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방대한 자료를 소화하는 일이다. 특히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여러 권의 책과 수십 개의 웹페이지, 긴 영상 자료들을 한 번에 봐야 할 때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만약 누군가 이 모든 자료를 먹기 좋게 다듬어주고, 핵심만 골라 떠먹여 주는 개인 교사가 있다면 어떨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NotebookLM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우리 손안의 AI 학습 파트너이다.
NotebookLM은 기존의 대화형 AI와 근본적인 차이점을 가진다. 그것은 바로 AI가 답변을 만들어내는 정보의 원천을 사용자가 직접 통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AI 챗봇이 인터넷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반면, NotebookLM은 오직 사용자가 제공한 특정 파일이나 링크만을 ‘교과서’로 삼는다. 이러한 ‘소스 기반 AI’ 방식은 AI가 지어낸 허구의 정보, 즉 ‘할루시네이션’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작품 원문 파일과 공신력 있는 비평 몇 개를 소스로 등록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햄릿이 복수를 망설인 이유는?”이라고 질문하면, NotebookLM은 오직 내가 등록한 자료에 근거해서만 답변을 구성한다. 모든 답변에는 출처 표시가 따라붙어, 언제든 원본의 해당 구절을 클릭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보의 정확성이 생명인 학습과 연구 과정에서 강력한 장점이 된다.
NotebookLM의 활용 과정은 직관적이고 효율적이다. 먼저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노트북’을 생성하고, 여기에 탐구하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추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PDF 형식의 논문, 텍스트 파일, 구글 드라이브 문서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주소나 유튜브 링크까지, 거의 모든 형태의 디지털 정보가 소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교과서 PDF 파일과 해외 유명 대학의 영어 강의 유튜브 링크를 추가했다고 상상해보자. 추가가 완료되는 즉시, NotebookLM은 긴 영어 강의의 전체 스크립트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보여준다. 이제 사용자는 채팅창을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호흡에서 하는 역할은 뭐야?” 또는 “ATP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해줘”와 같이 궁금한 점을 한국어로 자유롭게 질문하며 깊이 있는 탐구를 시작할 수 있다.
이 도구의 백미는 정보를 다채로운 형식으로 자동 생성해주는 ‘스튜디오’ 기능에 있다.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고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학습 가이드’ 기능은 업로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핵심 내용 정리, 주요 용어 해설, 그리고 객관식 및 주관식 문제와 정답 세트까지 자동으로 생성하여 나만의 시험지를 만들어준다. 또한, ‘마인드맵’ 기능은 텍스트로 가득한 자료의 구조와 핵심 논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각적 지도로 변환해준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AI 오디오 오버뷰’ 기능이다. 마치 라디오 방송처럼 두 명의 가상 진행자가 소스 내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오디오 파일을 생성해주는데, 이를 통해 등하교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귀로 들으며 자연스럽게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NotebookLM은 우리가 정보를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더 이상 정보의 양에 압도당하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능동적으로 지식을 구성하고 확장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변환하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훌륭한 훈련이 될 것이다. AI가 우리의 학습을 돕는 충실한 보조 도구로 자리 잡는 시대, NotebookLM과 같은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