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시작되는 순간, 아이의 표정은 달라집니다. 연필을 쥔 손이 느려지고, 눈은 종이 위를 맴돌다 멈춥니다.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이 굳어버립니다.
“그냥 네 생각과 느낌을 적으면 돼”
어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이 말 자체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뒤따라 붙는 조건들이 문제일까요.
띄어쓰기는 정확하게, 맞춤법과 호응관계도 틀리지 말고. ‘몇 줄 이상’, ‘몇 자 이상’, ‘서론-본론-결론’, ‘나의 생각과 느낀 점 포함’. 조건들이 붙는 순간, 글쓰기는 더 이상 생각을 꺼내는 일이 아니라 정답을 맞혀야 하는 과제가 됩니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글보다 먼저 걱정이 차오릅니다. 이렇게 쓰면 틀리는 건 아닌지, 이 표현이 이상한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말은 무엇일지.
무엇을 쓰면 틀리지 않을지, 이 문장이 내 글을 이상하게 만들어 점수를 깎아먹지는 않을지, 엄마 혹은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표현은 무엇일지. 아이의 머릿속은 글이 아니라 걱정으로 가득 찹니다. 글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는 이미 누군가의 시선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 순간 글은 아이의 것이 아니라, 평가자를 향한 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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