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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스트팀 Dec 10. 2019

EP 09. 첫인상에 철학과 가치를 담는 사람

이태진 디자이너에게 듣는 로고 스토리와 브랜드 디자인

로고는 기업의 얼굴이며 회사를 대표하는 시각적 상징물입니다. 첫인상에 기업의 가치와 이념, 서비스, 그리고 철학을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기억에 남도록 독특하게 디자인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니스트펀드의 로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기업의 비전과 지향을 어떻게 나타내고 있을까요?


오늘은 어니스트펀드의 브랜드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이태진 디자이너를 만나, 어니스트펀드의 로고가 담고 있는 의미와 2020년 어니스트펀드의 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다듬어진 로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두 개의 수상 경험이 있으시다고요.


브랜드 디자이너 이태진입니다.


흔히 3대 디자인 어워드라고 하면 iF(International Forum), 레드닷(red-dot),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를 말하는데요. 대학생 때 레드닷을, 어니스트펀드 입사 후 iF를 수상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니스트펀드에서 IDEA까지 수상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보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초기 창업 멤버로서 ‘어니스트펀드’라는 이름을 만들 때 함께하셨잖아요. 우리는 어떻게 이 이름을 갖게 되었나요?


2015년, 제가 합류했을 때는 3-4명이 팀의 전부였고 저는 유일한 디자이너였습니다. 말할 때나 쓸 때, 로고나 심볼을 제작할 때, 줄여서 부를 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려한 이름인지 고민하는 게 디자이너로서의 제 역할이었어요. 


자정을 넘겨 토론하다가 막차를 잡기 위해 다 같이 종각역으로 뛰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그렇게 정한 이름도 다음날 보면 별로인 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보름쯤 지났을 때, 서상훈 대표님이 이 문제를 두고 단 둘이 치열하게 논의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없어진 한 카페에 앉아 제가 대표님께 계속 질문을 했어요. 우리가 잘할 수밖에 없고, 잘해야만 하는 게 무엇이냐고요.


서상훈 대표님의 답이 ‘정직’이었습니다. ‘정직’은 고객은 물론 팀원들께도 꼭 지키고 싶은 가치라고 하셨어요. 정직이 무너지면 이 사업을 할 의미가 없다고도 말씀하셨죠. 거기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trust, honesty 등 정직을 뜻하는 다양한 단어들 중 어감과 조합, 길이, 생김새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밖에 없고 잘해야만 하는 단 하나, 정직



뜨거웠던 토론이 로고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로고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면서 동시에 모던하고 간결한 이미지”가 좋겠다고 팀에서 의견을 주셨어요 (웃음). 


정말 어려운 주문이었지만, 전통 금융이 갖고 있는 안정감과 신뢰에 IT의 모던함, 그리고 심플함까지 로고에 담겨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니스트펀드의 비전은 정보기술(IT)로 금융을 혁신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 그리고 차별점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저희는 심벌 타입과 워드 타입 두 가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어니스트펀드라는 상호명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워드 타입과 시각적 상징물로써 한눈에 어니스트펀드의 브랜드 에센스를 전달할 수 있는 심벌의 조합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문자 h와 f로 구성된 어니스트펀드의 심벌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대출자에게 중 저금리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는 저위험 고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어니스트 펀드를 표현했습니다.


먼저 h의 세로축에서 위와 아래는 각각 저금리, 고금리 시장을 뜻합니다. h의 곡선이 시작되는 곳, 세로축의 중앙에서 살짝 낮은 곳에 위치한 그곳이 바로 어니스트펀드가 위치한 중저금리의 시장인데요. 어니스트펀드가 대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저금리의 제1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f는 어니스트펀드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간자, 즉 플랫폼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아래의 점(Low point)과 위의 점(High point)은 각각 중저금리를 이용하는 대출자와 고수익 기회를 얻은 투자자를 의미하는데요, 두 점은 수직의 유려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함에 있어 불필요한 비용이나 과정을 없애고 이를 혜택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어니스트펀드의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흐름’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했죠.




서체 역시 고심하여 선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니스트펀드의 워드 타입에는 ‘보도니(Bodoni)’라는 폰트를 사용했습니다. 


