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AI는 이제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검색이나 글쓰기, 번역, 기획, 심지어 코딩까지 챗봇이 옆에서 도와준다. 예전에는 직접 코드를 짜야만 했지만, 이제는 대화하듯 프롬프트를 입력해 원하는 기능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를 사람들은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에는 질문, 즉 프롬프트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 번이라도 AI에게 코드를 부탁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아, 내가 질문을 애매하게 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프롬프트를 연구하며 수많은 원칙을 정리했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일곱 가지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라 이름 붙였다.
그 일곱 가지는 이렇다.
명확성과 구체성
구조화와 구분자 사용
역할 부여와 페르소나 설정
예시 제공
맥락 제공
출력 형식 지정
단계적 사고 유도
앞으로 이 주제들을 하나씩 풀어내려 한다. 첫 번째 주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명확성과 구체성이다.
AI는 사람과 다르다. 눈빛이나 말투를 읽지 못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 입력된 글자와 문맥만을 보고 답을 만든다. 그래서 질문이 모호하면 AI는 여러 경우의 수를 섞어 애매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조건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원하는 답에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여행 계획 세워줘”라고만 하면 AI는 해외여행, 국내여행, 하루짜리, 일주일짜리 등 수많은 선택지를 떠올린다. 당연히 결과는 흐릿하다. 하지만 이렇게 요청하면 다르다.
“성인 두 명이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간다. 하루를 오전·오후·저녁으로 나누고, 전통 음식점 두 곳 이상을 포함하라. 이동 시간도 고려해 달라.”
이렇게 말하면 AI는 구체적인 일정을 만들어 낸다.
이 원리는 학업, 직장, 생활 모두에 적용된다. “보고서 작성해줘”라고 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 쉽다. 하지만 “2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 화장품 마케팅 보고서를, 발표용 PPT 요약 형식으로 다섯 항목만 정리해 달라”고 하면 바로 활용 가능한 결과가 나온다. 핵심은 AI가 추측하지 않도록 내가 직접 안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꼭 포함해야 할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목적. 왜 이 답이 필요한가? 학습용인지, 회의용인지, 고객용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청중. 학생에게 설명할 때와 전문가에게 설명할 때는 표현이 달라야 한다.
셋째, 길이. 간단히 요약할지, 자세히 풀어낼지 알려줘야 한다.
넷째, 형식. 표로 보여줄지, 글로 풀어낼지, 아니면 리스트로 나열할지 정해야 한다.
다섯째, 톤. 친근한 말투인지, 전문가다운 말투인지, 격식을 갖출지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법 알려줘”라고 하면 일반적인 운동이나 수면 습관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40대 직장인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 개선 생활 습관 5가지를 표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실질적이고 바로 쓸 수 있는 답이 나온다. 나이, 직업, 목표, 개수,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도 있다. 너무 추상적인 요청을 하거나, 중요한 조건을 빼먹거나, 모순된 요구를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글 써줘”는 아무런 기준이 없고, “간단하면서도 아주 자세하게”는 상충된 지시다.
결국 AI와 대화하는 건 통역과 같다. 머릿속 생각을 글자로 풀어내야 한다. 모호하게 표현하면 기계는 추측에 의존하고 결과도 불완전해진다. 하지만 조건을 명확히 짚어주면 AI는 그 안에서 최적의 답을 낸다.
이 원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능력이다. 왜냐하면 바이브 코딩 시대에는 직접 코드를 짜는 것보다 질문을 잘 만드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이 공부할 때, 직장인이 보고서를 쓸 때, 창작자가 아이디어를 낼 때 모두 마찬가지다. 결국 AI를 잘 쓰는 사람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다.
명확성과 구체성은 그래서 첫 번째 황금키다. 질문을 제대로 만드는 습관만 길러도 AI는 든든한 동료가 된다. 지금까지 무심코 했던 막연한 요청들을 떠올려보라. 그 자리에 목적, 청중, 길이, 형식, 톤을 넣어 보라. 그러면 AI의 답이 달라지고, 곧바로 내 성과도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는 두 번째 황금키인 구조화와 구분자 사용을 다룰 것이다. 질문의 틀을 세우고 구획을 나누는 방법이 또 다른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 명확성과 구체성으로 길을 열었으니, 이제 그 위에 견고한 구조를 세울 차례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