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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moMistakes Jun 25. 2020

사람과 말이 결합될 때

회의문자 앞의 회의주의자

회의문자(會意文字)는 뜻과 뜻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글자다. 예를 들어, 밝을 명(明)은 해(日)와 달(月)이 결합되어 '밝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대개 직관적이고 재밌지만 가끔씩 시대착오적인, 낡고 편협한 시각도 읽힌다. 예를 들어 女 + 女 + 女는 간음할/간사할 간(姦)이 된다. 이런 명백하게 후진 관점 말고 가끔씩 글자 앞에서 머리가 복잡해질 때가 있다. 최근 의 경우가 그러했다.


한자 가득한 신문을 국민학교 다닐 때도 곧잘 읽었으니 아마도 한자 을 알게 된 지 40년은 족히 되었을 것 같다. 40년 넘게 '믿을 신'으로만 보였던 이 한자가 최근에 갑자기 '사람'과 '말'이 결합된 회의문자로 눈에 들어왔다.


사람+말=신뢰


과연 그런가? 사람(타인)의 말은 믿어도 되는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은 드물고 사람의 말은 수시로 바뀐다. (사람에는 당연히 나도 포함된다.) 사람과 말을 결합시켜 '믿다'라는 의미를 심은 문자 기획자는 어떤 생각이었을지 궁금해진다. 그가 인식한 세계는 사람의 말을 흔쾌히 신뢰할 수 있는 곳이었을까? 아니면, 사람의 말을 믿어도 되는 세상을 염원하며 신을 만들었을까?


덧글 1.

내가 의 기획자였다면 사람과 말을 결합시켜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종잡을 수 없는 ' 정도의 의미를 담고 싶다. 그렇게 되면 信念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뜻을 갖게 되고 나는 신념이 강한 사람이 된다.


덧글 2.

그렇다면 '믿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회의문자를 내가 기획한다면 무엇과 무엇을 결합시킬 것인가? 처음에 생각해 본 것은 '돌'과 '해'의 결합이었다. 石日. 변치 않으면 믿을 수 있는가?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한데... 너무 일차원적이다. 나와 아내는 서로 신뢰하지만 많이 바뀌었고 신뢰의 내용, 깊이, 범위 이런 모든 것들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뀔 것 같다. 신뢰가 유지되려면 무언가가 계속해서 갱신되어야 하는 것 같다. 고대 중국의 문자 기획자는 극한직업이 맞다.


덧글 3.

사람과 말의 결합은 '人 + 言'도 있지만 '人 + 馬'도 있다. 傌는 욕할 마, 꾸짖을 매라고 하는데 마부나 기수가 "으랴, 으랴"하는 장면이 떠오르는 글자다. 傌가 요즘 만들어진다면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정도의 의미가 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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