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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선 May 13. 2022

청소년에게 손재주만 줄 것인가 '성취감'을 줄 것인가

마지막 편지(To. Viktor Lowenfeld)

 2022년 5월 13일

홍대에서


친애하는 로웬펠드 님,


제 마지막 장 청소년기의 미술까지 도착했습니다. 처음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을 읽고 이후 거듭 읽기를 거쳐 요약하기까지 꽤 오래 로웬 펠드 님의 글을 읽었는데요.  로웬 펠드 님의 글을 읽다 면 본인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고, 흙을 주물러 빚어내는 조각가처럼 글을 쓴 부분들에 제가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오늘날은 영상 매체가 발달해 언어로 풀어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미술을 설명하기 위해 또 미술교육을 언급하기 위해 언어화된 노력을 하다 보면 이론이 굉장히 견고 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는 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으면 또는 고민이 생길 때 펼쳐보는 책이 되길 바라며 마지막 제10장 청소년기의 미술에 대해 시작해 보겠습니다.


작고 얇은 펜을 사용하기를 즐기는 고학년, 카드 제작을 위해 스스로 연습한 흔적

 

제10 장 청소년기의 미술

 

로웬펠드 답:


이 장은 주로 청소년의 미술에 관련되어 있지만 미적 발달에서 이 단계를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어린이 미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많이 연구되어왔지만 청소년 미술에 대한 이해는 다소 무시되어 왔죠. 어린이 미술(child art : 어린이 미술보다는 아동 미술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동보다는 어린이란 말이 순수한 우리말이기도 하고 정감도 있어 어린이 미술이란 말을 쓰기로 합니다.)

어린이 미술은 모든 교사와 학부모, 심리학자들에게 무척 의미 있는 용어입니다. 청소년기는 어린이 시절이라 불리는 기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개별적인 발달이 뚜렷한 기간입니다. 그 또래의 욕구는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이 욕구를 만족시키고 계속 성장하면서 가능성을 펼치도록 돕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욕구의 본성에 맞는 미술교육 과정을 계획하지 못할 실제적인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대개 청소년 미술과 관련하여 다음의 세 가지 접근을 해왔습니다.

첫 번째 접근은 주로 어린이의 가치 있는 속성을 보충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고집하는 교사는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의 참신하고 자발적인 접근을 잃지 않기를 바라죠. 그러나 어린 시절을 연장한 자발성과 무의식적인 접근이 청소년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동기부여는 자신의 미술표현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주기는커녕 단순히 어린 시절 연장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결과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언정 강력한 동기부여로 인해 비판력이 강한 성장기간에 도움이 되지 못해요.

 

중고등학교에서 발견되는 좀 더 평범한 두 번째의 접근은 완전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때 교사는 전문가적인 기준에 접근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교사의 자존심 때문에 우리는 그 교사의 일반고등학교 미술전시회와 전문 미술학교의 전시회를 거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어른의 기준에 집착하는 이러한 노력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을 표현 못하게 하며 그들은 자신의 표현이 미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는 법을 훈련받았던 어린 시절로 어느 정도 후퇴하게 됩니다. 학교 교육에서 완성도를 강조하는 것은 민주적인 교육의 뜻에서도 역행하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전문적인 기준에 도달할 수 있는 학생은 극소수뿐이기 때문이죠. 특히 그런 소수의 학생들은 전문 미술학교에 전학하였을 때 그렇게 공들여 숙달해온 기교들이 별로 쓸모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미술에 대한 세 번째 접근은 학교식 계획안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린이 미술이나 전문적인 성인 미술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형태의 미술 계획안이죠. 이러한 구별은 단지 교육과정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요할 뿐 사실은 별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좋은 미술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고안하기 위해서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미술 계획안에는 금속 장식물 양각하기,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 디자인하기, 안전 포스터 그리기, 글자가 새긴 냅킨 디자인하기, 책의 테두리 장식하기, 다양한 문자형태 본뜨기, 비누 표면에 축구선수 새기기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 안에서 행해질 수 있는 계획안은 무한합니다.

 

흔들선 답:

1947년에도 미술교육 과정의 당위성을 찾기 위한 시도로서 또 민주적 교육의 역행일 뿐이라는 견해, 미술에서 공들인 기교들이 쓸모없음으로 되는 상황 등에 대해 논한 것이 어쩌면 2022년과 특별히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미술교육 연구가 있었으나 미술이 교육이 될 때 그다지 변하지 않은 의식구조나 상황이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상황은 문제 라기보다는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 차이 정도로 보이기도 합니다. 로웬 펠드 님과 제 생각은 다수가 민주적 교육방식에서 역행하는 경쟁적 미술 방법론 그리고 기교만 강조하는 예술 교육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열어두려 노력하는 것이겠죠.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전혀 아니며 미술교육이 교사의 개입에서 멀어져아 한다는 것도 전혀 아니죠. 교육의 바람직한 개입 방법론에 대한 토의와 모의가 많길 바랄 뿐이고요.

