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인공지능은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커다란 백과사전과 같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막힘없이 대답해주었지만, 정작 질문을 던지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가진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는 개인 비서로 탈바꿈하고 있다. 구글이 지난 1월 22일에 발표한 퍼스널 인텔리전스는 이러한 변화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분석하여 각 개인에게 딱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기능은 현재 미국에서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먼저 시작되어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은 지메일이나 캘린더, 그리고 제미나이 대화 기록 정도에서만 정보를 가져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구글 포토에 저장된 사진이나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검색했던 기록들까지 모두 연결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렇게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하나로 묶이면 인공지능은 비로소 사용자의 현재 상황과 필요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존의 검색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차원의 편리함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퍼스널 인텔리전스가 작동하는 방식은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우리가 평소에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일정표, 그리고 사진첩에는 개인의 선호도와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데이터들을 연결하여 사용자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주말 여행을 계획할 때 인공지능은 과거에 머물렀던 숙소의 유형이나 즐겨 찾았던 식당의 메뉴를 기억해낸다. 사용자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이동할 때는 어떤 수단을 선호하는지를 스스로 학습한 상태에서 계획을 제안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번고로움을 덜 수 있다.
이러한 지능형 서비스는 실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큰 도움을 준다. 만약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공지능은 해당 지역의 날씨를 확인하는 동시에 사용자가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을 고려하여 옷차림까지 추천해준다. 또한 소중한 사람의 기념일을 챙길 때도 과거에 어떤 선물을 주고받았는지, 상대방이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만족도 높은 제안을 내놓는다. 이는 단순한 정보 검색을 뛰어넘어 사용자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도움을 주는 진정한 의미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구글은 자사만의 방대한 데이터 생태계를 활용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보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구글은 이러한 우려를 덜기 위해 사용자가 직접 기능 사용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정책을 세웠다. 인공지능이 내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기능을 차단할 수 있으며, 반드시 명시적인 동의가 있을 때만 정보가 연동된다. 특히 이메일이나 사진 같은 원본 데이터를 인공지능 모델이 직접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만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도록 설계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개인의 소중한 정보는 안전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관리되며 외부로 유출될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구글의 이러한 시도는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지나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지능형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가진 플랫폼이 인공지능과 결합할 때 우리가 느끼는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에게 나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칠 필요가 없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유능한 비서와 대화하며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짝궁이 되어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