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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A Aug 15. 2015

Good bye, analogue.

오래된 기타_그림엽서 프로젝트

집 근처에 음악 학원이 생길 모양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피아노가 보이고 기타가 보이고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이 왔다 갔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며칠 지나치며 지켜보다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혼자 정리를 하던 남자분은  멋쩍어하며 인사를 했고,

우리는 조금 어색한 대화를 했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대화 끝에 그 남자분의 왼 발 옆에 

죽어서 뒤집어진 바퀴벌레를 내가 발견했다는 것,

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 것,

그 남자분이 슬리퍼를 신은 발로

여전히 멋쩍게 웃으며 바퀴벌레를 가구 뒤로 밀어 넣은 것,

내가 '이 남자 뭐지?'라고 생각한 것.


그리고 며칠 전 새벽에 문자가 왔다.

피자가 먹고 싶어서 문자를 보낸다며 혹시 깼으면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퀴벌레를 밀어넣은 그 남자다.

그래서 이 그림들이 생각났다.

이 남자와 몇 달에 한번 정도 문자를 주고받는 

친구 사이가 된 이유.





그는 '오래된 기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앨범을 낼 것이며, 

앨범에 들어갈 음악 13곡에 대한 그림엽서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끝난 후 친구가 되었다.

그를 그린 캐릭터. 이 그림을 보더니  무척 좋아했다.



만나게 될 때마다 제발 좀 잘돼라고,

좀 성공하라고, 유명해지라고 닦달하는 사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런 사이인 듯하다.



아마 조만간 그를 만나서 피자를 먹겠지.

바퀴벌레이야기를 올렸다고 잔소리를 좀 들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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