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드식당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혼별 Apr 13. 2022

일본 드라마 <최애> 리뷰

최애와 몬자야끼를 먹으면 생기는 일

최애(最愛)란 한자어 의미 그대로 가장 사랑함을 뜻한다. 근래 많이 쓰여 신조어라는 이미지가 있으나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는 표준어이다. 일본 드라마 <최애>의 제목 역시 같은 뜻으로 쓰였다. 비장한 분위기의 드라마 포스터와 살인사건이 주요 플롯인 드라마치곤 다소 어색한 제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공 리오를 비롯해 살인사건과 얽혀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기에 이보다 더 절묘한 제목일 수 없다.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을 믿어도 되나요?


주인공 리오가 어떠한 계기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과거 리오에게 연정을 품었던 다이키가 이를 수사하게 되며 사건의 진실과 둘의 로맨스가 얽히고설킨다.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지, 사랑은 사건의 진실을 숨길 것인지 파헤칠 것인지가 주목 포인트 중 하나다.


드라마 <최애> 3화 中

리오와 다이키의 미묘한 감정선과 거리감을 보여주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몬자야끼다. 오사카의 오코노미야끼와 비슷하게 생긴 몬자야끼는 의외로 도쿄의 명물이다. 도쿄도 츄오구에는 몬자야 스트리트(もんじゃストリート)라 불리는 몬자야끼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다. 15년 전, 기후현을 떠나게 된 리오는 몬자야끼는 물론 모든 도쿄 명물을 제패하자고 다이키와 장난스레 약속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15년이 지난 뒤 유력 용의자와 형사로서 재회하게 되고 그런 다이키를 향해 리오는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선을 긋는다. 서로를 향한 의심과 묘한 배신감을 져버리지 못한 채 몬자야끼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이 상황을 마주하기 힘든 듯 엇갈린 자리, 약속의 몬자야끼지만 뒤적거리기만 하는 모습이다.


드라마 <최애> 9화 中

극이 진행됨에 따라 리오는 다이키를 신뢰하며 의지하고 다이키 역시 리오를 믿고 싶은 마음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게 된다. 9화에 이르러 둘의 신뢰감은 더욱 견고해지고 공동의 목표가 생기는데 이때의 몬자야끼 식당 씬은 3화의 장면과 아주 다르다. 엇갈린 자리가 아닌 서로 마주 앉게 되고 뒤적거리기만 했던 몬자야끼를 드디어 철판에 올린다. 리오가 좋아하는 오징어구이는 덤.


믿음의 바로미터, 몬자야끼


사실 다이키 외에 리오가 몬자야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인물이 몇 있다. 이 몬자야끼를 리오가 대상에게 느끼는 신뢰감의 척도로 본다면 꽤 흥미롭다.

<최애> 6화 中

극초반부터 리오가 가족처럼 의지하고 본인도 수족이되어 움직이는 변호사 카세와 그리고 모든 행동의 동기이자 최애인 동생 유우가 한 자리에 모인 장면이다. 정확히는 몬자야끼 집에서 구이 음식을 먹는 씬이지만 편해보이는 표정과 밀접한 거리는 이들의 더욱 두터워진 신뢰관계를 보여준다. 카세가 다이키보다 먼저 리오와의 친밀한 몬자야끼 씬에 등장하는데 리오를 향한 카세의 감정이 연애감정이라 본다면 꽤 의미심장하다. 리오의 최애는 오로지 동생인 것 같지만.



마지막화에선 결의의 몬자야끼 회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리오가 적으로만 대했던 전무와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씬이다. 한때 행복한 꿈에 벅차 그렸던 도쿄와 몬자야끼, 그러나 리오는 일련의 사건을 겪고 홀로 외로이 싸우겠노라 다짐하며 상경하게 됐다. 그런 리오에게 몬자야끼를 함께 먹는다는 건 벽을 허물고 당신을 믿겠다 선언하는 행동이다.


러브 4 : 서스펜스 6


몬자야끼는 비주얼이 다소 충격인 편이다. 액체에 가까운 반죽을 철주걱으로 눌러가며 구워먹는 음식인지라 음식과 함께 떠올리면 안 되는 것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재료와 소스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칠맛과 고소함은 도쿄 명물의 명성에 알맞다.

드라마 <최애>는 과거의 실종사건과 현재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이 주요한 플롯이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는 사건의 미스터리에 치우쳐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끌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각각 ‘최애’라는 행동 동기에 따라 사건 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꽤나 낭만적인 캐릭터의 동기와 긴박감 넘치는 플롯은 이 드라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장르를 ‘러브서스펜스’라 지칭했는데 몬자야끼처럼 다소 생소한 형태지만 그 맛은 아주 매력적이다. 각 캐릭터의 최애는 무엇인지, 캐릭터 간 변해가는 감정선과 그로 인해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주목한다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재미를 더 곱씹어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드라마 <드림팀>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