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겨룬 물떼새
“곧 나올 것 같아요.”
거북이며, 악어, 돌고래, 진주조개, 달팽이까지 바글대며 사는 바닷가에는 물떼새 한 쌍도 살았다. 암컷은 알을 낳을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수컷에게 ‘알 낳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라’고 말했다.
“여보, 그러면 당신 말은,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이 터전이 알 낳기에 좋지 못한 곳이라 이 말이오? 여기도 알 낳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소!”
그 말을 들은 암컷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알을 낳으라고요? 이렇게 위험한 곳은 다시는 말하지 마세요. 저기 봐요, 멀리서부터 바다가 파도를 밀고 여기까지 오는 걸 당신은 못 봤습니까? 여기에 알을 낳았다간, 우리 아가들은 틀림없이 물결에 쓸려 나갈 거예요!”
그러자, 수컷은 가슴을 크게 부풀리며,
“걱정 마시오, 바다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소. 감히 저 바다는 우리의 알에 해코지를 할 수 없을 거요. 나는 위대한 새들의 왕이니까!”
말하고는 큰 소리로 웃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암컷은 정신 차리라는 듯,
“이봐요, 그런 흰소리(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를 지껄여서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 우린 그냥 새일뿐이에요. 파도가 밀려들지 않는 곳으로 당장 가야 한다니까요? 안 그러면 가여운 아가들을 파도가 집어삼킬 거예요!”
하지만, 수컷은 여전히 소리를 높였다. 바다는 위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둥지 근처에 얼씬도 못할 거라며 여기가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를 최고의 장소라고 말했다. 암컷은 수컷의 고집에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거기에 알을 낳았다.
그리고, 어느 날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먹이를 기다리던 아기 물떼새들은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들의 부모가 빈 둥지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제야 수컷 물떼새는 스스로 과대평가했던 일을 눈물 흘리며 후회했다. 어느 노승이 그 모습을 보고 노래를 지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 나 자신을 아는 일이라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아는 자는 바다와 겨룬 물떼새와 같이 곤경에 빠지지 않으리.’
- 고대 인도 설화집 판차탄트라 중 ‘바다와 겨룬 물떼새’ -
“이번 시험 느낌 좋은데? 왠지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아!”
중학교 시절, 시험이 마치면 큰 소리로 ‘이번에 내 점수 대박’이라며 시끄럽게 떠들던 친구가 있었다. 누가 보면 전교 1등을 밥 먹듯이 하는 아이인 줄 알았겠지만, 녀석은 겨우 반에서 꼴찌를 면하는 수준이었다. 정작 줄곧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P는 시험이 끝나면 늘 묵묵히 다음 시험을 준비하곤 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는 그런 깜냥이 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충분히 능력이 되는 것 마냥 으스대는 사람들을 가리켜 쓰는 말이다. ‘바다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가슴을 부풀렸던 수컷 물떼새에게 수레가 있었다면, 그 역시 텅 빈 채로 요란한 소리를 냈을 것이다.
수업 때는 머리를 격하게 흔들며 졸아대던 그 녀석이 자신만만하게 ‘시험 대박’이라고 말한 것이나, 실상은 날개 짓 밖에 할 줄 모르면서 ‘저 큰 파도는 절대 둥지를 넘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던 수컷 물떼새 모두, 자기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소위 ‘능력 있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것뿐 아니라,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 반대의 모습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된 것인지를 모른다. 그들은 본인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지 못한다.
노벨 문학상과 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Anatole France의 말처럼, 교육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또 어떤 것을 모르는 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끝없는 자기 맹신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배우는 사람, 학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인생이라는 수업에서 우리는 쉬엄쉬엄, 천천히 삶을 배워가는 태도도 익혀야겠지만, 때로는 시험시험, 나 자신이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모르는지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아야 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