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산 지 4년 차가 되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는 3년 차부터 들었다.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직업에 대한 불만족, 금전적 이유, 비자 문제, 향수병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한국에 돌아가지 않은 것은 지금 당장의 상황보다 영주권을 따고 비자 문제가 없을 때의 영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만족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갈등하던 중에 다니던 회사의 경영 악화로 권고사직이 되었고 취업 시장에 다시 뛰어들게 되었다. 취업 비자를 스폰서 해줄 회사를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영국에서 유학을 한 사람들도 졸업 후에 비자를 해줄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하물며 영국 학위도 없이 한국에서의 경력만으로, 더구나 문과 쪽 경력으로 취업 비자를 받기란 상당히 힘들다.
비자 때문에 더 어려운 구직
일단 영국 현지 회사들은 영국인, 유럽인들을 위주로 고용한다. 쉽게 생각하면 한국 회사들이 한국인들을 주로 고용하는 이유와 같다. 회사에서 비자를 스폰해주려면 회사에서는 이민국(영국에서는 홈오피스라고 한다.)에 스폰서십을 신청해야 되고, 그 스폰서십을 유지하는데 비싼 비용이 들고,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행정적 노동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구직사이트에 계속 지원을 하고, 많은 리크루터들이 전화를 줘도 비자 스폰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면, 바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는다. 그렇게 구직 기간 동안 열 통이 넘는 전화들을 리크루터들에게 받았지만,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비자 스폰은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리드(Reed), 인디드(Indeed), 토털 잡스(Totaljobs), 링크드인(LinkedIn)의 웹사이트를 통해 구직활동을 많이 하는데 리드에서는 비자 스폰이 필요하다는 설정을 프로필에 해놓으면 구인공고의 약 80% 정도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20%에 지원해서 리크루터한테 전화가 오면 비자 스폰이 필요하단 이유로 거절을 당한다.
구직사이트 리드에서 공고와 함께 뜨는 메세지. 영국에서 일할 자격이 있는 사람만 지원이 가능하며, 지원이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비자가 필요한 다른 구직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의 강점은 영국에 있어서 면접이 바로 가능했고, 영국에서 일한 경력이 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자를 지원해줄 수 있다는 회사에 면접을 몇 번 보게 되었다. 각각의 면접에서 받는 느낌은 한결같았다. 회사에서 나에게 비자를 해주는 만큼 나는 받는 월급보다도 플러스알파를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 수당이 없는 야근을 자주 해야 한다든가, 나에게 벅찬 업무를 주려했다. 운이 좋게 면접을 봤던 회사 중에 두 군데에 합격을 했고, 그래도 가장 나랑 잘 맡겠다고 생각한 회사와 비자 준비를 하고 있다.
남자 친구의 도움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 같이 사는 남자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고 뭐고 진작에한국으로 갔을 거다. 왜냐하면 지금 삶의 만족도가 낮으니까.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 싫고, 남자 친구가 정신적으로 지지를 많이 해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이 되고 비자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영국을 떠나 장거리 연애를 해야 되니 걱정이 되었다. 같이 머리를 굴려 결혼 이야기도 나오고, 남자 친구는 비자 정보도 알아보고 비자 에이전트에 전화 문의도 해주었다. 내가 우울해하니 설사 내가 한국에 가더라도 본인이 한국에 일 년에 네 번은 가겠다며 그리고 올해 말에 결혼을 하자는 계획도 가지고 왔다. 취업이 되고 나서 내가 비싼 비자비용 때문에걱정하니 장거리 연애를 했으면 어차피 비행기 값으로 썼을 거라며 비자비용의 절반을 대주기로 하였다. 영국 3년짜리 취업비자는 변호사 비용을 포함하면 약 750만 원 정도로 여느 국가 비자 비용보다 비싸다. 회사가 비자비용을 대주는 것은 각자 회사 방침마다 다르나, 내가 일할 회사에서는 본인 부담이다.
내가 우울해하며 잠 들 때마다 남자친구가 편지와 메모를 써주었다.
어느 나라나 비자를 받고 취업을 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영어 선생님과 같은 특종 직종이 아니고서야 외국인들이 비자를 받으며 취업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비자를 받으며 취업을 할 수 있느냐 여부는 본인의 상황 판단과 능력과 운에 달렸다. 영국에 3년 이상 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원하던 해외 취업을 못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닐 거 같다. 어른들 말씀대로 집 나오면 고생이다.
PS. 다음 편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주제로 영국에서의 상황을 써보려합니다. 이 편에 쓰려했는데 할말이 많아서 너무 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