보도니 서체는 전통적으로 ‘혁신’을 상징합니다. 인쇄 기술의 혁신 없이는 굵은 부분과 얇은 부분이 이렇게 대비가 큰 폰트를 구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타이포그래피 역사의 큰 획을 그었던 보도니처럼 어니스트펀드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 산업에 큰 획을 그으며 혁신을 일으키고자 했기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서체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도니 서체는 또한 ‘조화’를 상징합니다. 세리프체(명조체)의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산세리프체(고딕체)의 깔끔함이 어우러져 있죠. 전통 금융권과 IT산업의 인재가 한데 모여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 어니스트펀드를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혁신’을 상징하는 서체, Bodoni(보도니)



금융권에서는 전통적으로 파란색을 많이 사용해 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어니스트블루’가 갖는 의미가 있을까요?


블루는 ‘정직’이나 ‘신뢰’를 나타내는 색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니스트펀드도 대표 컬러로 파란색을 택했고, 그중에서도 너무 밝거나, 너무 어둡지 않은 파랑의 ‘어니스트블루’를 채택했습니다.


짙은 네이비 컬러는 전통 금융 산업의 진중한 느낌을 잘 전달하고 밝은 세룰리안블루는 IT 조직의 전통 금융산업 대비 화려하며 캐주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니스트펀드가 지향하는 혁신의 모습은 이 두 값의 중간점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파란색을 ‘어니스트블루’로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드셨던 어니스트펀드의 로고가 최근 새 옷을 입었다고요.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준 고마운 로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다듬어주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2020년에 어니스트펀드 5주년을 맞아 ‘로고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어니스트펀드의 디자인 철학인 ‘클래시(classy)’와 ‘심플(simple)’을 극대화하면서도 모든 디스플레이에서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다듬었어요.


이런 작업을 흔히 ‘리브랜딩’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브랜드 에센스부터 재해석한 것이 아니라 원본 로고가 가진 의미와 콘셉트를 유지한 채 내・외부의 변화한 상황과 우리의 역사를 반영하도록 다듬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리브랜딩 대신 리마스터라고 표현했습니다.




“로고는 첫인상이기에, 브랜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요?


워드 타입과 로고 타입의 비율과 워드 타입 내 소문자와 대문자 비율이 조금씩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디스플레이에서도 로고가 명확히 보일 수 있도록 로고의 얇은 부분을 조정했죠.


지난 5년간 제 디자인 역량도 많이 성장한 만큼, 더 유연한 눈으로 로고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유려하게 다듬으면서 우리의 지난 역사는 물론 앞으로 나아갈 역사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눈이 새로운 로고에 너무 익숙해지지 않도록 매일 한 번씩 파일을 열어 보며 완성도를 높였고 디자이너분들께 피드백도 많이 받았는데요. 6개월 정도 꾸준히 작업한 새 로고가 저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벌써 5년간 어니스트펀드라는 브랜드를 함께 키워오셨는데요. 이태진 디자이너가 정의하는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대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브랜드 디자이너로서의 첫걸음을 어니스트펀드와 함께 시작한 지 5년이 흘렀습니다.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가면 더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가끔은 ‘브랜딩이란 뭘까’ 고민하곤 합니다.


다만, 브랜딩이 멋지고 화려한 것, 비전과 가치를 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건 지난 5년을 통해 배운 것 같아요. 예쁜 로고를 만드는 것도 브랜딩이지만 공용 공간에 떨어진 휴지 하나를 줍는 것, 새로 입사한 팀원을 위해 맛있는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다 브랜딩이거든요.


브랜딩을 정의하자면, 우리의 가치를 추구해가는 ‘과정’이고 고객과의 약속, 팀원들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어니스트펀드의 약속은 ‘정직’이기 때문에, 저희는 각자의 자리에서 늘 정직해야 하겠죠. 나만 아는 디테일을 며칠씩 다듬으며 디자인의 완성도를 올리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정직함’이고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레기를 줍는 것 하나까지 모두 브랜딩이니까요.”



어니스트펀드에서 꼭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끔 저는 사인 월에서 저희 로고를 관찰해요. 양복 장인이 그렇듯,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하기 위해 앉아서 보기도 하고 서서 보기도 하면서 로고의 부분 부분을 뜯어보죠. 이런 과정을 통해 2020 어니스트펀드 로고가 완성되었는데요, 브랜드의 시작만큼이나 브랜드의 성장과 성숙을 함께 하는 여정도 참 설렌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쭉 저는 이 브랜드가 어떻게 커가는지 바라보며 그 여정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때, 그때마다 딱 맞는 새 옷을 입혀줄 수 있도록 저 역시 성장했으면 하고요. 지금까지의 5년이 정말 재미있게 흘렀기 때문에, 앞으로의 5년, 10년도 기대가 됩니다.



어니스트펀드 이태진 브랜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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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어니스트펀드

사진 = 김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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