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moMistakes Aug 25. 2020

마케팅 콩깍지 예방법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 외부자와 냉각기

어제 한 중소기업의 CEO와 화상회의를 했다. CEO는 새로운 제품에 들어갈 특정한 요소 A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애착의 크기만큼 A가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점. 


"당신이 연구하고 투자한 A는 그렇게까지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해도 되겠지만 감정적으로 반발하거나 방어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컸다. 그 대신 질문을 던졌다. 


"카테고리 X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로 계속해서 범위를 확장해 보아도 CEO의 답변에 A와 연결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과정을 통해 CEO 역시 A가 그렇게 대단한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실망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나타나는 순간이다. 몰입해왔던 A가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 실망감과 A를 전면에 내세워서 상품화를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어제 만난 중소기업 CEO는 경험이 풍부하고 스마트한 사람이었지만 A라는 콩깍지에 씌어버리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열정적인 몰입과 냉철한 객관화를 동시에 해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CEO는, 마케터는, 브랜드 매니저는 대개 열정적으로 몰입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는 마인드가 강하다.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을 A는 상당기간 CEO의 동기부여, 목표, 촉진제, 스팀팩 역할을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표와 내가 화상회의를 했던 타이밍은  A가 반영된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직후였다. 그의 관심은 온통 A에 쏠려 있었고  A라는 콩깍지를 통해 시장을, 소비자를, 경쟁자를, 수출을 보고 있었다. 아울러 누구에게나 최신의 경험과 판단이 더 크고 강하게 작용한다.(행동경제학 관점) 


어떻게 하면 이런 콩깍지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케팅/브랜딩의 원리, 원칙에 충실하게 사안을 해석하고 대입해 볼 수 있는 사람이면서 조직 내부의 이해관계에 구속되지 않고 직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면? 마케팅/상품화 프로세스에 의도적인 '냉각기'를 포함시켜야 한다.(전통적인 상품화 프로세스에  소비자 조사가 포함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컨셉을 만들고, 브랜드를 개발하고, 론칭 전략을 설계하는 중간중간에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고 스스로 외부인이 되어서 의심하고 검증해 보아야 한다. 열정이 만들어 내는 콩깍지에는 냉정만큼 훌륭한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이승만, 인국공 그리고 토끼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