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쓸 수 있는 이유
‘삐! 삐비빅!’
토요일 오전 9시 23분, 잠겨있는 회사 문을 연다. 로비 불을 켠다.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와 온풍기를 켜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화장실에 간다. 문틈으로 빨간빛과 함께 ‘졸졸졸’ 무언가 흐르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끼이이익’
조심스레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빨간빛은 밤새 돌아간 온풍기였고, ‘졸졸졸’ 소리는 약하게 틀어져 있는 수도꼭지 사이에서 흐르는 물이 ‘나는 아직 얼지 않았다’며 존재감을 내는 소리였다.
요 며칠 사이 겨울이 강하게 자기주장 중이다. 얼마나 추운지, 내가 좋아하는 퀼팅 재킷은 얼마 입지도 못하고, 패딩만 입었다. 날씨가 이러니, 수도관 얼지 말라고 온풍기며,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거다.
‘나도 저렇게 써야지.’
밤새 조금씩이나마 얼지 않고 졸졸 흐른 수돗물과 온풍기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에게도 온풍기가 있으니, 계속해서 졸졸졸 소리라도 내며 흘러가기로 결심했다. 어제, 나는 약 한 달의 공백을 깨고 다시 글을 썼다.
많은 분들이 마치 온풍기가 수도꼭지를 향해 따스한 온도를 내어주듯 내게 환대와 사랑의 온도를 쏟아주셨고, 나는 그들 앞에서 ‘다시 이곳을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수도관을 동파시키려는 듯 매섭게 달려드는 추위처럼, 못 쓰게 만드는 상황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것을 안다.
하지만, 확신한다. 화장실 수도꼭지처럼 졸졸졸 소리 내며 무엇이라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온풍기처럼, 아니 온풍기보다 더 따스한 환대와 사랑의 온도를 쏟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수도꼭지에게는 온풍기가, 나에게는 당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