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니 좋은 점들
단점들도 극복해야 같이 산다
일주일에 몇 번 만나 데이트를 하다가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다 보면 모든 것이 새롭다. 살 집을 구하고, 재정적인 부담을 나누고, 집안일을 함께 하고, 더러워 보일 수 있는 생리현상도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한다. 동거를 해보니 수년 동안 장기 연애한 커플들이 왜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우리나라 정서상 동거를 쉽게 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된다면 나는 연인 사이에 동거를 추천하고 싶다.
1. 집안일 분배가 잘 되는지
집안일이 어느 정도 공평하게 부담이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커플 간의 관계는 어차피 당사자 둘 만의 일이라 한 사람이 좀 더 집안일을 더 하더라도 불만이 없다면 괜찮다. 같이 살면서 그 분배점이 두 사람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형성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결혼을 이미 했는데 내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해서 불만이 있다고 이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동거를 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집안일 분배가 되지 않으면, 동거를 그만하기는 이혼보다야 상대적으로 쉽다.
우리는 동거 초반에는 자취 경력이 더 있는 내가 집안일을 좀 더 했지만, 지금은 남자 친구도 많이 늘어서 나보다 부지런한 남자 친구가 집안일을 더 하는 편이다. 한 사람이 요리를 하면 다른 사람이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은 더럽다고 느끼는 사람이 먼저 청소를 한다. 집 청소는 같이 하고,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은 남자 친구가 전담으로 해준다.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남자 친구가 주로 장을 봐준다. 각자 조율해서 집안일 분배가 어느 정도 되는지 보면 앞으로 장기적으로 같이 살 수 있을지가 보인다.
2. 화가 나게 되는 일들
동거 전에는 서로 화를 낼 일이 없었다. 갈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내가 늦으면 남자 친구가 화를 안 내는 정도였다. 내가 메시지에 답장이 없어도, 잘 자란 인사 없이 그냥 잠들어도 남자 친구는 이해해주었다.
하지만 같이 살면서 같이 할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돼 이케아에서 사 온 텔레비전 스탠드를 조립을 하게 됐다. 나무판은 크고 무거운데, 조립 방법을 몰라서 판을 끼고 빼고를 반복하다 보니 짜증이 났다. 조립이 잘 되지 않자 남자 친구에게 짜증을 내었고, 남자 친구도 신경질을 냈다. 사귄 지 약 일 년 만에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동거 후에 종종 비슷한 상황으로 짜증 내하는 남자 친구를 보았다. 왜 우리 엄마 아빠가 그렇게 싸우는지 이해가 된다.
데이트 상대라는 역할을 지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을 하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안게 될 때, 갈등을 갖기가 더 쉽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서로 어떻게 이겨나가고, 그런 갈등들이 있음에도 이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지를 확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서로가 힘들 때 힘이 돼 줄 수 있는지
가끔 만나 데이트할 때는 내가 힘들거나 우울하더라도 감정을 숨기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같이 살면 내 감정은 100% 드러난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상황이 터지면 커플 중 하나는 우울해질 수 있다. 우리 중에서는 우울해진 사람이 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 해고가 되어 심리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올해 1월 말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금전적으로도 쉽지 않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남자 친구는 지속적으로 말로써 응원을 해주고, 편지를 써주는 등 기분을 좋아지게 해 주었다. 근래에는 내가 의욕 없이 누워만 있으니, 나를 끌고 산책을 나가게 하고, 무언가를 하게 만들었다. 금전적으로도 생활비와 렌트비를 분담해주고 있다. 나의 이직으로 드는 비자 비용의 반인 약 400만 원 정도(약 2500파운드)를 대주기로 하였다. 심리적으로 지지해주거나 금전적으로 도움 주는 것 모두 쉽지 않았겠지만 남자 친구는 그렇게 해주었다. 나도 남자 친구가 술, 게임을 끊고 싶어 하는데 잘 되지 않아 괴로워할 때 위로와 상담을 해주었고 남자 친구도 고마워한다. 서로 힘들 때 힘이 돼 주는 관계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앞으로 긴 세월을 함께 할 때 생기는 문제를 이겨가기가 수월할 것이다.
사귀면서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다. 동거를 하면 서로 본성을 더 보게 되므로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이 맞을까?'라는 물음에 '맞다' 혹은 '아니다'라는 답을 얻기 수월할 것이다.