로 굴종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흥분한 상황에서 우리의 이성적 사고는 잠시 마비된다. 다시 말해 흥분한 상대에게 송곳 같은 질문이 가장 잘 먹힌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쉽게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상대가 불필요하게 흥분한다면 ‘이성적’, ‘합리적’, ‘효율적’이라는 말을 은밀히 첨가하여 그들의 태도를 꼬집어 수치심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꼭 상황의 말미에 더 할 말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 좋다. 더 할 말이 있는지를 친절하게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았다면 이는 상대가 공격의 이유를 전부 다 드러냈다는 뜻이 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태도를 일관되게 가져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언급한 두세 가지의 이유 안에서만 말을 반복하며 그에 대한 답이 나왔을 경우 화를 누그러뜨리게 된다. 또한 타자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옹고집으로 같은 맥락의 말을 반복하는 자는 우습고 나약해 보이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속 좁아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 성격이 그렇지 않을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넓어 보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말싸움에 질 것 같은 상황이 조성되었을 때 우리가 친히 퇴로를 마련해준다면 그는 자신이 양보한 양 그 퇴로를 덥석 물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미울지라도 우리는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방어하기 위해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말을 섞을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사람은 누구나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럴 때가 있어.”, “너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서로 감정이 조금 격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네.” 같은 말이 이 같은 역할을 한다. 


 되묻기를 정말 잘하는 사람, 특히나 토론에 능한 사람은 상대의 주장에 의아함을 표출하며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스스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싫어하며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하는 심리를 이용하여 상대를 자극하여 흥분시키는 것이다. 나의 그런 미끼에 걸려든 사람들은 황급히 그런 게 아니라며 자신을 해명하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심판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순간 말싸움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 법복을 입은 재판관 앞에선 피고인처럼 자신이 억울하다며 해명하는 사람이 어찌 재판관의 권위를 넘을 수 있겠는가.      


 A : 나의 어떤 부분이 네 기분을 상하게 했니? 

 B : 내가 저번에 너 글 쓰는 거 피드백도 하고 도와줬었는데. 넌 내가 이거 할 때 신경도 안 쓰고 

     너 할 것만 하고..   

 A : 아 그런 생각을 했었니? (의아한 표정)              

                        

 상대에게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질 경우 순발력이 미흡한 상대는 대게 치졸한 이유를 대기 십상이다. 무언가 감정이 상했을 때 뭣 때문인지를 묻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치졸한 반응에 순진무구하고 의아한 반응을 던지면 상대는 쉽사리 당황해 자신의 말에 대해 해명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이를 진중하게 들어주고 맞춤 처방을 내려주는 일이다. 자신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하는 순간 언쟁은 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구구절절하게 이유를 대는 역할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아량을 베풀고, 퇴로를 만들어주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자신이 맡는 것이다. 언쟁이 높아질 상황과 마주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이것이다.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언쟁의 시작 전부터 이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은 반드시 질문의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질문의 주도권을 잡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언쟁에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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