 

1.   청소년기의 의미

 

로웬 펠드 답:   

더 이상 어린이도 아니고 아직 완전한 성인도 아닌 시기가 청소년기입니다. 어른이 되는 시점은 애매모호합니다. 그 시점은 학교교육을 법적으로 끝마쳤거나 선거권을 갖는 시기일 수 있겠네요. 적어도 신체적인 관점에서 어린 시절을 벗어나는 시기를 정의하기는 좀 더 쉬운 일입니다. 사춘기(puberty)는 대개 어린 시절의 마지막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여자 어린이는 보통 11살경부터 빠른 성장이 시작되며 13살쯤에는 초경에 의해 여체로서의 특징이 발달됩니다. 17살 정도 되면 소녀는 거의 완전하게 성장하죠. 소년은 소녀보다 2년 정도 늦게 보는데 15,16살까지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19살 정도에는 갑자기 키가 성인과 비슷해집니다. 목소리가 변하며 15살 정도에는 얼굴에 수염이 나기 시작하죠.

이러한 청소년들의 모든 변화는 사회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 자신을 보는 방법에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탐험가나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낭만적인 꿈들은 그것들을 몇 년이나 몇 달 이내에 이루어야만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사라져 버립니다. 확실히 이러한 청소년의 이상주의는 어떤 실제적인 표현의 수단일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합니다. 모든 청소년들은 각기 다른 개인일 뿐임도 인지해야 하고요.

 

2.   청소년 미술의 필요성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은 청소년의 사고와 정서, 환경에 대한 반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콜(cole)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죠.

“청소년들은 그들의 정서적인 관심과 자기표현을 위한 배출구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되는 변화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긴장을 가져옵니다. 그들은 음악, 미술, 연극, 작문 같은 과목에 대한 실제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학문에서처럼 이러한 과목들은 그 과목이 바로 전공인 몇몇 청소년들과 그것이 자기표현의 수단인 많은 청소년들 사이에 뚜렷한 구별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작품의 대상은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열중할 수 있도록 자기표현을 위해 제공되어야 합니다.” _ Luella Cole, Psychology of Adolescence, 1950

 

수많은 그림 도구와 대중적인 미술 복제품들의 생산과 판매량은 많은 성인들도 미술표현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이러한 도구(kit)들은 학생들의 욕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기 위해 미술 프로그램에서 사용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있어요. 병이나 책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바싹 말린 오렌지나 물푸레나무로 된 정리 상자의 테두리를 디자인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자신이나 그의 환경을 이해하는데 기여하지 못합니다.

 

이상적으로 중학교 미술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계속되는 성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대들이 직면하는 중요한 의문 중 하나는 자아 주체성에 대한 의혹입니다. 즉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이죠. 이 발달단계에서의 주제는 청소년 자신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야 합니다.  이 시기는 본능적인 욕구와 의혹들, 그리고 문제점들과 정서적인 혼란으로 가득 차 있어요.  과거에도 그랬듯이 모든 진실한 표현을 위한 미술재료는 학교 밖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학습의 한 가지 목적은 목표를 둔 수준을 보다 효율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능력과 수단을 제공하고 계속 공부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술 프로그램은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든, 저녁에만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든, 자신의 사진 암실에서 작업하는 사람이든 간에 그들이 자아를 계속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미술 프로그램은 문화의 방향에 대한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 문화 내부에서 허용되는 허위와 모방성에 대한 사고 과정의 부정적인 의미와 영향은 정상이 도리 때까지 계속 지적되어야 합니다. 미술 프로그램은 우리의 삶에서 이러한 모순에 관심을 기울어야 합니다. 이런 불성실과 허위가 건출 설계에서나 액세서리 구매에서, 우리의 정치생활에서 발생하여 그것이 지적되었을 때 통합된 사고 과정의 중요성을 좀 더 크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중등학교의 프로그램은 얼핏 창의적인 것처럼 생각됩니다. 이것은 주제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이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보다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우리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창의적인 사고를 신장시킬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역사를 통해 되돌아볼 때 창의적으로 사고했던 많은 인물들이 일찍 열매를 맺었음을 알 수 있죠. 청소년기는 정서적인 정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정열은 미술 프로그램으로 적절하게 지도했다면 활기찬 창의적 표현욕 구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14살 정도의 청소년은 일체감과 동료집단의 압력에 너무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청소년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성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지만 추상적인 사고가 발달하며 사회문제들을 인식하며 좀 더 좋은 세계를 만들려는 욕구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여기에서 성인에게는 경험을 학습시키고 의미 있는 문제들이 제공되도록 지도하고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때 확산적 사고와 창의적 행동을 필요로 합니다. 중등 수준에서의 미술은 그 학생이 성인으로 생활하게 될 때 미술가가 되든 과학자, 가정주부, 배관공이 되든 창의성을 자극하고 그런 창의성의 발달을 촉진시켜주어야 합니다.

