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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마케팅 패러다임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0313 CMO_브런치.jpg [AI 시대의 CMO]


AI 시대, CMO는 브랜드 관리자가 아닌 성장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 마케팅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 자체가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역할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브랜드 관리자로서의 전통적 임무를 넘어, 이제는 기업의 수익을 이끌어내는 '성장 설계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AI가 바꾸는 마케팅 패러다임


생성형 AI가 마케팅에 접목되면서 캠페인의 기획부터 실행, 분석까지 전 과정이 혁신되고 있다. AI는 소비자의 행동과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 대중 매체 중심의 일방적 광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밀 타겟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과 필요에 꼭 맞는 광고만을 원한다. AI의 등장은 이런 요구를 충족할 강력한 도구지만, 모든 기업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CMO들이 구시대적 조직 체계와 기술적 한계에 발목이 잡혀,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 전통적 조직 구조가 발목 잡는 CMO


AI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CMO의 역할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많은 기업의 마케팅 조직은 과거 대중매체 중심의 시대에 최적화된 형태로 남아 있다. 데이터 분석, 개인화 마케팅, AI 기반 의사결정 등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충분히 소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CEO, CIO와의 불협화음도 큰 걸림돌이다. 특히 CIO가 주도해 구축한 레거시 시스템은 마케팅팀이 필요로 하는 민첩한 데이터 분석 및 실시간 개인화를 가로막고 있다. 이로 인해 마케팅 부서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는 곧 성과 부진으로 이어진다.


◇ 지능 격차, AI 시대 CMO의 가장 큰 적


이런 문제의 핵심에는 '지능 격차(Intelligence Gap)'라는 난제가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소비자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로 연결하는 과정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AI가 있어도 활용할 만한 양질의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가 없다면, AI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이 지능 격차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기업 전반의 전략적 문제이자, CMO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행동을 예측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최적의 타이밍에 가장 적합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진정한 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 개인화 실패,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광고나 메시지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조사에 따르면 70~90%의 소비자들이 "내게 맞지 않는 메시지는 아예 보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다. 결국, 개인화에 실패한 기업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이는 곧 브랜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개인화 리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개인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지능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는 기업은 데이터만 쌓아두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 성장 설계자로 거듭나기 위한 CMO의 선택


이처럼 AI 시대의 마케팅 성공 열쇠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지능화 역량'에 달려 있다. 과거 브랜드 관리자가 주된 역할이었던 CMO는 이제 기업의 성장 전략을 총괄하는 '성장 설계자'로 변신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능력, AI 활용 역량, 그리고 CEO·CIO와의 원활한 협업 능력까지 모두 갖춘 '비즈니스 리더형 CMO'가 요구되는 시대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AI 시대에 맞는 기술적 준비와 조직적 변화, 경영진의 인식 전환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CMO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마케팅은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부서가 아닌, 비용만 발생하는 비효율 부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 지능 격차를 메우는 열쇠는 AI 기반 통합 전략


CMO가 성장 설계자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지능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AI를 단순히 일부 캠페인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마케팅 전체 전략에 녹여내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기업이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과 분석 도구를 사용하지만,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각자 섬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절된 기술 스택'은 데이터의 흐름을 막고, AI가 제대로 학습하고 작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기업은 마케팅 생태계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해 데이터를 수집부터 분석, 실행까지 일관되게 연결하는 통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 성공하는 CMO는 '데이터 해석자'이자 '성장 전략가'


AI 시대의 CMO는 단순한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다. 데이터의 흐름을 읽고, 이를 소비자 관점에서 해석해 실시간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이터 해석자’이자, 이를 통해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 매출을 확대하는 ‘성장 전략가’로서 자리 잡아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와 AI를 통해 실질적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대 CMO의 핵심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마케팅 성과 지표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브랜드 인지도나 캠페인 도달률이 아닌, 실질적 매출 증가율, 고객 생애 가치(LTV), 고객 유지율 같은 비즈니스 중심 지표가 CMO의 성과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마케팅 부서는 더 이상 비용 센터가 아니라, 매출과 직결된 수익 센터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 CEO·CIO와의 관계 재정립이 성패 가른다


CMO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영진과의 긴밀한 협업이다. 특히, 데이터와 기술을 총괄하는 CIO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마케팅과 IT 부서가 별개로 운영되며 서로 간섭을 최소화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CMO와 CIO가 한 팀처럼 움직이며 데이터와 기술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CIO가 구축한 기존 시스템이 마케팅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CMO는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거나, 마케팅 특화 플랫폼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CEO에게 마케팅의 역할과 가치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성장 기여도를 수치로 증명해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도 필수다. CEO가 CMO를 단순한 브랜드 관리자에서 기업 성장을 이끄는 핵심 리더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



◇ 개인화 마케팅의 진화, AI가 핵심 무기


AI가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도입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개인화 마케팅'의 정교함이다. 단순히 성별, 연령별로 타겟팅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개별 소비자의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소셜미디어 활동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초개인화가 가능해졌다.


이런 정밀한 개인화는 AI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백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패턴을 발견해, 각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강력한 도구다.



◇ Zeta Global의 사례에서 배우는 실전 전략


AI 기반 개인화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Zeta Global을 꼽을 수 있다. Zeta는 독자적으로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와 AI 엔진을 활용해, 고객의 실시간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즉각적이고 정밀한 개인화 메시지를 제공한다.


특히 Zeta는 기존 기업의 마테크 스택과 유연하게 연동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새로운 시스템을 무리하게 도입할 필요 없이 기존 인프라에 AI 기반 지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빠른 성과를 이끌어낸다. 이런 전략은 예산과 시간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도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AI 투자, 기업 성장률 2.5배 높인다


AI 마케팅의 효과는 이미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McKinsey 연구에 따르면, AI에 적극 투자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5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CMO가 기업의 전략 수립 단계부터 AI 활용을 주도한 기업들은 1.3배 더 빠른 성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단순한 효율성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근본적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CMO는 AI 기술 도입 여부를 단순히 마케팅 효율화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투자처로 인식해야 한다.



◇ 마케팅, 기업 성장의 중심으로


결국 AI 시대의 마케팅은 단순한 브랜드 홍보나 광고 캠페인 차원을 넘어,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설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주도하는 역할은 단연 CMO의 몫이다.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능력,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기술적 감각, 그리고 경영진과의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모두 갖춘 CMO만이 진정한 '성장 설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다.


AI가 마케팅의 판을 흔드는 지금, CMO는 더 이상 마케팅 전문가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데이터와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감각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리더'로 진화해야만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정한 성장 엔진으로 거듭날 수 있다.


|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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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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