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 인간 Apr 28. 2022

바로 잡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없다.

세 도둑의 꾀

“음메!”

“그래, 어서 가자꾸나!”


한 농부가 시장에서 염소를 사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저 뒤에 수상하게 보이는 세 남자가 무슨 궁리인지, 자기들끼리 이러쿵, 저러쿵 떠들고 있다.


“그렇게만 하면 저 염소를 뺏을 수 있다 이거지?”

“틀림없지. 나만 믿으라고.”

“그래, 좋아. 해보자!”


   세 남자 중 키가 가장 작은 사내가 농부 뒤로 바짝 붙었다. 그는 깜짝 놀라는 채 하며 말했다.


“이보시오, 그렇게 사나운 개를 어깨에 메고 어딜 가는 거요?”

“뭐요? 이건 개가 아니라 염소요.”


   키가 작은 그 남자는 한 마디 툭 던지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옆길로 빠졌다. 농부는 잠시 멈춰 염소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염소였다. 자신에게 말을 건 저 남자가 잘못 보았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염소를 어깨에 메고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번에는 입술 위에 듬성듬성 수염이 난 두 번째 남자가 살금살금 옆으로 걸어와서는 헛기침을 하더니 ‘이렇게 더운 날 그렇게 사나운 개를 어깨에 메고 어딜 가냐’고 농부에게 묻는다.


“멀쩡한 개를 염소라고 하다니, 더위라도 먹은 모양이구려. 집에 얼른 가시는 것이 좋겠소!”


   농부는 ‘왜 염소를 개라고 하는 거냐’며 이제는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자, 수염이 듬성듬성 난 그 사내는 혀를 차며 더위에 지친 것 같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라고 말한 뒤에 슬그머니 뒤로 사라졌다.


“혹시 내가 개를 염소인 줄 알고 잘못 산 걸까? 아냐, 그럴 리 없어. 조금 전에 ‘음메’하고 우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는걸?”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나 갑자기 나타나서 염소를 개라고 말하니, 농부는 지금 자신이 어깨에 메고 있는 이 짐승이 개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배가 툭 튀어나온 남자가 농부 앞을 우연히 지나가는 척하면서 말을 걸었다. 염소를 빼앗으려는 세 남자 중 하나였다.


“아니, 세상에나! 당신은 그 개가 무섭지도 않소? 어깨에 메고 잘도 다니시는구려.”


   남자의 말을 듣고 농부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염소를 내려놓고는 팔꿈치를 꼬집어보았다. 따끔한 것이, 꿈은 분명 아니었다. 때마침 염소는 또 한 번  긴 울음소리를 내었다. 농부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음메’하고 우는 이 짐승이 염소가 아니고 개라니?


“아니, 그럼. 개를 개라고 하지, 염소라고 하겠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농부의 얼굴을 보고 이때다 싶어 배불뚝이 남자는 한 번 더 농부가 어깨에 메고 온 이 동물은 개가 아니라 염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체념한 듯, 농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그래요, 내가 잘못 보았소, 이건 분명 염소가 아니라 사나운 개요.”


   그러더니, 염소를 덩그러니 버려둔 채 손을 탁탁 털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 세 명의 남자는 이렇게 농부에게서 염소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 고대 인도 설화집 히토파데샤 중 ‘세 도둑의 꾀’ -



“그동안 속았던 거네?”


당연하게 사실로 받아들였던 이야기들이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는 ‘우리나라는 UN이 선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물을 아껴야 한다며 변기에 벽돌을 넣어두셨다. 어머니는 ‘탄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린다.’는 말을 텔레비전에서 보시고는 ‘조금이라도 고기가 타거든 그냥 버리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 UN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사설 연구 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 PAI에서 한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한 것을 몇 년 뒤 UN이 인용한 것이었다.


   물론 한국은 강수량에 비해 가용할 수 있는 물이 적고, 1인당 물 사용량도 많은 편이니 물을 아끼긴 해야 한다. 또한 탄 음식이 암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아주 새카맣게 태운 뒤, 2톤쯤은 먹어야 한단다. 그러니까, 사실상 탄 음식이 발암물질이라는 건 정확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이라던가, ‘혓바닥 부위마다 맛을 구분하는 곳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한 번쯤 들어 본, 진실이라고 믿어왔지만, 사실은 거짓으로 판명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가짜 정보에 속아 넘어가는 걸까?


   시장에서 염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농부는 처음엔 ‘이건 염소가 아니라 사나운 개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반복해서 ‘왜 그렇게 사나운 개를 어깨에 메고 가느냐?’는 말을 듣자, 농부는 ‘저 말이 맞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거짓 뉴스에 넘어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사실인 것 마냥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여부 확인 없이 계속해서 퍼지는 가짜 정보들은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였던 Charles-Marie Gustave Le Bon이『군중 심리학』에서 말했듯 ‘위세’라고 알려진 신비한 힘을 획득함으로써 커다란 힘을 갖게 된다. 거짓이 어느새 진실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거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말이나, 정보를 보게 되거든 그 즉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농부가 수고를 감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염소를 판 사람에게 자신이 메고 있는 것이 염소인지, 개인지를 확인했다면, 염소는 길거리에 버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기억하라. 아주 약간의 의심이라도 들거든, 그 자리에서 바로 거짓을 잡아내고, 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바로 잡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대기만 하면 기대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