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개념 (4) 먹는 순서
탄수화물을 최대한 조금 먹어야 한다는 걸 안 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채소를 늘려야 했어요.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는 지방을 많이 늘려야 했고요.
과식했을 때, 목구멍까지 (식도까지) 음식물이 차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잖아요. 결국 각 개인별로 먹을 수 있는 양은 한도가 있어요.
아무리 대식가여도 무한한 양을 먹을 수는 없죠. 용량의 한계가 있으니까요.
퍼센트 개념으로 말하면, 각 사람마다 용기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100씩 가지고 시작하는 거예요.
이전의 섭취량을 채소10 / 지방 10 / 단백질 20 / 탄수화물(당류) 60 정도였다고 할게요. 참고로 이 비율은 제육볶음을 생각하며 썼어요.
메뉴가 바뀌면 비율도 바뀌겠죠? 특히 떡볶이 같은 것은 탄수화물 100인 경우도 있어요.
이것을 채소는 50 이상으로, 탄수화물은 10 이하로 조절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먹을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으니까 둘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가지게 되죠.
실제 식사할 때 생각하면, 먼저 샐러드를 듬뿍 먹어요. 이때 올리브유를 듬뿍 뿌려 먹죠. 지방과 식이섬유를 동시에 배 속으로 한 접시 가득 넣어주는 거예요.
다음으로 단백질. 단백질이라고 해도 삶은 달걀이나 닭가슴살이 아니면 보통 지방을 함께 먹게 돼요. 삼겹살 먹을 때도 지방이 붙어 있고, 스테이크 구울 때도 버터 두르고 굽게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밥/빵/면 등의 탄수화물을 먹어요. 이미 채소+지방과 단백질+지방이 충분히 들어간 상태라서 어느 정도 포만감이 있는 상태겠죠. 많이 먹기 쉽지 않아요.
이렇게 하면 먹는 총량에서는 채소 섭취량이 늘어나고,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는 지방과 단백질을 더 먹게 돼요.
저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먹게 됐어요. 탄수화물은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고, 그렇게 실컷 먹고 나면 아무리 신선한 채소가 눈앞에 있어도 손이 안 가더라고요. 역방향으로는 작동하지 않는 거예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은 먹을 수 있지만,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는 먹을 수 없어요.
샐러드 실컷 먹고 스테이크 먹고 밥 한 술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은 먹을 수 있지요? 고기 잔뜩 먹고 나서도 냉면은 먹고 싶고, 빵 실컷 먹고 나서도 카라멜 마끼아또는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스크림 잔뜩 먹으면 밥을 먹으려 할 때, 라면 가득 먹고 나서 고기 먹으려 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억지로 조금 먹을 순 있지만 잘 들어가지 않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단 거 좋아하는 게 뇌. 인간은 그렇게 세팅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기아를 벗어나는 것이 주요 과제였던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기에는 이런 메커니즘이 유용했겠지만, 음식이 넘쳐나서 비만을 고민하는 시대에는 세팅대로 살면 비만이 오는 거죠.
그러니까 꼭! 채소부터 먹어야 해요.
이렇게 한참 식사패턴을 정립해가던 중에, <식사 순서 혁명>이라는 책을 발견해서 읽어봤어요. 저자는 일본 의사예요.
그런데 환자들에게 영양 지도 할 때 항상 '채소 좀 먹으라'라고 하는데 효과를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 식이섬유는 분명 장에서 당질, 지질의 흡수를 천천히 하도록 하고, 장 운동을 촉진해서 변비도 예방하고 좋은데.
고민하다가 깨달았어요. 영양 지도 매뉴얼에는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만 써있지 언제 먹으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는 것을.
그때부터 영양 지도를 할 때 '채소를 가장 먼저 먹으라'고 한마디를 곁들였대요. 그러자 환자들의 혈당치, 중성지방,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 결과가 사진 속의 그래프예요. 내친김에 책 소개를 해보면 저자는 교토시립병원 근무할 때 당뇨병, 대사내과 부장이었고 현재는 개원의이자 당뇨병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평생에 걸쳐 이 문제와 씨름한 것이죠. 당뇨 위험이 있는 분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해요. 170페이지도 안 되는 분량으로 최대한 가볍게 쓰인 책이어서 술술 읽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냥 단순하게 아래 한 줄만 기억하셔도 좋아요. 이렇게 말이죠.
빵 실컷 먹고 샐러드 먹긴 싫으니까,
샐러드를 먼저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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