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의 노을은 마음이 되어

코타 키나발루 마지막 날

by 꿀갱

코타키나발루의 마지막 아침에는 설사를 했다.

전날 먹었던 음식 중 하나가 잘못되었나 보다.

설사 무한리필 맛집에 온 줄 알았다.


좀 심하게 해서 지사제를 먹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는 걸 지켜보려고 호텔 조식도 포기했다.

CNN 등의 외신들도 대한민국에 집중하고 있었다.

IMG_0497.jpg 외신에서도 난리가 난 박근혜 탄핵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걸 보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힘을 내서 길을 나섰다.


오늘은 호텔 체크아웃하는 날이라 짐을 정리하고 방을 나섰다.

모든 것이 완벽한 공간을 뒤로하고 구질구질한 나의 방으로 고고싱.


캐리어는 호텔에서 보관해주어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다.

짐을 맡기고 같은 건물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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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의 흔한 푸드코트 풍경이다.

나시고랭을 먹었는데 고오급 짜파게티 맛이 나서 고향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났다.

마지막 날이 되니 날씨가 좋아 급하게 가보고 싶던 선셋바의 테이블을 예약했다.


석양이 질 무렵인 5시로 예약해 놓으니 시간이 남았다.

그때까지 미뤄놓은 관광을 했다.

블루 모스크를 다녀왔는데 말레이시아 사바주에서는 가장 큰 모스크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하기에 보러 갔다. 우버를 이용했는데 우버가 최고다. 아주 편리하다.

IMG_0517.jpg 블루 모스크 짱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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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신실한 모습을 보니 나도 착하게 살고 싶어 졌다.


천국의 울타리를 넘지 않게 해주세요.


모스크를 왜 텅텅 빈 공간으로 크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스크에 들어가서 알 수 있었다.

위에는 선풍기가 윙윙 돌고 있고 나른하니 잠이 솔솔 왔다.

더운 나라의 모스크는 정말 낮잠 자기 딱 좋게 만들어져 있다.

추운 나라의 이슬람도 같은 구조인지 궁금해졌다.

같은 구조면 휑하니 너무 추울 거 같은데, 추운 곳에 있는 나라 중에 이슬람을 믿는 나라는 없나?

이슬람은 온도와 관련이 있는 건가?


코타키나발루 박물관도 가고 싶었으나 바로 탄중아루 해변으로 갔다.

과연 오늘은 선셋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불확실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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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바는 간지 나는 리조트 안에 있는 야외바다. 돌출되어 있어 아무 걸림 거리 없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운이 좋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저기 보이는 소파석에서는 누워서 선셋을 볼 수도 있다. 너무 간지가 나기에 예약을 미리미리 해야 이용할 수 있다. 나도 소파석을 쓰고 싶었지만 조금 늦어 일반 테이블석을 예약했는데 마침 비가 와 내가 승리자가 되었다.

소파석에 있는 사람들도 처음엔 좀 앉아있다가 다 자리를 피했다.

정말 신나는 순간이었다.


비가 와서 선셋은 물 건너가나 했다.

불안한 마음에 스테프한테

'투데이 노 선셋?'

'예스, 이츠 레이닝'

'개쉣'


애꿎은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만 홀짝였는데

그때였다. 선셋이 온 세상을 비추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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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붉게 물들자 사람들의 얼굴도 행복함으로 붉게 물들었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코타 키나발루에 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고 아름다웠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세계 3대 석양 스팟이라고 하는데 (3대 시리즈는 누가 만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명성대로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석양을 끝으로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왔고

극심한 장염 혹은 식중독 혹은 콜레라에 걸려

3일 동안 3kg을 강제 다이어트해 턱선이 살아났다.

침대에 3일을 누워있으니 이제 좀 회복되어 여행기를 마저 남긴다.


결론: 장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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