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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AI를 넘어선, 아마존의 혁신적인 코딩툴 KIRO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0731 브런치_kiro.png KIRO AI [ 출처 - AWS]


며칠 전, ‘AI에게 모든 걸 맡겨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는 실험을 해봤다. 목표는 단순했다. 매일 아침 ‘AI Times’라는 뉴스 사이트에서 오늘의 주요 뉴스 10개를 자동으로 모아오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웹사이트에서 내용을 긁어오는 이런 작업을 ‘웹 스크래핑’이라고 하는데, 나도 더 빠르고 더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다. 마침 그때, 아마존에서 막 출시한 새로운 AI 코딩 도구인 **‘키로(Kira)’**를 발견했다. 키로는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하는데, 하나는 기존 도구인 ‘커서(Cursor)’처럼 빠르게 코드를 짜주는 바이브 모드, 다른 하나는 계획부터 같이 세워가며 코딩을 하는 스펙 모드였다. 이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먼저 익숙한 바이브 모드로 시작했다.


대화창에 이렇게 입력했다.


“AI Times 신문에서 오늘의 주요 뉴스 10개를 스크래핑하는 프로그램 만들어 줘.”

AI는 잠깐 생각하더니 200줄이 넘는 파이썬 코드를 만들어 냈다. 코드에는 requests, BeautifulSoup, pandas 같은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뉴스 제목과 링크를 가져오고, 그걸 CSV 파일로 저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행해보니 작동은 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진 않았다. 뉴스가 중복되어 나오기도 하고, 날짜가 어제 날짜로 표시되기도 했다. 또 기사 제목에 이상한 공백이 섞여 있었다. 무엇보다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오류가 나면 어디를 고쳐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고 편리하긴 했지만, 결과물이 딱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AI한테 맡겼더니 이런 게 나왔네’ 정도였다.


다음으로 같은 요청을 스펙 모드에서 입력해봤다.


이번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AI가 바로 코드를 짜지 않고, 먼저 요구사항 문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정리해줬다.


뉴스 사이트 주소 : https://www.aitimes.com

가져올 데이터: 뉴스 제목과 기사 링크

기사 개수: 최대 10개

중복된 뉴스는 제거

프로그램 실행 속도는 5초 이내

오류가 나면 다시 시도하거나 에러 메시지를 보여주기


이 문서를 보자마자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심지어 “제목에서 불필요한 공백을 지운다”, “한글이 깨지지 않게 한다” 같은 세심한 부분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수정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CSV 대신 엑셀 파일로 저장해줘’라고 하거나, ‘링크는 전체 주소로 출력해줘’라고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요구사항이 확정되자, 다음은 디자인 문서였다.


프로그램 화면(UI)에는 실행 버튼,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텍스트 박스, 완료되면 눌러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버튼이 포함됐다. 버튼을 어디에 놓을지, 상태 메시지를 어디에 띄울지도 정리됐다.


그다음은 작업 계획(Task 리스트)이 나왔다.


예를 들면 이런 순서였다.


프로젝트 폴더 만들고 필요한 것들 설치

뉴스 페이지를 긁어오는 코드 작성

중복 뉴스 제거하는 기능 추가

오류 처리 기능 추가

결과를 파일로 저장하는 기능 만들기

UI와 코드 연결하기


이 리스트를 보니 마치 팀원들과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각 단계는 내가 확인하고 ‘좋아요’라고 승인해야 진행됐고, 실행해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으면 바로 수정할 수 있었다.


중간에 프로그램을 실행해봤다.


그때까지는 뉴스가 긁히긴 하지만 중복 제거도 안 돼 있었고, 버튼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아직 그 단계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업을 계속 진행하자 중복 제거와 오류 처리 기능이 완성됐고, UI도 동작했다. 마지막에는 오늘자 뉴스 10개가 제목과 링크가 잘 정리된 CSV 파일로 저장됐다.


이 실험을 통해 크게 두 가지를 느꼈다.


첫째, 바이브 모드처럼 빠르게 만들어주는 AI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급하게 시제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시험해볼 때는 정말 유용하다.


둘째, 스펙 모드처럼 계획부터 함께 세우며 코딩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코드가 더 탄탄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동작하고, 나중에 고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완성되기 전에 결과물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마지막 선택과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지’,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하는 건 결국 사람 몫이다. AI는 그 과정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이번에 써본 키로의 스펙 모드는, “AI가 다 알아서 할 거야”라는 생각에 잠시 멈춰서서, “함께 만들어 가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다. 빠르게 결과를 보고 싶다면 바이브 모드,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고 싶다면 스펙 모드가 맞았다.


AI와 함께 뉴스 스크래핑 프로그램을 만들며 나는 깨달았다.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달리고, 멀리 가고 싶다면 AI와 함께 설계하라.


| 작가 프로필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이미지_프로필용.jpg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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