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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동료 시대, 인간 감독은 어디까지 필요할까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Mar 31. 2025
[AI의 숙제]

AI 에이전트 시대, 자율성과 감독 사이에서 기업의 선택은?


최근 기업들의 AI 도입 흐름은 챗봇을 넘어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고객 문의에 답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하며 실행까지 하는 자율적 에이전트가 조직의 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반드시 직면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이 AI 에이전트에게 얼마나 많은 자유와 자율성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단순 프로그램이 아니다


기존의 AI 서비스가 정해진 질문에 답하고, 미리 준비된 정보를 제공하는 ‘고급 자동응답기’ 수준이었다면, 최신 AI 에이전트는 그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시스템이나 에이전트와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췄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에서 AI 에이전트는 부품 재고 부족 문제를 감지하면, 스스로 공급망 데이터를 분석해 대체 공급처를 찾고, 가격 협상까지 마친 후 담당자에게 최종 승인만 요청하는 식으로 일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 직원처럼 독립적으로 일하고 결과를 내는 ‘디지털 동료’가 되어가는 중이다. 


자율성, 기업 효율성의 열쇠인가 위험 요소인가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은 효율성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인간의 개입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직결된다. 그러나 자율성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고객 신뢰, 기업의 법적 책임까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 이후, 돌발적 사건들은 기업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자동차 판매 챗봇이 차량을 1달러에 판다고 잘못 응답하거나, 항공사 AI가 존재하지 않는 환불 정책을 안내해 고객 혼란을 초래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AI 에이전트를 내부 시스템과 데이터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율성의 축소로 이어져,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Waymo 자율주행차에서 배우는 AI 감독의 새로운 모델


AI 에이전트 자율성 문제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바로 자율주행차 서비스 업체인 Waymo다. Waymo는 자율주행차 내부의 AI가 최대한 독립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차량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해도 원격으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방식은 피하고, AI가 인간 감독자의 조언을 받아 스스로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이 전략은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지속적으로 현실 데이터를 경험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AI의 학습을 가속화하고 장기적으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핵심 비결이기 때문이다. Waymo는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현실 경험에서 성장하는 ‘자율적 의사결정자’로 키우는 중이다. 



감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 이해력’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결정하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위험이 크면 자율성을 줄이고, 위험이 작으면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단순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험의 크기’보다 ‘위험의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도 된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는 아무리 작은 위험이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반드시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지형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AI 에이전트의 미래, 신뢰와 통제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기업들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AI 에이전트를 단순한 도구로만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적 동료로 성장시킬 것인가. 선택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맡기는 수준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려면, 자율성과 감독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 에이전트의 성능이나 기능만이 아니다.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기업 문화와 AI 거버넌스 체계까지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미래의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강력한 AI 에이전트를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명하게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느냐’에서 결정될 것이다. 



AI 에이전트 자율성, 데이터와 맥락이 결정한다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히 ‘위험 회피’가 아니다. 핵심은 AI가 접하는 데이터의 특성과 맥락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느냐이다.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 맥락까지 명확히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높은 자율성도 허용할 수 있다. 반면,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문제 자체가 모호한 경우, 인간의 감독과 개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AI 에이전트가 직면하는 문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복잡한 문제’다. 이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와 규칙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고, 필요한 데이터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리 인상이나 인하에 따른 금융 시스템의 업데이트다. 이런 문제는 AI 에이전트가 높은 자율성으로 처리해도 큰 문제가 없다. 정해진 규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모호한 문제’다. 데이터는 있지만, 그 해석이 단순하지 않은 경우다. 자율주행차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가 대표적이다. 도로 상황은 계속 변하고, 그에 맞춰 즉각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할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필요할 경우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식이 적합하다.


셋째, ‘불확실한 문제’다. 이 경우, 문제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팬데믹 초기의 방역 정책 수립이나, 전례 없는 기후 재난 대응 같은 문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문제는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최소화하고, 인간 전문가의 창의적 판단과 즉흥적 대응을 중심으로 풀어야 한다. 



AI 에이전트 관리, 기술이 아닌 문화와 거버넌스의 문제


AI 에이전트의 자율성 설정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문화와 리더십, 그리고 조직 전체의 거버넌스 체계와 직결된다. 과거에는 IT 부서가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수준에서 역할이 끝났지만, 이제는 AI 에이전트의 행동 원칙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모니터링하며, 필요 시 개입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앞으로 모든 기업의 IT 부서는 AI 에이전트의 인사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AI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관리하고 평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AI 에이전트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가드레일을 넘어, 기업 전체의 철학과 문화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신뢰 가능한 AI 에이전트, 어떻게 만들 것인가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진정한 동료로 자리 잡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AI’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오류율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어떤 기준과 프로세스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참고하고, 어떤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지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업들은 AI 에이전트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정기적으로 감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특히 고객 응대나 재무, 법무 등 민감한 업무를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라면, 사람의 의사결정보다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된다. AI 에이전트의 의사결정 과정을 블랙박스가 아닌 ‘화이트박스’로 만드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AI 에이전트의 성공적 정착, ‘결정력’보다 ‘결정 과정’에 집중해야


결국 중요한 것은 AI 에이전트가 내리는 개별 결정의 정확도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AI 에이전트가 얼마나 일관되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정 과정’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는 인간 리더십의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 탁월한 리더란 한두 번의 명확한 정답을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기준과 프로세스로 구성원을 이끄는 사람이다.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단기 성과를 강조하기보다, 지속적 학습과 개선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AI 에이전트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데이터화하고, 피드백 루프를 강화해 점진적으로 학습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시대. 기술적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성장시키며, 기업의 가치와 윤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제 AI 에이전트의 미래는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기업의 철학과 문화에서 결정된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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