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지
언젠가는 이 이야기도 너에게 닿겠지
심신이 무거운 밤이다.
그동안 열심히 회피했던 것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극심한 괴로움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혼자있었다면 못된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겠지.
이 글은 더이상 이런 감정이 들 때마다 전부다 그만두고싶어지는 불쌍한 나를 구해내기 위해 쓰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편지이다.
좋은 말만 쓰고싶었는데.
어떤 것들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를 안김에도 끊임없이 나의 에너지를 들이붓도록 요구한다.
무시하다가 결국 한 국자 쏟으면 보란 듯이 나를 나쁜 공범으로 만들지.
거봐, 나한테 그러지 말라했잖아. 내가 피해다녔는데 왜 계속 나를 들쑤신거야.
왜 스스로 찾아와놓고 매번 나를 부숴놓는거야.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꼬장꼬장하게 부렸던 건 결국 너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내가 몰랐을까봐, 너나 잘하란 말야.
너에게 내가 너무 잡혀 살았어.
너에게 더이상 관심을 주지 않겠다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 너는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미친듯이 흔들어.
혹시나 하고 물어보면 넌 또 스스로를 모른척하고 날 비난하지.
너는 나를 그렇게 이용한거야. 이제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내가 건강하게 키워온 나의 선의를 너는 매번 혼자 고결하자고 더럽혔어.
그렇게 우린 너무 오래 봤어. 네가 나쁜거야.
착하고 당당하고 배려했던 너는 죽고 없고
이제 그저 지 맘 편하게 살고싶은 너만 남아있어.
너 하나만 편하고 쉽게 살겠다고 나를 가져다 쓴거야.
또 부정하겠지만 이번엔 내 말이 맞아.
너의 괴로움은 내가 항상 달려가 덜어줬는데, 너는 나에게 그런적이 있었을까.
왜 이렇게꺼지 비겁해졌어. 이렇게 되지 않길 바랐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우스워진거야.
그 해 여름, 너는 말라죽어가던 나를 극진히 살려냈으니
나는 언제나 너의 행복을 빌겠지만 더이상 거기에 날 갈아넣지마.
나에게는 매 순간 좌절감만 주고 너는 약간 미안하기만 한 이 짓거리, 이제 그만둘거야.
나에게만 빗장 걸어둔 너의 세계 속에서 울던지 죽고싶다 하던지 투정을 부리던지 알아서 해.
난 이제 다져진 굳은살도 깨져서 더이상 버티질 못하겠어.
정말 너무 아프다.
이번엔 진짜야.
정말로, 더이상의 배려와 감정은 없어.
네가 원하던 대로 되었는데, 너는 이런 나를 보면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