 

3.   청소년기의 주제

 

청소년 미술은 그 자체가 특별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어린아이 같은 표현양식도 아니며, 전문적인 미술가나 공예가의 미술 형식도 아닙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미술표현은 나중에 미술활동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든 종사하지 않든지 간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미술활동은 상당히 개인적이며, 특별한 경우에만 갖추어야 할 매우 기능적이고 미적인 자질을 요구합니다. 주제는 미술 경험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발달시키는 수단으로 생각되어야 합니다. 주제는 미리 결정된 소재로 청소년을 제한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미술은 의무로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성적에 대한 압력이나 성인들의 명령 때문에 완성해야 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느끼게 해서도 안됩니다. 오히려 미술표현은 학생 자신의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중등학교 수준에서의 주제는 개인적으로 가치 있는 경험에 학생을 관련 있는 수단으로 봐야 하며 주제는 관심 있는 영역에 개방되어야 하죠. 또 보다 복잡한 기법에 대한 욕구는 표현이 복잡해 짐에 따라 발달하게 되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교사의 역할은 있어야겠지만 표현에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나 기법을 가르치는 것은 실제적인 문제로부터의 도피일 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합니다. 미술 방법은 그것이 앞으로 향상되고자 하는 자신감과 희망을 발달시키면서 개별적으로 타고난 자질을 발휘하게 한다면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죠. 시각형과 촉각형을 잊지 말아야 하며 그 둘을 비교하지 말고 알 맞게 맞추어 반응해야 한다는 거죠.

 

미술 교육과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할 두 가지 기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청소년의 개인적인 심리적 욕구와 사회에 대한 넓어진 욕구입니다. 확실히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미술에서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미술에서의 진실을 위한 추구는 그들이 중등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교육을 계속할 계획이 있든 없든 간에,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계속하여야 합니다. 미술교육은 개별적인 욕구들이 사회의 욕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욕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제는 되는 대로 선택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청소년의 특수한 환경 안에서 그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인 것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4.   중등학교 미술 프로그램의 주제


개별적인 학년 수준을 설정할 수는 없지만 내용을 주제 범위의 근거로 10대들의 경험을 각각 다루고 있는 다섯 가지로 구분할게요.

1)   자신의 경험

2)   가정에서의 경험

3)   지역사회에서의 경험

4)   자연에서의 경험

5)   산업에서의 경험


자유롭게 연구하는 손, 있는 그대로 두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정도가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5.   청소년기의 미술 영역


기능(skill)의 발달은 중등학교 미술교육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미술표현에 자신감을 얻습니다. 따라서 미술교육자들은 동기를 부여함에 있어서 청소년의 개별적인 개성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죠. 포부와 인내, 자아에 대한 비판, 자기반성, 낭만과 모험에 대한 욕구 등과 함께 미적 기교를 발달시키고 기능을 향상해야 하겠습니다. 실험적 태도는 최상을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성들이죠.

 

