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서비스에 숨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실체
어니스트펀드에서는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브런치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나는 작년 9월에 '왜 카드론의 금리가 높은지'에 대해 글을 쓴적이 있었다. 검색엔진 메인에도 글이 소개되고 SNS상에서 공유도 약 900건 정도 되면서, 높은 카드론 금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카드론의 금리가 높은 이유 3가지에 대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카드론 금리가 왜 높은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신용카드사가 본업인 결제수수료보다 부업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돈을 훨씬 많이 벌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실제로 얼마나 더 많이 벌고 있는지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신용카드 회사의 숫자들을 확인해보고 거기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2위인 S카드와 K카드의 2016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참고하였다.
수수료 수익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결제수수료나 고객에게 받는 할부수수료, 리스수수료 등을 뜻하고, 이자수익은 카드론, 현금서비스와 같은 대출 등을 제공하고 이자를 받은 수익을 뜻한다.
2016년(추정)의 S카드 순이자수익은 1.4조로 순수수료수익인 2300억의 무려 6배에 달한다. K카드도 순이자수익은 9600억으로 순수수료수익인 710억보다 무려 13배나 많다. 신용카드사라고 하면 카드결제를 하고 거기서 파생된 수수료(결제, 할부 등)가 주된 수입이 돼야 할 것 같은데, 두 카드사 모두 수수료수익으로는 일반관리비도 충당을 못하는 수준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의 주된 수입은 이자수익으로 그 대부분은 바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었다.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왜 카드사는 저런 구조로 돈을 벌고 있을까? 저기에 숨은 전략은 무엇일까? 주위에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도 물어보고, 카드사의 약관 서류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카드사들의 전략은 '돈 빌려주는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신용카드를 쓰는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쓰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다.
첫째로 신용을 활용해서 편리하게 소비생활을 하기 위함이다. 연회비를 지불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면,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없이 편리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고 물건을 살 때 그 금액을 당장 지불하지 않고 나중에 지불할 수 있다. 또한 할부 서비스를 활용해서 다음 달에 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2~6개월로 나눠서 지불할 수 있다.
두 번째, 각종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면 박물관 입장, 콘서트 구매 가능, 영화/카페/주유할인, 공항 라운지 활용, 항공 마일리지 적립 등등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들 사용하는 신용카드들은 대략 30만 원 정도만 꾸준히 사용하면 내가 누렸던 부가서비스 혜택이 끊길리는 없다. 위와 같이 네이버에 '신용카드혜택'이라고만 검색해봐도 다양한 혜택들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고 나의 소비패턴과 가장 잘 맞는 신용카드를 찾아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파괴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되고,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지다 보면 내 삶에 엄청 편리하고 내 삶에서 때어놓을 수 없는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안 쓰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최소 얼마 이상은 써야 부가서비스를 쓸 수 있게 설정해놨기 때문에 계속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용카드는 사람들의 지갑 속으로 하나둘씩 들어가서 그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된다.
일단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까지 위치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신용카드사가 본격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나온다. 바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다.
신용카드를 오랫동안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문자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광고)[XX카드] 장기카드대출 혜택 안내, xxx회원님만을 위한 1월 혜택 확인하시고 편리하게 이용해 보세요" 바로 카드론 권유 문자이다.
신용카드사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과 같은 대출 사업을 아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카드론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최소 6%에서 최대 25% 정도 되고 평균은 14% 정도 될 정도로 높다. 시중은행이 평균 4% 정도 되니 그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 편이다.
처음 카드를 발급받을 때 우리가 제공한 직장정보, 신용정보, 가처분소득 등 나의 정보를 기반으로 카드론 한도를 1차적으로 산정해 놓고, 우리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패턴을 분석해서 대출 한도를 계속 재산정하면서 언제든 대출해 줄 준비를 해놓는다. 그래서 언제든 손쉽게 그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은행 지점, ATM기, 인터넷, 전화 등 다양하고 편한 방법으로 언제어디서든지 신청가능하다.
