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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9. 2022

진리의 탄생 2.

간단하게 알아보는 철학사

 그러나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독히도 이상을 추구하는 스승에 반대했다. 플라톤은 이상의 끝인 기하학에 심취해있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을 좋아했다. 플라톤이 세운 학교 정문 앞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는 구절이 쓰여있었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만든 정원에는 그가 가르친 제자인 제왕 알렉산드로스의 지원을 받아 만든 세계 최초의 동물원이 있었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의 골방에서 사색을 즐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케이온의 정원에서 관찰을 즐겼다. 


 플라톤이 절대적 하늘 위의 이데아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면 그는 변화하는 땅 위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을 질료가 나아가는 운동으로 파악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렇게 경험주의 철학의 포문을 열었고 진리에 대한 상대주의적 태도의 표본이 되었다. 또한 그는 삼단 논법을 개발함으로써 수사학과 구분된 논리적 타당성을 따지는 '논리학'이라는 독립 분과 학문의 탄생을 주도했다. 


 가령 도리에우스가 승리의 대가로 월계관을 받았다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는 올림피아에서 승리자였다.'라는 말로 충분할 뿐이다. 여기에 '올림피아에서 승리자는 월계관을 받는다.'라는 전제를 덧붙일 필요가 없다. 이런 사실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_<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진리의 절대주의는 근대로 넘어와 데카르트의 합리론으로, 상대주의는 베이컨의 경험론으로 이어졌다. 데카르트는 30년 전쟁 와중 오직 이성의 힘으로 '방법적 회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낸 반면 베이컨은 관찰을 통해 진리를 추론하는 귀납적 방법론을 정립했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의 영향을 받아 귀납법을 설명하는 자신의 책을 'Novum Organum(신 기관)'으로 이름 지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귀납법 중 대표적 형태인 열거적 귀납법은 'A1은 B이다. A2는 B다. A3는 B다. 그러므로 모든 A는 B다.'라는 방식으로 표기된다. 그런데 제외와 배제라는 절차를 더한 베이컨의 귀납법은 'A1은 (a, b)다. A2는 (c, d, e)다. A3는 (f, g, h)다. A4는 (-b,-d,-h)다. 그러므로 A는 (a, c, e, f, g)다.'로 풀이된다. 


이후 칸트는 내 앞에 드러난 세계를 '현상'으로, 현상 너머의 진짜 세계를 '물자체'로 불렀다. 칸트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현상, 즉 머릿속에 재구성된 관념뿐이라는 독자적 관념론 사상을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눈앞의 물질세계를 나의 내면세계와 연관 지었다. 이로써 플라톤의 합리론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론을 종합하여 자아와 세계의 분리라는 이원론의 전통을 극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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