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 쓰레기가 알콜 중독자가 되는 마법
소주(燒酎)에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어원은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거나 속에 있는 음식물을 끄집어낸다'라고 해서 속주로 불렸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속주, 속주, 속주, 속주 계속 부르다 소주가 되었다는 것이 소주의 어원이다. -출처: 내 뇌-
그렇듯 우리는 무언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때, 분위기를 잡고 싶을 때
'하~ 소주 한 잔 하자'
라고 하지, 추잡스럽게 와인 한 잔 하자, 막걸리 한 잔 하자 라고 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소주 한 잔이 주는 강력한 임팩트가 있다.
근데 소주는 개 맛없다. 이유는 개 맛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랜 시간, 가오 잡고 소주를 마시되 어떻게 하면 조금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친구들은 나를 소주에 환장한 미친 새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소주를 별로 마시지 않는다.
소주 잘 마시는 것처럼 보이는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소주를 글라스에 마시면 일단 소주에 미친 새끼처럼 보이면서 인생을 아는 사람으로 보인다. 남들은 소주잔에 소주를 반만 채우고 '카~' 이러는데 글라스에 벌컥벌컥 따르면 일단, 선빵을 날리고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다. 글라스에 소주를 따르게 되면 시선이 집중되며 100%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럴 때 수줍은 척
"소주잔에 계속 따르기 귀찮아서요."
하자.
게임 끝났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갈 때 사람들 머릿속에는 당신이 소주를 글라스에 따랐다는 사실밖에 남지 않는다.
사실 글라스 반을 채우려면 소주잔 2/3 기준 3잔 정도가 들어간다. 그렇게 소주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한국 사람들 특) 짠 하면서 똑같이 먹어야 댐
하지만 글라스에 따르는 순간 사람들의 가치체계가 무너지게 되어 원짠원샷의 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짠은 글라스로 하면서 가오는 잡되 홀짝홀짝 먹어도 뭐라 하지 않는 궁극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소주를 글라스에 먹으면서 가오와 실속 둘 다 잡도록 하자.
소주를 먹을 때 제일 멍청한 놈이 기분 좋다고, 안주 맛있다고 혼자 홀짝홀짝 마시는 사람이다. 소주는 모두가 집중할 때 먹는 것이 이득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흘러갈 때 나에게로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멋지게 손목을 꺾어 소주를 원샷해서 임팩트를 남기자.
1번 스킬과 접목시키자면 다 같이 짠 할 때는 소주 글라스로 하고 나에게 시선이 집중됐을 때는 작은 소주잔을 원샷하는 스킬이다. 이러면 사람들이 속으로
"저 새끼는 글라스로 쳐 마시고 소주잔으로 원샷하고 그냥 미친 새끼네"
할 것이지만 당신은 전혀 취하지 않았다. 우리의 소주는 철저히 계산되어 있다.
만약 당신에게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일부러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데 슬픈 이야기로 관심이 끌렸을 때 소주 원 샷 때리면 진짜 인생을 아는 사람처럼 보이며 강력한 소주 임팩트를 다시 한번 남길 수 있다.
소주는 혼자 홀짝이지 말고 꼭 3명 이상의 복수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을 때 원샷을 때리자.
위에서 말했다시피 원짠원샷이 대한민국의 룰이다. 이 법칙에 휘말리는 순간 다 같이 마시고 다 같이 취해야 한다. 그러기엔 소주는 맛대가리가 없다. 여기서 게임의 법칙을 바꿔주자.
"귀찮은데 짠하지 말고 자기 술 자기가 따라 마시자."
라고 선포하는 순간 당신은 게임 체인저.
여기서 당신은 두 가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1. 술 따르는 것도 귀찮을 정도의 술꾼 이미지
2. 폭력적 술자리 거부하는 깨시민 이미지
술꾼도 되고 깨시민도 되는 마법의 문장 "짠 하지 말자" 꼭 쓰길 바란다.
하지만 당신 같은 알콜 쓰레기가 갑자기 짠하지 말고 알아서 먹자 그러면 상대방은 필히 또 꼼수를 쓰는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번, 2번 스킬을 평소에 열심히 쓰면서 강한 소주 임팩트를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이미지는 소멸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소주를 잘 마시는 것처럼 보이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한국의 전통 소주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곡물의 약탈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는 몇몇 전통 소주가 있지만 예전에는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소주가 있었다고 하니 참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지역별 전통 소주를 살리려는 노력들이 계속되어 꽤 많은 소주들이 복원되었다는 것은 애주가 입장에서 행복한 일이다. 한국의 전통 소주들이 많이 복원되어 차고 넘쳐, 나중에는 전통 소주로 뺑끼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