아래 캡처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삼성카드의 메인화면인데, 항상 나에게 5백만원의 카드론 대출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난 받을 생각이 없다.
돈이 필요해서 먼저 카드론을 신청해서 쓰는 고객들도 있지만, 카드 사용액이 갑자기 늘어난 고객들이나 리볼빙 서비스나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사람들에게 '혹시나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카드론 사용을 권유하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 꼭 굳이 이게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돈이 필요하지 않냐며 대출권유 마케팅을 한다. 그리고 이 마케팅의 결과물인 대출과 이자, 이게 바로 그들의 주 수입원이 된다.
모든 금융기관들은 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때문에 더욱더 고객과의 접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리한다. 은행은 전국에 깔려있는 은행 지점이란 아주 파워풀한 오프라인 고객접점채널을 활용하고, 보험회사들은 친구 어머니와 같은 보험설계사분들을, 캐피탈사나 대부업체들은 대출모집인들을 활용한다. 그런데 카드사는 신용카드를 쓰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직접적인 고객접점채널이 된다. 그 어느 누구보다 고객과 가까이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1년간 대한민국 카드사들이 대출해주는 카드론 금액이 얼마일 것 같은가? 대략 40조원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사. 십. 조. 원!!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신용카드사는 점점 카드론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2011년 21조에 불과했던 카드론이 올해 38조원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신용카드사는 법적인 구분으로 봤을 때 여신전문금융회사이다. 여신(與信)은 신용을 준다는 뜻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즉 돈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회사라는 말이다. 신용카드사도 그냥 대출회사이고 신용으로 결제해주는 결제수단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카드사가 정보의 우위를 가지고 카드론 대출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꼭 카드론 상품이 편하다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은 합리적으로 대출을 이용하고 싶지만 실제 돈이 필요한 시점을 카드사들은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주는 정보를 카드사는 다시 이용해서 장사한다는 느낌이다.
일부 대부업체들이나 저축은행들처럼 귀여운 캐릭터, 귀에 맴도는 후크송, 자극적인 이미지와 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편리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고객들에게 근사하고 멋있게 다가온다. 이렇게 고객에게 멋있는 친구와 같이 가깝게 접근한 다음, 적절한 시기에 혹은 마구잡이로 대출 권유를 해서 대출을 받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 그들의 전략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미국발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자금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당국에 의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소액 카드결제가 늘어나기 때문에 카드사가 VAN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은행한도가 다 찼거나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고금리 카드론 대출을 이용하다가 어니스트펀드와 같은 P2P금융을 통해 중저금리 대출로 대환하여 이자를 절약한 고객들이 굉장히 많으며, 저축은행들도 아주 공격적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고 2017년 올해부터는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점점 카드사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들은 더욱더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웬만한 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서점들, 보험사, 증권사 등 각각의 업종에서 할인을 받거나 추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가 존재한다. 또한 대학 등록금, 학원비와 같은 교육 분야와 도시가스비, 임대료, 중개수수료 등 부동산 관련 분야, 휴대폰결제금액 등과 같은 생활밀착 분야나 아직 현금으로 결제되고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전통적인 결제 분야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만들고 해외 유명가수들을 초청하는 것을 넘어서서 자체 콘텐츠를 만들면서 하나의 미디어 채널로서 발전해가고 있고 포켓몬고와 비슷하게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앱도 만들어서 출시했다. 내 삶의 모든 영역에 신용카드 회사가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며 줄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유일하게 신용카드사만 대출을 더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이 돈을 버는 수단의 대부분이 카드론일테니 이해가 간다. 올해 신용카드사는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며 대출권유 마케팅은 더욱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카드론이 아무리 편하다고 한들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에 악영향 있는 카드론을 쓰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고 현명하게 대출상품을 잘 선택하길 바란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니스트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