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펀드 오피스를 이전하며
내가 어니스트펀드에 디자이너로 처음 합류할 때부터 우리의 이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선릉역 부근 50평 정도의 사무실에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를 공간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사를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선택지들이 있었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우리가 이사 갈 곳이 정해졌다.
P2P금융회사인 우리 어니스트펀드는 바로 금융의 메카, 여의도로 향하게 되었다.
그것도 랜드마크인 63빌딩으로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미션은 우리 회사의 인테리어를 비롯하여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것은 "50평 가량의 선릉 사무실에서 여의도 한강이 보이는 90평의 사무실로 이사"라는 사실 뿐이었고 그 외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주어진 시간은 부족했고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여유롭지 않은 일정 때문에 다급한 마음도 있었지만, 공간이 주는 중요성과 "우리가 일할 공간을 정말 유용하고 멋지게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에 기대감도 생겼다.
구글의 사옥을 설계한 NBBJ의 로버트 맨킨의 말을 빌리자면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직원들에게 업무공간의 인테리어와 창밖의 풍경은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우리가 일하는 공간을 단순히 사무공간으로 말하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이곳에서 일어난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머무르기도 하며 더 이상 단순히 사무만 보는 장소는 아니게 되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편리하게 일하고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고,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새로운 사무실에 담아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
또한, 우리 어니스트펀드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등의 심리적 안정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공간을 구성해야 우리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위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전 선릉 사무실은 인원수 대비 공간이 작아서 저렇게 소파에 앉아서 회의를 하는 적도 많았고 회의실이 부족해서 커피숍에 회의를 하러 나가는 일이 잦았다. 바깥공기도 쐬고 기분 전환하는 데에 도움도 되지만, 많은 회의를 항상 위와 같이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넓은 공간인 타운홀과 같은 공간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공간이 넓다면야 수면실도 만들고 샤워실도 만들고 일하는 공간 사이사이에도 빈백 등을 비치해서 일하다 편히 쉴 수도 있게 하면 정말 좋겠지만, 최우선적으로 40명이 일할 수 있는 업무공간이 꼭 필요했다. 90평의 공간에서 40명이 일할 공간을 채우고 나니, 남는 공간은 30평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 구성원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모두 들어본 후 가장 필요한 공간을 먼저 구성하기로 했다. 팀원들에게 필요로 하는 공간을 조사해본 결과 다음과 같았다.
일하다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사무실에선 회의실이 두 개뿐이라 불편해요.
우리는 회의를 많이 하니 회의실도 많이 만들어주세요!
모두가 모일 수 있는 타운홀이 필요합니다
창고가 없어서, 어지럽고 물품 정리가 안되고 있어요. 창고도 있어야 해요.
혼자 집중해서 업무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하는데요..
폰부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팀원들한테 방해가 될까 봐 …
(통화가 많은 운영 팀원들)
개인적으로 샤워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자전거 타고 출퇴근 가능!) 우리 공간상 도저히 그럴 여력은 없었고 위에 나온 사항들 중에 비교적 같은 범주에 속할 수 있는 휴식공간+타운홀, 회의실+개인업무 집중공간을 크게 한 덩어리로 본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많은 회의와 고민의 시간들을 가지고 나서, 우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우리의 공간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배치한 결과 팀원들이 원했던 공간은 모두 구성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고민했던 부분들이 우리의 새로운 공간에 어떻게 녹아들어 갔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일단, 공간의 단절이 없어 보이고 최대한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벽을 세우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 필요한 벽들은 유리로 구성하였다. 또한, 한강이 보이며 뷰가 좋은 곳에서 사람들 모두가 쉴 수 있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천장을 노출시켜 답답함을 해소했다.
이는 수평적이고 원활한 소통은 탁월한 업무의 창조주라고 할 만큼 오픈된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우리의 가치관이 들어가 있기도 한 부분이다.
사무실에 들어오게 되면 왼쪽에는 develop, growth라는 방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challenge와 context가 보인다. 이전 선릉 사무실의 회의실 이름이 10조, 100조였던 것을 생각하면 대조적이다.
