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
우주선을 생각하면 사려니숲이 떠오른다. 도로에서 몇 걸음 걸어 들어간 그 숲은 고요했다. 소리마저 가라앉은 곳은 공기도 무거웠고 나도 나무처럼 땅에 박혀있는 것 같았다. 영화로 경험해보니 우주는 그 숲보다 더 고요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지구 밖으로 혼자 우주선을 타고 나갈 기회가 생긴다면 거절하겠다고. 아무도 묻지 않을 질문에 미리 답을 정해놓은 것은 자신이 없어서였다. 고요한 시간을 좋아해도 그 고독을 즐길 만큼 내 마음은 잔잔하지 않다. 달처럼 반쪽이 되어버린 지구를 어둠 속에서 별들과 나란히 바라보며 복잡한 기계를 다룰 자신은 더더욱 없다. 우주인이 될만한 체력은 어딘가에 두고 내린 짐처럼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기에 홀로 초프라 구름을 향해 날아가는 우주인이 너무도 궁금했고 볼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포일러 있음
이야기는 지구로부터 멀리 떠나가는 우주인의 이야기와 그 우주인이 지구, 더 정확히는 체코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같은 방향으로 교차하여 펼쳐진다. 우주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은 달라서인지 챕터마다 보여주는 인생의 길이는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섞었는지 알 수 없었다. 국가와 국민에게 지은 아버지의 죄를 우주 영웅이 되는 것으로 씻고 싶었단 말을 하려는 걸까. 거미 인간이 허상인지 진짜 외계인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곤란한 상황에 놓인 그의 짧은 회상인 것 같기도 했다. 우주로 떠나온 그는 지구에 두고 온 아내 때문에 불안해한다. 자신만 그리워하는 것 같고, 아직 살아있는 나를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 미라가 된 라이카를 만나고, 0%에 가까운 확률로 살아나 우주인은 다시 지구로 향한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비밀이어야 했기에 그 우주인은 죽은 사람이어야 했다. 아내를 다시 찾아갔지만,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음을 그 우주인이 깨달았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인간이 성장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이 보헤미아 우주인의 여정과 닮았다는 것. 빗대어 설명하기 위해 한 소년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우리는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며 고독한 시간을 견디고, 진실을 구별할 수 없는 많은 유혹 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해내며, 결국 실패하지만 뜻밖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첫걸음을 딛기 위해 수없이 좌절할 때는 넘어지기만 해도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곳은 성공하지 않은 이들에게 더는 환호하지 않는다. 처음과 같은 곳으로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이들도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떠나야 하고 끝내 돌아와야만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먼 우주까지 나아갈 만큼 벗어나서야 지금 여기에 서 있는 이유를 알게 된 우주인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지구에 남겨진 아내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지구 밖으로 던져지지 않은 이들에게도 새로운 세상은 찾아온다. 어딘가로부터 떠나야만 여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다. 같은 패턴의 작은 발걸음이라도 삶이 변하는 순간마다 나의 세상은 함께 달라진다. 떠나든 떠나보냈든, 우주는 지금 여기에도 있고 우리는 언제든 우주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