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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빵 Aug 18. 2024

해수욕장 나들이


요새 해수욕장이 너무 가고 싶었다. 아주 더운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짠물에 들어가 튜브를 타고 동동거리고 싶었다.

해수욕장은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아주 가깝지만 해수욕장까지 가는 마음의 거리는 아주 멀다.

햇빛에 타지 않게 중무장을 해야 하고 모래를 최대한 집으로 덜 가져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벌옷을 챙기고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먹일지 궁리해야 한다.

1살, 4살 아이들과 해수욕장에 가는 일.

그냥 물에 들어가지 않고 저녁에 가서 모래놀이만 하기로 한다.

오후 6시쯤 간단히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나갈 때부터 벌써 기운이 한차례 빠졌지만 오랜만에 바닷가에 갈 생각에 차에 타니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차가 빼곡하다. 저녁에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운 좋게도 좋은 자리가 나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처음 가 본 해수욕장의 모래를 보고 둘째는 신이 났다.


아이들이 잘 노는 모습을 보면 더 자주 이렇게 나와야겠단 생각이 든다.

해 질 무렵이라 날씨도 선선해서 좋았다.

한 시간가량 놀고 많이 어두워져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한다.

정. 리.

아, 이 얼마나 간단한 단어인가.
이 두 글자로 말하기엔 우리의 정리는 정말이지 힘겨웠다.

아이들을 간단히 헹구기 위해 남편이 물을 길어 온다. 모래가 잔뜩 묻은 짐들을 챙긴다.
첫째는 소라 껍데기를 잃어버렸다고 울고 있고
둘째는 여기저기 도망 다닌다. 땀과 물에 젖은 모래는 마치 한 겹의 옷처럼 아이들을 감싸고 있다.

벤치에서 아기들 옷을 그냥 벗기고 물을 끼얹고 수건으로 닦이고 새 옷으로 갈아입혔다. 사람들은 아기들이 귀엽다며 웃으며 지나간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울고 있다.

여차저차 정리를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목표는 조개구이를 먹는 것이다.

미리 남편이 알아봐 둔 조개구잇집으로 향했다.
토요일 저녁이라 대기가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싶었지만 앞에 몇 팀 정도라 금방 빠질 것 같았다.

첫째는 여전히 소라 껍데기를 찾을 수 없냐며 울고 있고, 둘째는 자꾸 돌아다닌다. 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둘째가 다른 커플에게 기웃거린다. 벌써부터 예쁜 여자에게 가는 거냐며 농담을 하는 남편이 미웠다.

나는 넋이 나가있고, 후줄근했고, 얼굴은 벌겋게 익어 있었다.
나한테 예쁜 여자라고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는데 그걸 어디다가 하는 건지. 참.

야하게 입고, 술을 마시면서 데이트하고 있는 커플이 부러웠다. 아, 나도 거의 벗은 것처럼 입고 돌아다니고 싶다. 때가 늦었지만.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조개구이. 맛은 있었다.

조개가 잘 익은 건지, 내 입천장이 익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냅다 입에 넣어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아이들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마무리로 시킨 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아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한다.
국물을 허겁지겁 먹는다. 맛이 있다. 하.
나가는 길에 사장님께 부탁하여 가리비 조개껍데기를 하나 얻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남편은 앞으로 조개구이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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