업무공간이 팀원 각자와 우리 전체에게 큰 영향력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공간의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 많은 고민들이 있었고, 우리의 문화의 근간이 되고 우리의 문화 자체인 아래 키워드를 새로운 공간의 이름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부분은 우리 문화의 가치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정제하고 있던 루피(대표)와 윈터(pr,컨텐츠마케터)의 도움이 컸다.
아래 키워드들이 바로 새로운 공간들의 이름이다.
challenge, context, develop, growth, agora, refresh
먼저 평소에 우리는 challenge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회의를 할 때 누군가 의견을 내면 듣고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은 없을지 다각도로 생각해보고 치열하게 challenge 하는 과정을 항상 수반하려 한다. 이것은 최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크고 중요한 회의를 많이 하게 될 대회의실에 challeng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challenge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맥락(context)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최상의 의견을 내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뭘까? 우리는 그걸 맥락(context)의 대한 이해라고 보았다. 서로 다른 시각들 속에서 challenge 할 때 더욱 양질의 의견이 나오고, 이 과정 속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깨닫기도 한다. 서로의 활발한 맥락 공유에서부터 우리는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고 이것은 우리의 건강한 challenge 문화에 도움을 준다. 그렇게 소회의실의 이름은 context라고 붙였다.
develop, growth는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발전이라는 우리의 생각이 담겨있다. 우리의 문화 매뉴얼 3번에는 "개인의 성장과 계발은 월급만큼이나 끊겨서는 안 됩니다"라고 써져 있는 만큼 개인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공간은 팀원들의 요구사항 중에 있던 개인 업무 집중 공간임에 동시에 소회의실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develop, growth는 challenge, context와 다르게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일부분만 창을 뚫었고 4인 정도가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challenge, context, develop, growth의 모든 방에는 보드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agora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광장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된 소통의 장소를 뜻하는데, challenge, context, develop, growth, refresh라는 어니스트펀드 문화의 가치들을 실행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생산적 논쟁을 하고, 맥락을 공유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한 자기계발을 이뤄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성장한 개인은 결국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든 우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하였다.
타운홀로도 쓰이고 휴식장소로도 쓰이는 agora는 우리 전체 공간에서 큰 비중을 두고 설계하였으며 앞서 잠깐 말했던 것처럼 따로 수납공간을 마련할 공간이 없는 우리에게 유용하도록 계단식 수납공간으로 제작하고, 그 위에 간이 매트를 두어서 사람들이 누워서 쉴 수도 있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한 후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공간에 우리의 의도를 담는 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했었다. 과연 우리 구성원들은 의도대로 공간을 사용해줄 것인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공간이 변하면 생각이 변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agora가 생긴 후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에 회사 전체 주간회의(weekly meetup)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각자의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는 세미나도 주기적으로 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모두가 회사 전체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고, 서로 간의 업무 이해도 또한 높아지게 되었다. 이로 인한 업무 시너지는 굳이 말로 표현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 변하면 생각이 변한다
또한, 점심시간엔 밥 먹고 와서 agora에서 편히 누워서 쉬기도 하고, 다 같이 피자파티를 하기도 하면서 마음껏 쉴 수 있고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공간을 필요로 하던 팀원들의 바람이 잘 실현된 것 같았다.
그리고 refresh룸이라는 곳을 만들면서 우리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언제라도 업무 중에 피곤하면 위 공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구글캘린더를 활용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사용하고 있으며, 위 좌측 사진과 같이 안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를 도어행거도 만들었다. refresh에서의 잠깐의 휴식으로 인한 재충전은 훨씬 더 높은 업무 효율로 우리에게 보답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 팀원 중에 한 명이 나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의실 이름이 context라서 그런지 다른 팀원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때, 그 정보의 context(맥락)에 대해서 더 잘 공유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공간이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설계하고 지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우리가 공간을 만들었지만 그 공간은 우리의 행동과 생각의 방향성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끌어 간다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긴다는 것. 각 방의 크기, 위치, 콘센트 자리, 사람들의 동선, TV, 의자,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집기까지 깊게 고민하고 나누고 나온 결과물이라 애착도 많이 가고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에 조금은 부담되기도 했던 프로젝트였지만 모두가 합심하여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게 되어 뿌듯하고, 이 곳은 우리 어니스트펀드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믿는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니스트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