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와 음악과 생각들
조깅을 한다.
숨을 두 번에 나눠 들이마시고, 두 번에 나눠 뱉는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러고 나면 탄다, 다 타버린다.
칼로리가 탄다.
내가 지금까지 앱을 키고 달린 거리가 850km 정도 되는데 그 동안 탄 칼로리를 따져보니 약
65280 Kcal를 소모했다고 한다.
피자 한 판이 1500 칼로리라고 하니 피자를 약 44판 정도 태워버렸다.
치킨은 약 33마리, 공기밥은 218그릇을 태웠다.
대견하다.
저 정도의 음식들을 무효로 해주었다니 뿌듯하다.
이 맛있는 음식들을 좁은 모공으로 뽑아 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음악이 탄다.
조깅을 하면서 소비한 음악이 많다. 나는 주로 미디움 템포의 재즈를 듣는데 이 것이 뜀걸음의 박자와 아주 잘 맞기 때문이다. 그 중 제일 많이 들었고 듣고 있는 음반은 Midnight In paris의 OST다.
뛰는 박자와도 잘 맞고 파리가 연상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름다운 탄천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특히, Can-Can 노래가 나올 때가 대박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 레드불 원샷한 것 같은 힘이 나 마구 길을 달린다.
페퍼톤즈와 마이클 잭슨, 슈퍼주니어, 보사노바 음반들도 많이 듣는다.
마지막으로 생각이 탄다.
내가 조깅으로 태운 생각들이 10톤은 될 것 같다. 인생 모퉁이마다의 고민들, 무거움들은 조깅으로 태워버린다. 조깅은 삶의 문제를 바꾸진 못해도 그것을 마주하는 태도는 바꿔준다. 조깅을 하며 골똘히 생각하고 나면 고민들이 별거 아니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뀐 적이 많다. 좀 더 긍정적으로 가볍게 살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한 줌의 재가 되기 전까지는 인생을 태운다는 느낌으로 틈 날 때 마다 열심히 달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