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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May 12. 2017

[목욕 유랑] 플라자호텔 33,000원 목욕탕

고오급 목욕탕 가기

최근 플라자 호텔에 숙박할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시청에서 보이는 바로 그 호텔 맞습니다. '이렇게 좋은 호텔에 언제 묵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호텔에서의 시간이 아까워 자는 것도 아깝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쿨쿨 잘만 잤던 호텔입니다.


 호텔 숙박객들만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그리고 가격이 비싸 아무나 못가는 그런 고급 목욕탕이었습니다. 가기도 전에 도대체 인당 입장료가 33,000원인 목욕탕은 어떨까 기대감이 컸습니다. 저는 내부자들에서 이경영이 다니는 사우나가 자꾸 상상되었습니다. 사회 저명한 인사들과 만나도 너무 촌스러운 티 내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습니다.


플라자 호텔의 사우나는 호텔 숙박 건물과 별개의 건물 16층에 있었다. 캐리비안베이도 아니고 33,000원의 이용료를 긁을 때는 정말 후덜덜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오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결제했다. 


남자 스텝 한 명이 붙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신발장에 열쇠가 없는 것이 신기했다. 이 정도 오는 클라스의 사람들이 남의 신발을 탐내진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옷을 벗고 탕으로 향했다. 통유리의 전망으로 서울의 도심이 보였다. 그냥 서울이 아니고 서울의 심장이다. 그 위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아무도 없는 목욕탕의 따듯한 물에 몸을 담고 눈을 감아보았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성취하고 좌절하고, 상처 주고 상처받았던 치열했던 서울의 가장 편안한 자리였다. 미세먼지도 매연도 창 밖의 이야기이고 여기는 평화가 따듯한 수증기와 범벅이 되어 공기 중에 떠다녔다. 통유리 밖에 세상을 향해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서민들이란...'


목욕탕은 호텔에서 관리하는 것 답게 굉장히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바닥도 타일도 천장도 깨끗했다. 타월도 뽀송뽀송해 기분 좋았다.

사우나의 의자가 너무 뜨거워 앉을 수가 없었다. TV가 있어 고문 같은 증기를 조금이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사우나에서 기진맥진해서 나오면 창가를 향해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 의자가 있다. 거기에 누우니 잠이 절로 왔다.


수면실도 있었는데 좀 별로였다. 정리가 되지 않았고 쾌쾌해 보였다.

파우더 룸도 깨끗해서 좋았는데 입장료에 부합하는 어메너티가 아니고 그냥 목욕탕 스킨로션이 있어 실망했다. 

목욕탕은 전반적으로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으나 노후화가 되고 있는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서울의 심장에서 목욕한다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을 내고 목욕한다는 뿌듯함이 있는 목욕탕이었다. 적정 가격으로 15,000원을 제시하는 바이다. 그리고 신발장은 따로 안 잠 근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 방문에는 크록스가 A.Testoni로 변하는 기적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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