앞에서 논의해온 것처럼 청소년들은 갑자기 자신의 작품이 미숙함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유치하고 서투르다는 생각으로 쉽게 좌절하며 자주 자신이 생각을 도화지 위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청소년은 자신이 제작하는 것과 성인이 적당하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서 모순 때문에 불안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방법은 그에게 성인 미술에 대한 개념을 넓혀주는 것입니다. 아마 신선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서투른 것 같은 몇몇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샤갈과 클레 같은 오래 전의 대가들도 매우 소박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죠. 또 한 가지의 효과적인 지도방법은 그들의 작품을 성인의 작품과 비교할 수 없는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중등학교에서 특별한 기법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제작 순서와 기법의 차이를 언급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작 순서는 설명될 수 있으나 기법은 매우 개별적이며, 그 때문에 개인적인 욕구에 따라 발달하게 됩니다. 그가 사용하는 기법은 학습된 기능의 결과라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 속에서 그가 경험한 것이 산물입니다. 기법이 개별적인 표현과 분리되면, 그 기법은 그를 향상하기는커녕 억제할 수 있는 단지 손재주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리죠. 예를 들어 촉각형인 학생이 그림의 본질을 인상주의적인 방법으로 본다면 그는 유화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시각적 분석의 결과인 복잡한 색채들은 그를 당황하게 만들 뿐이며 반면에 그가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은 선의 표현과 주관적인 색채 관계에 보다 관련되어 있습니다. 기법과 개성은 밀접하게 상호 관련되어있고요. 그러므로 기법은 개발되는 것이지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제작 순서는 재료를 준비하고 작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며 그 결과를 마무리하여 보존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나 자신의 표현기법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학생에게 가능한 여러 제안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어떤 미술가에게서도 알 수 있듯이 창의적인 미술의 성취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문제 제시에 의한 작업, 여러 가능한 해결책의 모색, 유연성을 가지도록 격려하는 것, 그리고 적어도 부분적이긴 하지만 최종적인 성취감 등은 기법을 발달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훌륭한 기법은 각 개인들에 의해 개발되며 보다 쉽고 깊이 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기능은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1)   스케치

도화지 위에 연필이나 목탄, 또는 다른 그림도구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직접적이고 기본적인 경험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유형의 필법을 연습하고 여러 각도에서 상자 같은 것들을 그리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해 왔습니다. 학생이 일단 그리는 법에 대한 이러한 기능을 숙달하게 되면 눈과 손의 협응이 발달되고 자연을 스케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선 자체는 하나의 추상이기 때문에 스케치는 개인적인 표현의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선은 근육운동 지각의 근원이며 움직임에 대한 느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 선은 윤곽으로 형태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그림 도구가 많이 있지만 크레용이나 크레파스는 스케치를 빠르고 정확하게 익힐 수 있는 훌륭한 성질을 가지고 있죠. 직접적으로 표현을 나타내는 스케치는 시각적인 장면을 나타낸다는 면에서 그 장면을 재현하는 것보다 오히려 손으로 쓰는 활동과 유사한 경향이 있습니다. 목탄은 명암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3차원적인 스케치에 많이 사용됩니다.

 

2)   회화

우리는 여기서 그림을 그리는 장소, 그림의 크기, 물감의 종류 등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회화의 유형은 보통 벽화처럼 어떤 내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미술가의 경험세계에 보다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그것은 정서와 사고, 관찰한 것에 대한 친숙한 표현이며, 미술가의 주위 환경에 대한 시각적이거나 비시각적인 표현입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과 주제로 표현하고 싶은 특성들을 그리기 위해서 적절한 접근방법을 선택할 것입니다. 우리가 논의했던 것처럼 어떤 학생은 시각적인 대상들 때문에 방해를 받을 것이며 어떤 학생은 시각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보고 그릴 모델을 원할 것이죠.

 

회화에서 정확한(correct) 기법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개개의 학생들은 회화에 대한 자신들만의 접근 방법을 개발하고자 할 것이며 그들은 자신의 방법을 고정된 일정한 방식으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게 변화시켜나갈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화면을 준비하고  회화의 매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학생에게 그림을 그리는 전체적인 경험의 일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교사는 모든 학생들을 미술가로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학생 자신의 표현을 촉진시키고 열의를 갖게 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3)   벽화

이젤 위에서 그린 그림이 주위 환경으로부터 분리된 정서나 사고, 느낌의 표현이 되기 쉬운 반면, 벽화는 건축이라는 전체의 일부분입니다. 벽화의 크기는 건축가에 의해 미리 결정됩니다. 벽화를 설계하는 데 있어 첫 번째는 건축물의 구조에 잘 어울릴 것 두 번째는 벽화가 반드시 벽의 한 부분 그리고 전체 건축물의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벽화의 세 번째 고려사항은 내용입니다. 벽화가 영구적이라면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야겠죠. 계획된 벽화와는 달리 일시적인 벽화는 벽면 위에 대강 스케치하는 것만으로 그리 수 있습니다. 특별한 행사의 일부처럼 말이죠.  개개인의 그림들이 오히려 개성을 나타내면서 전체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도 있고요.

