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밤에 배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써내려 간 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나면, 마침 아... 지금 이 순간에 걸맞게 딱 적당히 먹을 만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의도는 달랐으나 마침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3분 요리[레토르트 식품]가 발명되어 때로는 가볍게 싸구려 취급을 받으며 소비되기도 하고 때로는 더없이 소중한 구호식품으로서 인류를 구원해 주기도 하였다. 아마 그중에서 가장 많이 만인의 위장에 머물다간 음식은 라면이 아닐까 싶다.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14억이 넘는 인구수만큼이나 다량의 라면이 소비되었을 거라는 데에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2016년 기준 380억 개의 라면을 소비했다. 그다음으로 등장하는 최다 소비 국가는 바로 듣자마자 머릿속에 커다란 물음표가 번뜩하고 떠오르는 인도네시아다. 매번 라면의 원조국 자리를 두고 다투는 한. 중. 일이 아니고 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나라가 2위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하는 호기심으로 그 이유를 찾다 보니 기후적인 특성에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음식의 부패가 빨리 이루어지고 그 때문에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가 어려워 맛과 향이 강한 향신료를 많이 쓰게 되었으며, 보관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요리법 자체도 볶고 튀기는 음식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바로 '향신료', '튀겨내어 건조된 상태라 보관이 용이'라는 이 필요 요소를 라면의 스프와 튀겨진 밀면이 충족시키고 있었다. 뜬금없지만 인도네시아에 대해 글을 쓰고 있자니 갑자기 떠오르는 것 중에, CNN에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를 투표한 결과 인도네시아의 음식이 1,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1위는 '른당'이라는 소고기 요리로 여러 가지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 그리고 소고기를 함께 넣고 2시간 정도 끓여 만들어 갈비찜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코코넛 밀크 때문에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요리라고 한다. 2위는 먹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모두 어디선가 들어는 봤을 법한 '나시고랭'이다. 나시고랭은 나시: 밥 + 고랭:볶은 것. 즉, '볶은밥'을 뜻하는 말로 식감은 프라이팬에 살짝 눌어붙은 누룽지를 긁어먹는 것처럼 볶을 때 쌀알을 누룽지처럼 살짝 바삭하게 만든 것으로 과연 이렇게 만든 음식이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현지인이 운영하는 인도네시아 요리 전문점에 가서 두 가지 메뉴를 꼭 같이 주문해 나시고랭을 한 숟가락 크게 뜨고, 고기의 결을 따라 큼지막하게 찢어낸 른당을 얹어 한 입 가득 먹어 보고 싶다. 분명 아주 맛있으리라.
아무튼 다시 라면의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세 번째로 라면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일본인데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연 많은 대만 아저씨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에 성공하나 싶을 때 좌절하고 무일푼이 되어 1년을 자택에서 라면 만들기에 집중하다 하루는 선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요리사가 튀김 반죽을 기름에 넣는 모습을 보고 면을 튀겨 만들어 인스턴트 라면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있다. 제빵왕 김탁구 같은 이 아저씨는 후에 더 많은 배고픈 이들을 위해 제조 특허를 포기하고 국내외에 인스턴트 라면이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기술을 전파하였다.
라면 소비량 4위와 5위인 베트남과 미국을 건너뛰면 비로소 '한국'이 6위에 얼굴을 들이민다. 한국인들이 라면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은 1963년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삼양식품'이 처음 라면을 소개한 것으로 시작된다. 삼양은 앞에서 언급한 안도 모모후쿠 아저씨에게서 제조법을 전수받아 한국에서 최초로 라면을 판매하였다. 식량난이 심하던 시절 라면은 100g에 10원이라는 가격으로 판매되었고, 그때 자장면은 20원, 커피 한잔은 35원이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저렴한 편에 속했던 것 같다. 그때야 국가에서도 부족한 쌀보다 밀이나 잡곡 섭취를 권유하던 시절이었고 지금에야 밀가루는 오히려 건강을 위해 줄여야 하는 곡식이지만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그 당시 국민들 입장에서는 맛 좋고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겠다. 어느 늦은 밤에 배고파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 써내려 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