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2025년 어머니께 올리는 제문(祭文)

by HomoMistakes

1938년생이신 어머니께서 2000년에 돌아가셨으니, 우리 나이로 예순셋에 세상을 떠나신 셈입니다. 당시에도 너무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1963년생인 큰누나가 올해로 예순셋이라는 걸 떠올려 보면, 정말이지 너무도 빨리 떠나셨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기억나시나요? 작년에는 성문이 대입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도 성문이는 여기서 멀지 않은 중앙대학교 학생이 되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 어머니께 들려드릴 이야기는 한 곡의 노래에서 시작됩니다. 얼마 전 제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이 10센티의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노래를 추천해 주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오프닝 타이틀곡을 한국 가수 10센티가 15년 전에 부른 곡인데, 만화 팬들 사이에서 15년 동안 정식 음원을 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15년 만에 올 봄에 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노래도, 만화도 모르고 살아오다가 얼마 전에서야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그 애니메이션은 고등학생들의 연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목 [너에게 닿기를]은 ‘나의 마음이 너에게 전달되어, 결국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해석됩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의 가사에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넘어서 많은 처음을 주었잖아”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는 이 ‘많은 처음’이라는 표현이 첫사랑의 다양한 경험들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보통은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곱씹으며 듣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앞서 말씀드린 15년간의 배경 스토리 덕분에 애니메이션도 찾아보고, 그러다 보니 일종의 ‘가사 독해’를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의미를 되새기게 된 이 노래는 어느덧 제 출근길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랜덤으로 재생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이번주 월요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도착 직전에 이 노래를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많은 처음을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연장선에서 상상을 이어가다, 곧바로 이렇게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그 많은 처음을 주는 존재는 압도적으로 아이들의 엄마이자, 제 아내인 박민정 여사였습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폭과 깊이로 ‘처음’들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 그건 바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저도 수많은 ‘처음’을 어머니께 받았음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처음의 순간들을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고, 함께해 주셨지요. 첫 울음, 첫 옹알이, 첫 포옹, 입으로 발화된 첫 단어 -아마도 ‘엄마’였겠죠.-를 들어준 사람도 어머니셨을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애정과 관심, 응원과 피드백 속에서 이루어졌고, 그 결과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보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머니께서 이어주시고 닿게 해주신 인연들입니다. 어머니께서 닿으신 사람들이 이렇게 2025년에도 다시 모여,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노래에서 시작된 제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머니와 이어진 모든 분들께, 또 앞으로의 1년 동안에도 행운과 건강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25년 6월 28일 막내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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