 

4)   조소

정서나 사고, 자연에 대한 인상을 3차원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조소의 특성입니다. 배경에 대한 표현이 불가피하게 배제되기 때문에 회화로 자신의 욕구와 이해를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많은 학생들은 입체표현 영역에서 커다란 해방감을 느끼죠. 시각형인 학생은 회형적인 형태와 크기, 비례의 차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반면 촉각형인 학생은 주관적인 표현과 조각에서 근육운동 지각적인 경험에 보다 관심을 갖습니다. 우리는 종합적인 기법 내에서 여러 부분적인 것으로부터 전체를 만들어가는 학생들과 분석적인 과정을 통해 마지막 형태를 이루기까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가는 학생들을 계속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찰흙은 입체를 다루기에 가장 기본적이고 쉬운 재료입니다. 주제가 많을 때는 조소 작품은 적합하지 않아요. 짙은 안개가 낀 가을날을 주제로 조소 작품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다는 거죠. 나무를 새기고 돌을 깎는 것은 찰흙이나 석고 작업과는 매우 다릅니다. 새기거나 깎아내는 조각은 반드시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야 하지만 가소성 재료에 의한 소조는 학생들이 부분적인 인상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전체의 형태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조각은 미리 계획하기 어렵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계획하는 과정은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풍자적인 자화상, 개별적인 정서나 감정의 묘사, 운동선수와 같은 특정한 유형의 인물 표현, 변덕스러운 노파, 놀고 있는 소년 등은 인형 만들기를 위한 소재로 쓸 수 있습니다. 색칠을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러운 특성을 덮어버릴 수도 있어요.

 

5)   판화

판화 제작과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자유롭게 창작하는 학생들은 이 과정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통해 학생들의 미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기회는 될 1수 있어요. 고무판화(Linoleum print)는 매우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고무판에 선과 형태를 새길 충분한 기회를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죠. 완성된 판화는 자연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판화 작품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모노 프린트는 때때로 작품에 나타나는 기법의 효과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는 데 사용합니다. 인쇄기의 잉크가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으로 유리판 위에 나타나면 흡수성 있는 종이를 잉크 위에 덮어 찍죠. 다양한 질감이 유리판의 잉크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고요. 미술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느끼는 학생에게 가치 있는 활동입니다.

실크스크린은 주로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판화로 사용됩니다.

 

6)   디자인

중등학교는 재료와 물건의 사용과 기능의 구성요소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감수성을 교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기능적이고 도구나 기계류의 생산수단에 대한 디자인의 관계이며 디자인과 사용목적 사이의 관계로 기능적인 말은 설명될 수 있어요. 학생 생들이 사용하는 작업 재료가 다양하면 할수록 그들의 경험 범위도 넓어지죠. 그가 찰흙이나 나무 금속, 섬유 등 어떤 재료로 작업하든지 간에 재료와 의도한 목적과의 밀접한 상호의존을 인식해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양식과 전통적인 양식 사이의 모순, 그리고 진실에 대한 요구와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의문 사이의 모순을 인식시켜야만 합니다. 이런 모순에 대한 정확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직접 학습으로 경험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계획을 통제하 고고 그것을 동일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초의부터에서부터 문제해결력과 기교 교적인 숙련을 통한 매우 개별적인 최종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전체적인 과정은 각 개인들이 스스로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창의적인 활동은 창조자와 재료의 정직한 표현이어야 하며 진정한 용도나 기능을 위해 계획되어야 합니다. 미술교육은 기술지향 시대인 현대에서는 어느 누구도 획득할 수 없는 작품 전체와의 자아 동일화를 유지할 수 있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활동>

1.   미술 교육과정을 능동적으로 선택한 학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교를 방문하자. 미술 교육 과정을 학생들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학구적인 능력은 전체 고등학교 학생들과 어떤 상관성이 있는가?

2.   청소년 미술의 특성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전문 미술과 어린이 미술의 차이는 어떤 점이 있는가?

3.   표현하는 데 적합한 3차원의 재료의 범위는?

4.   미술가란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직업의 목록을 만들어보자.

5.   학교 밖에서의 청소년들을 관찰해보자. 젊은이들이 자신들을 언어적이나 사회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기록해보자. 옷과 머리 모양, 자동차, 언어 표현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보자. 이런 표현은 집단의 규범에 맞게 압력을 통해 통제되어야 하는가? 학교 미술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이런 표현을 어떻게 보는가?

 

흔들선 답:

오랜 시간 동안 로웬 펠트 님과의 문답, 그리고 선생님이 쓴 글을 되새김해 보았습니다. 마지막 청소년기의 미술은 몇 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로웬펠드팀의 글을 읽다 보면 이론과 더불어 자세히 들어놓은 예시들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함은 쓰기에서 오는 완벽함이 아닌 스스로 깨우친 통찰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고 섬세한 예시를 들어 쉽게 풀어놓은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요. 오랫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읽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정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저는 새로운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긴 시간 고생스러웠던 나의 손과 아픈 팔, 졸렸던 정신, 촉박했던 시간에게도 박수를 보내며 마치고 싶습니다.

 

존경과 진심을 담아,

흔들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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