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글 하나씩 쓰면 5만원 받는다
나는 한 달 동안 하루에 글 하나씩을 써야한다.
한 달 동안 하루에 A4 용지 한 장 분량에 글 하나씩 쓰면 5만원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5만원을 잃게 된다.
와이프와 내기를 했다. 5만원을 땅에 버릴지언정 와이프의 손에 들어가는 건 두고 볼 수 없다. 너무 배 아플 것 같다. 와이프는 왜 내가 한 달에 하루 글쓰기를 실패한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마 나를 잘 알아서겠지. 나는 MBTI도 스파크형이 나온다.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급발진했다가 좋은 조력자를 만나지 못하면 에라이 썅 하고 그만두는 스타일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봐왔던 사람이기에 곽철용이 한 끗에 1억을 태우듯 5만원을 배팅한 거라고 볼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는 나의 인생에 스트레스와 압박이 없다. 그럭저럭 되는 돈벌이에 시간도 많고 사람과 얽히지 않는 나의 시냇물같이 맑은 일상을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편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성장의 동력을 잃었다.
애초에 스파크형인 나는 곁가지 일만 잔뜩 벌이고 진득하게 지속하지 않았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압박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레알로다가 그런 것 같다.
나는 그래서 5만원을 걸고 스트레스를 만들었다. 이제 하루에 하나 개뻘글을 배설하지 않으면 5만원을 잃게 된다. 5만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나는 알고 있다. 준코 노래주점의 기본 요금이자 둘이서 술 진탕마실 때 내가 화끈하게 쏠 수 있는 그 5만원이다.
이미 5만원은 와이프한테 있다. 나의 소중한 5만원을 대마왕의 손아귀에서 구출해 꼭 친구랑 곱창과 소주를 많이 마시겠다.
이렇게 1일차 글쓰기를 마친다.
앞으로 쓸게 없으면 어쩌나.
소설이라도 쓰고 일기라도 쓰고 에세이라도 쓰고 여행기라도 쓰고.
그냥 뭐든지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