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왜 하냐
프로야구가 또 개막했다.
오늘 우연히 티브이를 보는데 개막전을 하고 있어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봄만 되면 프로야구가 개막하니 죽을 맛이다.
난 야구를 싫어하는데.
야구를 싫어해서 안 보면 끝날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점점 커져 가을에 정점을 찍는다. 시즌이 끝나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문제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셋만 모이면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허구연이 나셔서 야구 평론을 하는 동안 나는 조용히 아가리를 싸문다.
그럼 친구들은 내 눈치를 보다 선심 쓰듯
'이제 그만 하자'
라고 한다.
나도 한 때 좋아하는 야구팀이 있었다. 어렸을 땐 LG TWINS를 좋아했었다. LG TWINS를 어린이 야구단에 가입시켜달라고 엄빠에게 조르다 뚜들겨 맞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이지 죽을 때까지 부모님과 말을 안 하려고 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LG가 이기든 말든 나하고 뭔 상관이지?'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고 나서는 도저히 어떤 팀도 좋아할 수 없다. 그 날로 야구는 지루해졌다. 뭔 놈의 스포츠가 실제 운동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다. 공 하나 던지고 한참 동안 기다리다 또 공수교대도 엄청 자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야구선수 중엔 뚱뚱한 선수들도 많다.
나도 야구를 좋아하고 싶다. 야구를 보는 순간 새삼 시름 다 놓고 응원하고 싶고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에 대해 친구들과 열띤 토론도 하고 싶다. 야구장에 설레는 마음으로 가서 치맥도 하고 싶고 응원가도 다 외워 신나게 부르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야싫모 회원들도 봄, 여름, 가을을 잘 견디고 겨울에 건강히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