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들의 우주 경험, 그 후의 이야기
경쟁하듯 인류를 지구 밖으로 쏘아 올리던 냉전 시대에 우주비행사들은 국가의 영웅이었다. 최초의 인간이 달에 발자국을 남기던 모습이 흑백 브라운관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시절이다. 요즘의 마블 히어로들 못지않은 인기였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시기에 우주를 비행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에서의 경험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삶의 변화를 일으킨 그 '경험'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즉, '우주를 경험한 것', 정확히는 지구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로 인류가 나아간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우 구체적이고 철학적인 질문까지 다다른다.
우주로 나아갈 수 없는 보통의 인간이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극장에서 SF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우주 비행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세한 작가의 기술 덕분이기도 하겠으나, 실제는 아니었더라도 영화를 통해 우주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긴박하게 대처하느라 분주한 우주선 내부, 부지런히 실험하고 달을 탐사하는 비행사들, 암흑 속에서 홀로 5분 동안 우주선 밖에 떠 있는 모습 등. 그중에서도 이 책은 영화 <그래비티>를 떠올리게 한다.
줄 하나에 의지해 어둠 속에서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의 모습은 태아를 닮았다. 실제로 영화는 그렇게 묘사했다. 사고 이후 어렵게 지구로 돌아온 우주비행사는 바다에서 해변으로 첫걸음을 딛는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아갔기에 '귀환'이지만, 출발점을 우주로 놓고 보니 인류의 탄생 같았다. 우주로부터 탄생한 우리는 티끌보다 작은 존재이지만 시작은 우주였다. 여기까지가 영화에 대한 감상이었는데 책을 보니 궁금한 점이 더 생겼다. 그렇다면 우주로부터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졌을까? 태양계가 공전하는 이 은하에 '우연히' 태양계가, 지구가, 인류가 탄생한 것일까? 직접 우주를 경험한 이들 중 일부는 결코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신(god)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그들은 지구 밖에서 신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신의 존재를 더욱 확신했다고 한다.
가장 발전된 과학 기술을 접했을 그들이 막상 우주 밖에서 신을 언급하는 것이 뜻밖이었다. 과학과 종교에 관한 편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신은 보이지 않는 것이며 그렇기에 증명하기 쉽지 않다. 하여 증명하는 것보다 깨우치는 것이 중요한데, 우주에서의 경험은 그런 영적인 깨달음의 순간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지구를 벗어날 수 없던 철학자들은 생각으로만 우주를 체험하고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고 말한 비행사가 있었다. 아마도 언어가 먼저 사용된 이후 기술이 발전되어 이제 그 실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주'의 물리적 의미와 철학적 의미가 본질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들은 지구 밖에서 실재하는 '우주'와 내재되었던 '우주'를 모두 만나고 귀환했을 것이다.다치바나 다카시가 넓고 깊은 시선에서 서술한 이 책은 실재의 우주와 내재한 우주 모두를 만나게 해준다.
인류의 육체가 지금까지 몰랐던 우주라는 새로운 물리적 공간으로 진출함으로써, 인류의 의식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신적 공간을 손에 넣게 되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 35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