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밀착형 엔지니어, AI 시대 주목받는 새 직업분야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60409 브런치.png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 FDE]


최근 TV나 인터넷을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모든 회사의 업무가 자동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기업이 각자 일하는 방식과 다루는 정보가 천차만별이기에 훌륭한 인공지능 기술을 사 온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범용적인 인공지능을 우리 회사의 핏줄에 맞게 이식하는 과정을 인공지능 전환이라고 부르며 이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바로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FDE, Forward Deployed Engineer) 이다.


과거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던 엔지니어들은 대체로 본사 안에서 근무했다. 이들의 임무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컴퓨터에 설치해서 쓸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다음 업데이트 때 고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똑같은 지시를 내려도 결과가 미세하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는 본사의 쾌적한 사무실을 뒤로하고 직접 고객의 공장 물류 창고 병원 등으로 출근한다. 미국의 한 데이터 분석 기업에서 시작된 이 방식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변수와 예외 상황이라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엔지니어가 직접 구르며 다듬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치밀한 분석을 통해 자갈길을 다져 놓으면 훗날 본사의 동료들이 그 위를 아스팔트로 포장해 누구나 쓸 수 있는 정식 기능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은 매달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대중적인 인공지능 서비스와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맞춤형 인공지능 사이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남들이 다 쓰는 서비스를 쓰면 출발은 빠를지 몰라도 결국 남들과 똑같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반면 기업의 고유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딱 맞게 제작된 맞춤형 인공지능은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만들어준다.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들은 최신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 맞춤형 제작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클로드 코워크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엔지니어가 수많은 회사의 규정집과 문서를 일일이 읽지 않아도 인공지능이 스스로 스캔하고 요약해 준다. 또한 오픈 플로우라는 시스템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실제 회사의 업무 결재망이나 데이터베이스와 안전하고 매끄럽게 연결해 준다.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융통성이 있지만 때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틀린 답을 내놓는 비결정적인 성격을 띤다. 기업의 중요한 업무에서 이런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는 인공지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주는 안전망을 설계한다. 위험한 행동을 하려 할 때 차단하고 중요한 상황을 가정한 수십 개의 모의고사를 지속적으로 보게 하여 성능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글로벌 해운 물류 기업의 사례를 보면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항만 현장에 파견된 엔지니어들은 기상 악화나 파업 통관 지연 등 항구에서 매일 벌어지는 돌발 변수들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화물선의 도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고 최적의 하역 순서를 짜는 맞춤형 시스템을 만들어 물류 비용을 엄청나게 절감했다. 대형 대형 마트 체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들이 물류 창고에서 직접 지게차 동선과 재고 쌓는 방식을 분석하여 계절과 유행에 따라 상품 주문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버려지는 신선 식품을 크게 줄였다.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들이 현장 곳곳에 심어둔 이 맞춤형 인공지능들은 하나둘씩 연결되어 기업의 뼈대가 된다. 이런 기술적 자산은 하루아침에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사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다. 또한 가트너 같은 연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이런 맞춤형 인공지능을 도입한 회사의 직원들은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의 단순 업무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절약된 시간 동안 직원들은 기계를 다루는 법 대신 더 나은 서비스를 고민하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것을 실제 사람들의 일터에 적용하는 마지막 1 킬로미터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 그 마지막 거리를 책임지고 기술과 현장의 틈을 완벽하게 메워주는 고객 밀착형 엔지니어들의 존재가 앞으로 다가올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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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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