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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규 Jan 02. 2023

김병규의 [소비 연비] 이야기 (21)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17 "선물을 낭비하지 마라"

안녕하세요. 브랜드와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대 김병규입니다. 저는 브런치와 같은 [긴 글 공간]이 가진 가치와 힘을 믿습니다.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서 - #호모 아딕투스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감각을 디자인하라)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17 "선물을 낭비하지 마라"



#선물이 낭비되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고마운 사람이나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선물을 사는 일은 즐겁고 보람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선물을 잘 사용할까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선물을 받는 순간에는 고마움을 표현하지만 얼마 후 방문을 해보면 선물들은 집구석에 방치된 상태로 잘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물을 주고 난 후에는 자신이 준 선물이 잘 사용되는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기회가 있어서 직접 확인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선물이 잘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준 선물들이 잘 사용되고 있는 지를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받은 선물들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거나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이죠. 선물로 받은 제품들은 선물해준 사람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처분해 버리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집안 구석이나 서럽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차리리 현금으로 받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결혼 축하 선물을 고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참가자들을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역할로 나누고서 두 가지 선물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한 선물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인쇄된 머그컵 세트였고, 다른 하나는 사용감이 뛰어난 인체공학적 머그컵 세트였습니다. 참가자들의 선택을 분석해보니 선물을 주는 사람의 경우에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인쇄된 머그 컵을 선물로 주고 싶어 했고, 받는 사람은 반대로 인체공학적 머그컵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서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가 밝혀졌습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선물을 받는 사람이 받는 순간에 얼마나 기뻐할지를 생각해서 선물을 선택하는 반면 받는 사람은 자신이 사용할 때 더 좋은 선물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머그 컵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이 인쇄된 커플 머그컵보다는 사용하기 편리한 인체공학적 머그컵을 선호하게 됩니다. 반면 선물을 사는 사람은 받은 선물이 얼마나 잘 사용될 것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을 열어보는 순간에 얼마나 기뻐할 것인지만을 생각해서 선물을 고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잘 사용하지 않게 될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선물을 살 때 선물 받는 사람이 선물을 개봉하는 순간에 얼마나 기뻐할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받는 사람이 크게 기뻐해야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깜짝 선물일수록 상대방이 더 크게 기뻐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무엇을 받고 싶은 지 물어보지 않고서 몰래 선물을 준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판매되는 인기 제품을 고르기보다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이나 개봉했을 때 화려해 보이는 제품을 선물로 사게 됩니다. 가령, 선물용 초콜릿을 사는 경우,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맛의 초콜릿이 가득한 제품보다는 독특한 맛의 초콜릿이 다양하게 포함된 제품을 사거나 초콜릿의 양이 작아도 포장이 크고 화려한 제품을 구입하게 됩니다. 또한 자신이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 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제품을 선물로 사기도 합니다. 반면 선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물로 받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지 혹은 이 제품이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선물을 사준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제품에 대해서는 만족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이 돈을 주고 직접 구입한다면 사지 않을 제품들만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이죠. 결국 선물로 구입된 많은 제품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많은 비용과 자원이 낭비되는 일이죠. 


#상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선물하라


고마운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선물로 구입한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선물로 준 모든 제품이 오랜 기간 잘 사용되는 것이겠죠. 선물로 구입한 제품이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선물을 고를 때 선물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겠다는 생각은 그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선물 받는 사람이 기뻐하길 원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그 결과로 자신과의 관계가 발전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선물을 하는 것이기에 이기적인 마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물 받는 사람이 아무리 선물을 개봉하는 순간에 기쁨을 표시해도 이 제품이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치가 곤란한 물건만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선물이 낭비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가장 필요한 제품을 선물로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선물을 위한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구입하려는 제품을 선물로 주는 것이죠. 만약 선물 받는 사람이 지금 가장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이 제품을 선물로 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런 제품은 겉모습이 화려한 제품이나 독특한 제품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입하는 평범한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받는 순간에 상대방의 기쁨은 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되는 제품이라면 선물을 준 사람에게 오랫동안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무엇이 필요한 지 모르는 경우라면 어떤 제품이 필요한 지 직접 물어보거나 상품권과 같은 현금성이 있는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물은 받는 순간에는 큰 기쁨을 주지 못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한 선물은 상대방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위한 것이라는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로 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입니다. 



소비 연비를 높이는 기술 - # 17 선물을 낭비하지 마라


선물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선물을 받는 순간 얼마나 기뻐할지만 생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을 선물을 주게 된다. 선물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화려하거나 독특한 선물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선물로 줘야 한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한 2022년 12월 기준으로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는 구글, 네이버, 다음 등에서 전혀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이 "소비 연비", "돈의 연비"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곳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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