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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상 생성기 SORA 2, 창작의 민주화인가 생태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1009 브런치.png [ SORA 2, 출처 : Open AI[


과거 학교에서 영상 과제를 제작하려면 촬영 장비를 빌리고, 친구들을 배우로 섭외하며, 며칠 밤을 새워 편집 프로그램을 익혀야만 했다. 하나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 데에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선시대의 과학자 장영실이 현대 서울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처음 보고 놀라는 모습’이라는 문장 하나만으로 그 모든 과정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오픈AI의 영상 생성 AI ‘SORA 2’는 이처럼 창작의 개념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감독, 배우, 편집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여 하나의 완성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 기술은, 모두에게 창작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민주화’의 도구일까, 아니면 기존 창작 생태계를 위협하는 ‘교란종’의 등일까.


SORA 2가 기존 모델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일관성’과 ‘맥락 이해’ 능력에 있다. 한번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는 다른 배경과 상황 속에서도 동일한 외모와 특징을 유지하며 일관된 정체성을 보여준다. 가령, ‘탐정 모자를 쓴 고양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10초짜리 영상 여러 개를 만들어 연결하면,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완성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움직이는 이미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또한, SORA 2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데 탁월하다.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교육용 영상’을 요청하면, 어려운 과학적 개념을 직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으로 표현해낸다. 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시각화 기술이 부족했던 교육자나 학생들에게 강력한 학습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은 개인화된 콘텐츠 시장이다.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 친구의 특징을 담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맞춤형 애니메이션 축하 영상을 만들거나, 가족 여행의 추억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이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일상 속 창작 활동이 된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SORA 2는 콘텐츠 제작의 한계를 없애는 날개가 될 수 있다.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우주 공간이나 깊은 바닷속을 배경으로 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상상력의 범위가 곧 콘텐츠의 범위가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가져올 파급 효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진실의 왜곡’ 가능성이다. SORA 2는 실존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을 하거나,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마치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영상을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인이 가짜 뉴스 발언을 하는 영상이 만들어져 유포된다면,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야기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가짜 뉴스’ 문제를 차원을 달리하는 위협으로 격상시킨다. 저작권 문제 역시 기존 창작 생태계를 뒤흔드는 뇌관이다. 만약 SORA 2가 특정 감독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이나 특정 웹툰 작가의 그림체를 완벽하게 모방하여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낸다면, 원작자의 고유한 창작성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는 AI 시대에 창작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SORA 2의 등장은 영상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다. 분명 이 기술은 수많은 사람에게 창작의 기쁨을 선사하고, 아이디어만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존 창작자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에 대한 막연한 환호나 공포가 아니다. 이 강력한 도구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일이다.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 사회의 선택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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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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