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타_그림엽서 프로젝트
집 근처에 음악 학원이 생길 모양이었다.
통유리 너머로 피아노가 보이고 기타가 보이고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이 왔다 갔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며칠 지나치며 지켜보다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혼자 정리를 하던 남자분은 멋쩍어하며 인사를 했고,
우리는 조금 어색한 대화를 했다.
정확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대화 끝에 그 남자분의 왼 발 옆에
죽어서 뒤집어진 바퀴벌레를 내가 발견했다는 것,
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른 것,
그 남자분이 슬리퍼를 신은 발로
여전히 멋쩍게 웃으며 바퀴벌레를 가구 뒤로 밀어 넣은 것,
내가 '이 남자 뭐지?'라고 생각한 것.
그리고 며칠 전 새벽에 문자가 왔다.
피자가 먹고 싶어서 문자를 보낸다며 혹시 깼으면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퀴벌레를 밀어넣은 그 남자다.
그래서 이 그림들이 생각났다.
이 남자와 몇 달에 한번 정도 문자를 주고받는
친구 사이가 된 이유.
그는 '오래된 기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앨범을 낼 것이며,
앨범에 들어갈 음악 13곡에 대한 그림엽서를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끝난 후 친구가 되었다.
만나게 될 때마다 제발 좀 잘돼라고,
좀 성공하라고, 유명해지라고 닦달하는 사이.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런 사이인 듯하다.
아마 조만간 그를 만나서 피자를 먹겠지.
바퀴벌레이야기를 올렸다고 잔소리를 좀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